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캐나다 익스프레스 - 밴쿠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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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VANLIFE.CA                                                    특별 기고                                                 May 14. 2021 23





         직업에 대한 생각


                                                                                                          결과적으로 영어 때문에 하고 싶은 트레
                                                                                                          이닝 코스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요즘 COVID-19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직업 중에               어 한국식당에서도 한국의 학교 다른 것도 아닌 조리 관
        하나가 음식을 취급하는 업종인 식음료 업종과 관광업,                   련 대학 졸업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에 이민 와서 산지 벌써 27년 차이다. 이
        숙박업 등일 것이다. COVID-19이 터지기 전에 이미 미니                                                               젠 한국에서 산 세월과 캐나다에서 산 세
        스트로크가 와서 실업수당을 받고 있던 실업자였던 나                       이메일로 온 답장을 보여주니 가족들의 반응도 그랬                    월이 비슷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에
        는 비씨 주의 카지노가 모두 문을 닫기 전에 문 닫는 날                 다. 아내는 거봐 내가 진즉부터 공부하라고 했잖아. 아
        인 3월 첫째 주 월요일에 면접을 보기로 한 곳에서 연락                 들도 딸도 영어 공부 좀 하지. 물론 핑계라면 핑계지만 먹                 이민 와서는 기초 ESL을 배우기는 하였지
        이 와서 언제까지 될지 모르지만 면접을 잠정 연기해야겠                  고 살기위해 발버둥 치느라 공부할 시기를 놓쳤다. 그리                           만 계속할 형편이 못됐다.
        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시니어 홈에서도 정직                  고 사실 30년을 넘게 일한 조리직을 떠나서 다른 직장을
        원으로 일을 하려고 했지만 몸상태가 아직 돌아오지 못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간병인으
        해 일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로 일하는 옆지기 친구가 한 달에 얼마의 수입이라고 말
        직종으로의 직종 전환도 고려대상이 되었다. 경비원으로                   했을 때 때려치우고 한국 가서 간병인이나 할까 하는 생
        전환해 볼까 했지만 그것도 교육받고 나서 최저 임금부                   각이 든 적이 있다. 물론 이번에 시급을 지급하면서 트레                 때론 한국말의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영어 단어로 셀
        터 시작을 해야 하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그러다 보니                 이닝 시켜준다는 것도 간병인과 같은 직업이다. 보조 간                  폰으로 한국말을 찾는 일도 있지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전에 다니던 직장에 다시 임시직으로 받아 준 것만으로                   호사 아래서 환자나 시니어를 돌보는 일이다. 사실 조리                  내 조국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도 감사하면서 어떤 주에는 일이 없고 어떤 주인 주 5일                 직만 오래 일해 왔기 때문에 지원하기 전에 갈등이 있었                  아닐까? 사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도 입사 조건은 10학
        을 일하는 캐주얼 잡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에 아프기                 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병원 관련 일이 아니면 안               년 이상 캐나다에서 졸업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전
        전부터 캐주얼 잡으로 가지고 있던 직장인 케어 홈에서                   전한 직장이 없는 지금의 형편상, 그리고 직업 구인란에                  에 백인 매니저는 이 조건으로 사람들을 뽑으니 늘 영어
        안내가 왔다. 헬스 케어 시작 프로그램인데 1년 이상 풀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것도 시니어 홈에 헬스케어 쪽이다.                  가 우선이었고 아무리 능력이 좋고 경력이 뛰어나도 인정
        타임으로 공부를 하면서 시급도 지금 받는 급여를 받을                   10년 전에 조리사로 일하다 학교를 다녀 PN 즉 간호보                 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자가 매니저일 땐 사람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해서 나 이거 정말 해보고 싶다는                조사가 된 멕시코 출신 친구가 있었다. 당시에 그 친구                  부족하고 꼭 이 사람을 써야겠다고 하면 무시되는 조건
        생각이 들었고, 동료한테 보여주니 정말 좋은 기회라고                   용기가 가상하게 생각되면서도 젊으니 그럴 수도 있다                    이기도 하다. 이런 은연중의 차별이 늘 이민자들의 발목
        말했다.                                            고 생각했다.                                         을 잡는다. 그리고 필리핀이나 인도 사람들이 이민이 늘
           나는 지원을 하였지만 캐나다에서 10학년까지 공부                                                                  어나고 병원 등의 좋은 직장에 많이 근무하는 이유가 아
        를 했거나 영어 레벨을 요구했다. TOEFL IBTm CELPP,               이제는 은퇴를 생각해야할 나이가 되어 다시 공부하여                 닐까? 아빠 엄마가 이민을 와서 이곳에서 공부한 아들은
        또는 IELTS 레벨 테스트를 요구했다. 다른 요구사항은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안다.                 늘 왜 원어민처럼 영어를 못하냐고 핀잔을 준다. 서류 등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2년동안 할                    하지만 애초에 그 싹을 싹둑 잘라버리는 현실 앞에 이민                  을 번역하거나 작성을 도와달라고 하면 늘 한소리 하고
        수 있어야 하고, 캐나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이어야 한                  의 설움을 다시 느끼게 한다. 이민 초기 수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라고 한마디 하고 도와주었다. 그래서 그래도 비
        다. 또한 일주일에 37.5시간 일을 시작하면서 트레이닝해                한국에서는 대기업 중견사원이나 의사, 치과의사 등을 하                  교적 잘 도와주는 딸에게 부탁을 많이 한다. 처음 이민
        야 하고 시작을 4월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                  다가 이민을 함께 와서 그로서리를 하거나 세탁소를 하                   왔을 땐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리고 내가 틀렸을
        다. 사실 지원할 때 이거 영어 때문에 걸고 넘어지지 않을                는 일이 많았고 그분들이 한국에서 조리 일을 하다 이민                  때 그들의 놀림을 알아듣게 되면서는 더움 입을 닫게 되
        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어 때                  와서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말을 들었다.                  었다. 이젠 두렵지는 않다. 모르는 게 있으면 솔직히 모른
        문에 하고 싶은 트레이닝 코스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것이 축복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                   다고 말하고 대화를 이끌어 내면 되니까? 하지만 이제 와
        았을 때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 이민 와                 다. 최근에 이민의 추세는 유학으로 와서 이곳에서 공부                  서 다시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마이동풍
        서 산지 벌써 27년 차이다. 이젠 한국에서 산 세월과 캐나               하고 직장을 잡고 취업비자, 영주권, 그리고 시민권으로                  처럼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또한 문제이다.
        다에서 산 세월이 비슷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에 이민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이민 올 때만 해도 투
        와서는 기초 ESL을 배우기는 하였지만 계속할 형편이 못                 자이민이 아니면 독립이민이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안 되                     COVID-19으로 가뜩이나 인기없는 조리직이 더욱 인기
        됐다. 당장 렌트비도 없는 상태에서 쌍둥이 둘하고 우리                  면 스폰서를 통한 취업비자를 받고 영주권, 취업비자 스                  가 떨어질 것 같다. 내 자녀가 조리직을 한다고 하면 절
        가족이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 물론 옆지기나 애들은 핑                  폰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코가 꿰어 쉬는 날 쉬지도 못                  대 권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처음 이민 와서 한국식당
        계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했                 하고 하루 15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면서 오버타임도 못                  에 일할 때 아주머니가 난 한국사람들하고 일하고 서양
        다. 밴쿠버에서 F & B 매니지먼트 자격증 과정을 공부한                받고 따져보면 최저임금인 월급을 받고 일한 많은 사람                   사람들하고는 왕래가 없었다며 이민 오자마자 백인 친
        거라든가, FOOD SAFE자격증 등을 딴 일이다. 이민 2년              들이 있었다. 그래도 난 독립이민 조건이 되어 독립이민                  구가 있다는 나를 부러워했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 연락
        밖에 안된 상황에서 공부해서 뭔가 자격증이 있어야 이력                  을 와서 영주권을 바로 받았으니 그런 설움은 안 받았지                  은 하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처럼 끈끈한 정
        서에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의 학교도 경력도 다 인                만 직장을 구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캐나다인이                   은 없다. 물론 한국인이라고 해도 끈끈한 정을 이어 나가
        정을 해주지 않으니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했다. 심지                 지만 캐나다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 아니다.                   기는 힘든 것이 이민자 사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글 전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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