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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6 2024                                                   문예광장                                           WWW.CANADAEXPRESS.COM 23




                                                                         행복



                                                                                                                           고 (故) 늘샘 반병섭
                                                                                                                 1924-2017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설립자, 원로시인, 소설가, 목사






                                      아침엔 까치 한 쌍의 서창을 듣고                                틈 나면 정원을 휘 돌고
                                      낮에는 기다리던 편지를 받고                                   월 목 한주 두 번 Golf장에 나가

                                      저녁이 되면 돌아 갈 집이 있고                                 다정한 친구들 만나고

                                      집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고                                 창공에 백공을 날리는
                                      간간이 딸들의 전화를 받고                                    긴 호흡 쭉 펴는 가슴!



                                      하나인 아들 성우의                                        사소한 일 소중히 하고

                                      두번째 득남                                            지극히 적다는 것 크게 여기며
                                      지구에 던져진 이 한 몸                                     더 바라지도 않고
                                      5자녀 11손이라                                         못다한 사랑만을 뉘우치며 산다.












        음악의 힘 – 음유시인 이동원



                                                                                                                                     김영선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고1, 내 여고 시절에 처음 듣던 그의 노            당들이 우리집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이               도 전하지 못했는데, 나는 고국에 있는  리 조정 경기장 근처 카페에서 그를 보
        래, “이별노래”로 시작으로 해서, 가수 이            동원의 이별노래가 흘러나왔다. 나의 일               언니에게 장례식장에 한번 가 봐달라고  았다. 바에 앉아 한잔하는 그 옆에 내가
        동원의  음악은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당들은 나를 향해 환호를 외쳤다. 우리                            요청해본다. 그가 나를 위로해 준 것처               앉아 있었다. 그때 내가 그의 음악의 팬

        내 차 앞자리 카스테레오 안에. 지치지               DJ 오빠가 나를 보면 자동으로 내 노               럼, 떠나는 그의 날들이 외롭지 않도록  이라고 말해줄 것을… 후회해 본다.
        도 않고 항상 똑같이. 주변에서는 15살  래를 선곡해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슬픈 나의 마음               그래서 예술가는 외로운 건가 보다.
        아이가 그런 노래를 왜 듣는지 이해를  달이 흘렀는데, 어느 날 갑자기 DJ 부스                           을 유튜브 그의 노래 사이트에 댓글로  짝사랑처럼. 대답 없는 허공에 자신을
        못 했다. 나 또한 왜 그렇게 끌리는지  에 불이 꺼지고, 더이상 DJ 오빠의 모습                          조문을 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바치는. 대답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누
        사실 몰랐다.                             은 보이지 않았다. 나를 보지 못하고 가              그의 노래에 위안 받고 힘을 얻었는지  군가에게 위로가 되며 동행하고 있음을
         우리 학교 앞에는 DJ가 있는 꽤 큰 분             서 서운하다고 했다고, 우리집 여사장님               알게 되었다. 그가 알았을까. 떠나는 그              기억하기를 바래본다. 몇 년 전 고국을
        식점 ‘우리집’이 있었다. 대학생 DJ 오빠            이 그 DJ오빠의 말을 나에게 전해주었               가 알고 있었기를 바란다.                      방문했을 때 부산에서 거제로 가는 해
        가 학생들이 즉석떡볶이를 시켜 먹으면                다. 이 사건의 주범은 우리 학교 이사장               노래는 듣는 우리에게 큰 힘을 준다.               저터널 앞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무
        서 신청한 노래들을 틀어 주었다. 주인               님이셨다. DJ 오빠가 여학생들 공부에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위로해 주며  명 가수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어
        아주머니는 전에 하셨던 조그만 분식집                방해된다고 우리집 여사장님을 협박반,                우리의 인생길을 동행해 준다. 그러면서               서, 나는 이동원의 “장미 그리고 바람”
        이 장사가 꽤 잘 되자, 더 큰 건물로 이             설득반으로 그의 주장을 관철 시켰던                 도 정작, 한 번도 만나 본 적도 없고, 서            을 신청해 본다. 나는 그의 노래들이 내
        사해 DJ 부스까지 만들어서 우리 여학               것이다.                                로 허심탄회하게 인생을 얘기한 적도 없               가 숨을 쉬는 그 마지막 길까지 나를
        생들에게는 단연 인기 최고의 분식점 여                그렇게 시작된 가수 이동원과의 만남                지만 따스하게 우릴 감싼다. 그건 힘이               동행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나는 15세의
        사장님이 되셨다. 조그마했던 분식점 때               은 오십이 넘은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다. 묵묵히 동행하는 철학자처럼. 그렇               나에게, 평생의 나의 동반자가 되어준 이
        부터 단골손님이었던 나와 나의 일당들                어디든 운전하고 갈 때면 내 길의  동반              게 많은 사람의 인생 한 부분을 동행했               동원의 노래들을 선곡해준 나에게, 어깨
        은, 거의 매일 방과 후, 조금 과장해서              자가 되어준다.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으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의 음               를 두드리며 말한다. 고마웠다고… 선
        말하면, 학교에 출석하는 것과 거의 비               전에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던 가사들이                악의 힘에 대해 그에게 얘기해 주며, 그              곡 실력 아주 좋았다고.
        슷한 비율로 분식점, ‘우리집’에 도장을              지금은 가슴뼈에 묻히기도 한다. 때론                를 위로해 주고 그의 인생의 동행자가                   학
                                                                                                                     ●
                                                                                                                     문

                                                                                                                     한
                                                                                                                     3

                                                                                                                     (
                                                                                                                     년

                                                                                                                     버
                                                                                                                     사
                                                                                                                     국
                                                                                                                     )
                                                                                                                     협
                                                                                                                     밴
                                                                                                                     문
                                                                                                                     2
                                                                                                                     0
                                                                                                                     쿠
                                                                                                                     2
        찍었다. 학기초엔 친구들에게 내가 “오               슬픈 나를 위로해 주며 인생이 무엇인지               되어 주었을까 생각해 본다. 한번 미사              상
                                                                                                                    예
                                                                                                                   입

                                                                                                                    신
                                                                                                                    문
                                                                                                                    춘
        늘 우리집에 갈래?” 하면, 친구들은 우              깨닫게 해 주기도 한다.
        리 집에 가자는 건지, 분식점에 가자는                음유시인이었던 그가 세상을 떠난
        건지 혼동했지만 곧 그렇게 우리 일당                2021년 11월 14일은 참으로 슬픈 날이
        의 아지트가 되었다. 우리들의 우리 집이  었다. 고국에서 언니가 그가 세상을 떠
        되었다.                                났다고 연락해 주면서 “너 때문에 줄기
         물론 나의 신청 곡은 필수였다. 이동               차게 이동원의 노래를 들었었는데”.라
        원의 “이별노래”. 어느 순간부터 우리 일             고 한다 ‘정말 고마웠다’고 그에게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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