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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름의 정원 문학회




                                                          기고: 김보배아이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는 이맘              히 안 좋은 사이였다면 좋아질 법한 부부 게
        때쯤 정원문학회 또는 호수문학회의 이름을              임은 보는 이들이 간지럼을 탈만큼 익살맞
        붙여 야유회를 갖는다. 올해는 삼십 여명의             았다. 추억의 소풍날 게임인 밀가루 속 사탕            게 새치가 피어있는 어른들이었지만 야생화             며 문인 모임의 수장다운 깊은 소회를 전해
        문우들이 그 배우자와 자녀들을 동반하여               찾기 후에는 박장대소가 만발했고, 림보 경             가 안팎으로 둘러싼 정겨운 정원 안마당에             주셨다.
        랭리 소재의 갈멜산 기도원 너른 마당에 함             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엄청난 유연성을 뽐내             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서 골목            '잘 빚은 술향기는 백 리를 가고, 꽃향기는
        께 모였다.                              며 즐거워했다.                            길에서 놀았던 추억을 불러오는 시간이었다.            천 리를 가지만, 글과 사람의 향기는 만 리
         유난히 더디게 다가온 올해 여름, 7월 20일           한편 포트무디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지휘              한나절을 박장대소로 웃고 마음껏 떠들어              를 간다.'는 민완기 회장님의 말씀처럼 필자
        토요일 태양이 머리 위 한가운데 짱짱하게              자이기도 한 박혜정 수필가의 리드로 한국              서 그런지 더위도 잊고, 피곤함도 잊었다.            는 집으로 돌아와서 모임에 대해 더욱 잔상
        떠 있었다. 오랜만에 격조한 사이를 허무는             인들이 사랑하는 명시 가운데 노래로 불리어              줄리아 헤븐 김 수필가는 “마치 기차를 타           이 남았는데, 문인이라는 수식어를 일상 옆에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첫 순서로 정원 백일             더욱 사랑받은 유명한 시를 함께 불렀다.              고 찾아간 것 같은 여행의 설렘을, 푸른 풀           걸어둔 사람들의 여름 소풍이었기 때문이었
        장을 알리는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2024년                                              밭에 놓인 야외 의자에 엉덩이가 푹 파묻히            는지 정원에서의 시간은 한적했었다는 느낌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형만 수필가가 부친의               엄마야 누나야/김소월                        는 순간 깊은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근 것 같           이 들었다. 이 지면을 통해 소중한 시간을 내
        방짜유기 작품인 징을 가져와 울렸다. 부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은, 기분 좋은 착각으로 여름을 즐긴 행복한           어 모임에 힘쓴 모든 문우님께 감사하고 성
        은 이봉주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유기장으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날이었습니다.”라며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심을 다해 행사를 준비한 임원분들께도 고
        로 방짜유기 징은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기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후기를 남겼다. 김춘희 수필가는 “제 노후의           마운 인사를 올리고 싶다.
        어려운 구리 황금색 농부의 얼굴이었고, 그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삶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도록 저를 문협에              마지막으로 정원 백일장에 가장 많은 득
        소리는 그윽했다.                                                              이끌어주신 성령께 감사한 날이었습니다.”라             표를 받은 세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읽
         문인협회 야유회의 백미인 ‘백일장’은 회원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는 “어디서 무엇이 되          면서 문인 활동에 대한 감격스러운 소회를             는 분들께도 그 여운을 남긴다.
        들이 평소 연마한 문장 실력을 진검 승부하             어 다시 만나랴”라는 시의 마지막 행이 한국            나누었다. 캘거리에 거주하면서도 다양한 집
        는 자리다. 백일장 시제는 기도원장인 박명             추상화의 대부 김환기 화백의 그림으로 알려             필 활동으로 참여하는 이정순 동화 작가는              정원 백일장 장원
        숙 수필가가 비밀에 부쳐두었다가 시제를               졌고, 형제 듀엣 '유심초'의 노래로 재탄생하           문협의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행사 후기와              <들꽃> 송요상
        적은 두루말이 족자를 주르룩 펴서 발표했              면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을 구경하기만 해서 아쉽다며 “야생화”              갈멜기도원 산책로에 피어 있는 들꽃들에는
        다. 시제는 “들꽃”, 짧은 시간 안에 순발력과                                              백일장 시제에 한 수를 올려 훈훈하게 했다.            수많은 성령들의 기도와 기원이 깃들어
        기지를 발휘해야 하기에 회원들은 즉시 각 자             저녁에/김광섭                                                                찾는 이들마다 가슴에는 진한 감동이 스며 온다
        리에서 시작에 열중했다. 반 시간 남짓, 삼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들꽃/이정순                             한낱 푸른 숲과 잔디밭에 소망도 숨어 있어
        여 명의 문우들은 각자 일상에 녹아있던 감성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들꽃 따서 화관 만들고                       우리들의 삶에 잊혀지지 않는 생활의 숲속으로
        과 은유를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나름의 “야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들꽃 따서 연지곤지 찍고                      남아 있기를 빌어 본다
        생화”를 담은 시들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들꽃 따서 꽃반지 만들고
         응모작은 건물의 외벽에 게시되었고, 회원              밤이 깊을수록                             들꽃 따서 원앙금침 만들어                     정원 백일장 차상
        모두가 심사에 참여하였다. 모든 작품을 살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너는 신랑 나는 신부                        <문득 멈춤> 반현향
        핀 후에 가장 마음에 와닿는 글에 한 표를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유년의 추억!                            낯설고 고된 식당 일 마치고
        던지는 방식이었다. 표를 많이 받는 순서대              이렇게 정다운                                                                들길을 걸었다 문득
        로 장원, 차상, 차하 세 작품을 선정하였다.            너하나 나하나는                            로터스 정 시인은 “먼 길 마다치 않고 한            삶의 시기가 멈추라고 부른다
         한낮의 태양보다 더 뜨거웠던 시름의 시간              어디서 무엇이 되어                         걸음에 달려와 주신 선생님들과 소중한 가              안개 같은 생활에
        을 마치고 기도원 주변으로 산책을 하면서               다시 만나랴...                          족분들도 함께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어 감             끊임없이 다가가는 시각들
        만발한 들꽃을 구경하면서 돌틈과 나뭇가                                                   사드리며, 환대하느라고 건물사이를 맨발의              버릴 것과 간직한 것조차
        지 위, 길섶과 모퉁이 뒤에 숨겨진 보물찾기             가을 편지/고은                           투혼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멋진 장소 제공             무의미하다
        쪽지를 찾았다. 하나같이 오랜만에 해보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과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박명숙 기             이 순간 생애 한 가운데
        추억의 놀이라서인지 보물을 찾은 이들의 아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도원장 내외분께 감사드린다.”라고 감사 인             바람은 불고
        이 같은 환호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왔다.               낙엽이 쌓이는 날                          사를 했다.                              햇살 아래 대지는 끊임없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전직 주방장의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모든 순서를 기획하고 진두지휘한 민완기              움을 튼다
        솜씨를 한껏 뽐내는 양한석 수필가가 정성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회장님에게 따로 소감을 여쭈었다. “백일장             오롯이 떠 있는 구절초가
        껏 준비한 매운 돼지불고기와 함께 한국인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응모작 중에 한시(漢詩)가 있었어요. 비록 입           청초하게 피어 있다
        의 야유회 밥상에 빠지지 않는 삼겹살, 모듬             낙엽이 흩어진 날                          상은 못 했지만 기억에 남는 응모작들을 소             바람에 흔들대는 꽃잎이 모여
        쌈과 미역냉국이 차려졌고, 구수한 부추전이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개하고 싶군요. ‘가화불여야화향(家花不如              지나가는 발길을 부르고 있다
        주방에서 즉석에서 부쳐져 나왔다. 아름다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野花香) 야화불여가화장(野花不如家花長)
        기도원 정원의 한켠 수십 년 된 체리 나무 그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집에 있는 꽃은 들꽃보다 향기롭지 못하지              정원 백일장 차하
        늘에 놓인 식탁에 둘러 앉으며 식도락의 향              낙엽이 사라진 날                          만, 들꽃(야생화)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들꽃> 민완기
        연이 시작되었다. 풍성한 만찬에 이어 김난호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또 한편은 ‘들에 피면 들꽃 채소밭에 피면 연           들판에 네가 없었다면
        수필가가 양식 전문가의 솜씨로 과일 담음                                                  지곤지 아빠가 꺾어 받힌 울 어메 부케더미             그 길을 걷지 않았으리라
        새를 완성하여 선보였고 모두는 감탄했다.               시가 노래가 되는 것은 부연 설명이 필요             사랑한단 말 대신 내 가슴에 들꽃 무덤 한             소박하고
         식사 후 이어진 순서도 다채로웠다. 김보배            없지 않을까. 시어에는 음률이 담겨있으니까             가득 피는 듯 지는 듯 향기인 듯 남겨 놓고            겸손하고
        아이 수필가의 맨손 체조는 일상으로 긴장              말이다. 장조의 밝은 기운이 들어 있는 행이            간 사람 들꽃 같은 그 사람’, 분주하고 쳇바           이름도 모를
        했던 몸을 풀고 숲속의 신선한 공기를 깊이             있는가 하면, 단조의 그늘도 행간에 숨어있             퀴 같은 일상 가운데에서도 시심을 품고 사             네가
        들이마시는 순서였다. 아보츠포드 교육청에              다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를 통으로 외우             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일들이 얼마나 귀             그곳에서 미소 짓기에
        서 한인 청소년 담당자로 근무하는 윤미숙              기는 쉽지 않지만 노래가 되면 사람들의 뇌             하고 소중한 것인가요! 밴쿠버에 문학을 사             오늘도
        시인이 수십 가지 놀이를 예능프로그램의 사             리에 남는다. 정원 문학회 덕분에 귓가에 맴            랑하는 사람들이 좋은 계절을 맞아 시제를              들길을 걷는다
        회자처럼 진행했다. 몸으로 속담을 설명하여             돌았던 노래가 원래 노래가 아니었고, 시였             놓고 함께 겨루어 시심을 가다듬는 일이야              또
        맞추게 하고, 네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한 음            다는 것도 알게 되어 뜻깊었다.                   말로 난향천리(蘭香千里)를 넘어 문향만리              너를
        절씩을 외치면 단어를 추측해 내야 했다. 특             즐거운 시간은 좀 더 이어졌다. 머리에 하얗          (文香萬里)의 기쁨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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