
얕은꾀보다 지혜를 깨우쳐 주는 나무들 이야기
글 이정순
서귀포 신인문학상과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농촌여성신문》 스토리공모 우수상을 받은 김정배 작가의 『이야기가 자라는 나무』는 각 도에 있는 신성한 나무들 이야기입니다. 생명체나 무생물, 이 모든 것은 그냥 있는 게 없습니다. 하나하나가 그 자리에 있게 된 사연이 있게 마련이지요.
“세상에, 어쩜! 나무들도 사람 못지않은 사연이 있구나.
특히 우리 조상들이 신성시 여기는 나무에는 갖가지 사연을 품고 있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나가던 스님이 꽂은 지팡이가 자라서 된 은행나무 이야기, 죄인의 목숨을 빼앗는 도구가 되는 슬픔을 겪은 회화나무 이야기, 가난한 시절 쌀밥 한 번 못 먹이고 세상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아기 무덤 앞에 심은 쌀밥 같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 이야기, 사람처럼 호적에도 올리고 세금도 내는 소나무 이야기, 살아생전에 이루지 못한 사랑, 죽어서 나무로 마주 보며 태어나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느티나무 이야기, 울창한 숲이 만들어지기까지 마을 어른의 지혜를 보여주는 비자림 숲 이야기 등 작가의 말 나무에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였습니다. 『이야기가 자라는 나무』 책에는 여섯 나무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소원을 기다리는 나무 은행나무-남을 위한 소원을 빌면 들어주는 나무
뙤약볕을 걸어가던 스님은 몹시 목이 말랐다. 가뭄으로 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 조그마한 웅덩이에 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 물웅덩이는 누군가가 남을 위해 만들어 놓은 웅덩이였다. 목을 축인 스님은 자신도 남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짚고 가던 지팡이를 웅덩이 옆에 꽂으며 말했다.
“자신의 소원은 차고 넘칠 테니, 남을 위한 소원을 빌면 들어주는 나무가 되거라.”-10p
하지만, 수백 년 동안 누구도 자신의 소원이나 가족의 소원을 빌었지만, 남을 위해 비는 사람은 없었다. 단짝인 세미와 다혜, 다혜는 세미의 동생이 수술할 수 있게 세미 아빠의 소설이 당선되기를 기도한다. 은행나무는 오랜만에 남을 위해 기도하는 두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수령(나무의 나이)이 1317년이나 되는 은행나무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세금 내는 소나무-소나무를 호적에 올린 부자 노인
부자 노인이 자식이 없음을 한탄하며 소나무에 간절히 소원을 빈다.
“이렇게 늠름한 자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소나무는 “나를 자식으로 생각하시오.”
노인은 소나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어요.
“이렇게 듬직한 자식이 있다면 좋지. 음, 좋고말고.”-51p
노인은 소나무를 ’석송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호적에 올리고, 세금도 내고 많은 땅을 석송령에 물려주고 그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팔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세금을 내는 소나무가 되었다.
경상북도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평마을, 수령 600년
여섯 번째 이야기-은혜 갚는 비자나무-지혜를 깨우쳐 주는 제주 비자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얕은꾀보다도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우쳐 주는 제주 비자림 숲에 얽힌 비자나무다. 자신보다 숲을 지키기 위해 본인이 당할 고통을 감내하며 지혜를 발휘한 별방 댁의 지혜에 찬사를 보낸다.
『이야기가 자라는 나무』 이 책을 읽고 큰 꿈을 품은 어린이들은 약은꾀보다 지혜를 발휘해서 큰 나무가 되길 바란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자연유산이다. 수령 500~800년생.
신기한 여섯 나무 이야기 중 세 가지 나무를 언급했습니다.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고, 지혜를 얻길 바랍니다. 책 마지막에는 실제 나무 사진과 그 나무에 대한 정보도 실려 있습니다.
<책 속으로>
목차
소원을 기다리는 은행나무 08
기도하는 회화나무 22
세금 내는 소나무 38
왕할머니와 이팝나무 56
사랑을 품은 느티나무 74
은혜 갚는 비자나무 96
나무 이야기 114
‘어쩌다 나는 사람의 목숨을 뺏는 도구가 되었을까?’
선비마다 집에 한두 그루 심어 사랑하던 나무인데 나는 지금 ‘교수목’이 되어 사람들의 목숨을 뺏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_34p
“어머니는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쌀밥을 먹이지 못하고 보낸 것이 한이 되어 무덤 앞에 쌀밥 같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를 심었지. 사람들도 어머니를 따라 아기 무덤 앞에 이팝나무를 심는 풍습이 생겨났고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산이 많은 벌판이라고 해서 ‘산버덕’이라고 불렀지. _70p
동화작가 김정배
‘서귀포 신인문학상’과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농촌여성신문》 스토리공모 우수상. 지은 책으로 『할머니의 테왁』, 『꽃밥』,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산호 해녀』, 『해녀 영희』(2021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사라진 골짜기』, 『진짜 우정 초대장』, 『나뭇잎 초대장』 등,
만화가 임소희
서양화를 전공하며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 체류기』, 『해녀, 제주의 여신』 등을 펴냈으며, 『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 『유일한』, 『윤봉길』, 『정주영』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