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캐나다 익스프레스 - 밴쿠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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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June 25. 2021 EDUCATION VANCOUVER LIFE WEEKLY
그림으로 세상을 보다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타이틀로 8주간의 아트 는 것이다. 물론 늦게 시작해서 서툴고 투박스러울
프로그램을 이수한 60대의 여인들이 모여 그림 전시 수는 있어도 열정과 마음만큼은 전문작가에 비견할
회를 6월 19일부터 6월 26일까지 핏 메도우에 있는 수 있을 정도로 열의를 다한다. 그 중엔 타고난 끼
블루베리 팜 농장에서 하고 있다. (그분들은 6학년 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재능이 있어 바로 눈에
이라고 말한다.) 날마다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 전시 확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더
회를 하고 있는 전시회장을 오늘 21일 낮에 방문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했다. 아트 프로그램엔 남자 반도 있지만 늦게 시작 시간을 황금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다. 꿀물이 샘솟
한 관계로 이번 전시회에는 권호중씨 한 명만 전시회 는 시간으로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을 바꾸어 놓는
에 참여하였다. 일이다.
메도우 아트 크라스라는 이름의 이 미술을 배우는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경쟁사회에 부대끼고, 사
모임은 블루베리 농장을 바라 보이는 테라스에서 미 람들에게 부대껴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위해 힐
술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미술의 눈을 뜨게 링, 웰빙 등 여러 가지 단어 들어 사용한 아트가 대
한 교수는 성악가이기도 한 한격미 교수이다. 세를 이룬다. 마음치료 아트, 마음치료 글쓰기, 마음
이번에 전시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강문숙, 구숙희, 치료 음악, 마음치료 산행, 마음치료 춤사위 등 많
박혜자, 황창순, 그리고 남자반의 권호중씨이다. 은 활동들이 마음을 치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요즈음 한국에서는 은퇴 후에 미술, 춤, 문학, 음악, 이미 입증이 되었으며 멘탈핼스 즉 정신치료에도 많
사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후를 즐기는 노 이 접목되고 있다. 즉 시작은 프로가 되기 위한 것이
년인구가 점점 늘고 있고 이들 중에서 일부는 그림, 아닌 마음을 치유하고 치매 등 노년기의 질병을 방
사진 전시회는 물론이고 시화전, 음악 발표회 등 다 지하기 위해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문작가가 되
양한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다. 이런 예술 크라스가 커
중에서 전문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집 뮤니티 센터 등에 많이 있긴 하지만 같은 언어로 소
을 출간한 시골 할머니들도 있다. 통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배운다면 더욱 활
사느라고 몰랐던 인생의 맛을 알아 가는 이들은 발한 활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프로그램의 교수
늦게 배운 예술창작에 열정을 바친다. 그래서 인생 인 한격미씨가 학생들에게 처음 그림을 그리게 한 것
은 이제부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집에서 손 이 신생아가 처음 본 세상처럼 총천연색의 화려한 무
주들이나 보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허비하기보다는 지개 빛 세상이 아닌 흑백의 세상이었다고 한다. 사
먹고 사느라 하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 진도 우리가 어렸을 때 흑백 사진뿐이었고 텔레비전
도 흑백뿐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총천연색의 무지
개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시작이 흑
백으로 시작했으니 흑백을 먼저 자세히 바라볼 필
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사랑이 가득한 세상의 꽃도
그리고, 자연도 화폭에 옮겨 놓는 것이다. 세밀한 디
테일이 아니어도, 어찌보면 초등학생 그림 같은 그림
속에 삶을 살아온 지혜가 담겨 있다. 세상은 복잡하
지만 단순하게 보면 한없이 단순하다. 나이가 들어
가면 갈수록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 간다. 사
랑을 듬뿍 담은 꽃이 사람에게 희망을 주듯, 사람이
그림의 꽃에 사람을 듬뿍 담아 그 기운이 그림을 관
람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하트 모
양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웃고 있는 그림처럼 잠시
그림속으로 들어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행복은 마음
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물론 전시회에 가야 볼 수 있
기도 하다.
전시회를 열고 있는 장소도 자연 속 블루베리 농
장 안 집에서 열고 있으니 고개만 들어 먼 산을 보면
골든이어 마운틴이 아직도 눈을 쓰고 있고 농장은
푸르른 여름이다. 이렇게 야외의 풍경과 어우러진 전
시회를 놓친다면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글 전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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