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3일 MondayContact Us

“허물지 말고 옮기자”…광역 밴쿠버 ‘주택 이동 보존’ 확산 움직임

2025-11-03 11:06:01

코퀴틀람 시의원 크레이그 하지(Craig Hodge)는 “시 매립장의 약 25%가 철거 주택 폐기물”이라며 “이전(移轉)을 통해 주택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ARLEN REDEKOP

광역 밴쿠버에서 재개발로 철거되는 주택을 통째로 옮겨 보존하려는 ‘하우스 무빙(house moving)’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높은 비용 탓에 실제 이전되는 주택은 급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퀴틀람 시의원 크레이그 하지(Craig Hodge)는 “시 매립장의 약 4분의 1이 건설·철거 폐기물이며, 대부분 주택 철거에서 나온다”며 “코퀴틀람 내에서도 향후 몇 년 안에 600채 이상이 재개발로 사라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택난 속에 멀쩡한 집을 부수는 건 낭비”라며 주택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광역 밴쿠버에는 21개 시정과 1개의 선거구가 각각 다른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이전 절차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주택 이동 전문업체 리뉴얼 홈 디벨롭먼트(Renewal Home Development)의 글린 루이스는 “22개 지방정부와 각각 협의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BC 지방자치연합(UBCM)은 최근 주정부에 “철거 예정 단독주택의 이전·해체를 활성화할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UBCM에 따르면 광역 밴쿠버에서 매년 약 3,200채가 철거되며, 평균 1,500평방피트짜리 주택 한 채에는 약 100톤의 자재와 23톤의 탄소가 포함돼 있다.

“이전이 철거보다 싸다”… 성공 사례도

리뉴얼 홈은 지난해 포트무디의 단층 주택 10채를 선샤인코스트 시셸트(Shíshálh) 원주민 지역으로 옮겨 주거용으로 활용했다.

루이스는 “Sqft 당 약 150달러가 들었지만, 새 건축비(Sqft 당 350~450달러)보다 훨씬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전문업체 니켈 브로스(Nickel Bros)는 지난 70년간 BC 전역에서 1만 채 이상의 건물을 옮겼다. 하지만 최근 인허가 지연과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연간 이전 건수는 200~300채에서 50~70채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러미 니켈 대표는 “정부의 복잡한 허가 절차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전 전용 허가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년 걸린 한 여성의 도전

밴쿠버의 건축 보존가 수전 워커(Susan Walker)는 1912년 지어진 예술공예풍(Arts & Crafts) 저택을 철거 대신 옮겨 살리기로 결심했다. 건축가 윌리엄 A. 닥터가 직접 설계한 이 집은 인디지너스 문양 조명과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었다.

워커는 밴쿠버 시청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에 4년간 매달렸으나 실패했고, 웨스트밴쿠버로 이전 허가를 받아 바지선에 실어 옮겼다. 이 과정은 무려 12년이 걸렸으며, 현재는 새 기초 공사를 마치고 복원 중이다. 그녀는 “비용은 새 집 짓는 수준이지만, 매립장에 보내지 않고 유산을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주택 모두 살리는 대안 모색

코퀴틀람 시는 현재 유나이티드 블러버드 인근 폐기물 처리장 부지에 주택 보관소를 마련, 해안선을 따라 바지선으로 주택을 실어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C 교통부도 최근 구조물 이동업 협회(BCSMA)와 협력해 인허가 간소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루이스는 “절차만 간소화된다면 철거 주택의 약 20%는 살릴 수 있다”며 “철거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