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캐나다 익스프레스 - 밴쿠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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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ANADA EXPRESS / LIFE                                                                                                     MAY/19/2023




             시인이 보는 세상

             어머니...오월 어버이날에


                                                                                                                    글쓴이 | 전재민
                                                                                                                     시인/ 수필가/ 조리장
                                                                                                            문학사랑협회 회원, 캐나다한국문협 회원

                                                      를 알려주던 산에서
                                                      열무 뽑아 개울에서 하얗게 뿌리를 씻어 함지박에 담아            이미 세상을 떠난 지도 오래 건만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
                                                      버스 타던 뒷모습
                                                                                               날이면 카네이션을 받은 사람들, 자식에게 선물을 받은 사
                                                                                               람들, 효도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아침 새참 점심 새참 저녁 하루 다섯 끼 이고 지고 논으로         나는 돌아 가신 부모님을 캐나다 한 번 구경 시켜 드리지
                                                      오던 어머니                                   도 못한 못난 아들이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호미에 찍힌 감자 개울가 독에 담아두고 물을 갈아 전분
                                                      가루 만들고                                   한국에 살 때도 직장이 명절 때마다 근무를 해야 하는 상
                                                      고추 따다 연탄가스에 숨 막힐 듯한 광에서 고추 말리고
             어머니                                      골짜기에 베어 세워둔 들깨, 참깨 털어서 오던                황이라 다른 동네 아들은 다 오는데 넌 못 오나 하던 부
                                                      늘 고단한 나날이었다                              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이민 온 뒤에야 한국에서
             그 시대엔 그렇게 사는 것이 숙명 인줄 알았습니다                                                       도 버스 타거나 기차 타면 내려갈 고향을 비행기를 타야
             그 시절에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새 옷은 장롱에 고이 간직하고                         하니 더욱 자주 못 찾아 뵙게 되었고 어머니가 돌아 가셨

                                                      꽃 가라 몸뻬에  시장에서 산 이름 없는 자켓을 입고            을 때도 형편 상 갈 수 없어 마지막 가는 길에는 가보지도
             생선 몸통은 어린 아들 주고                          수건을 두른 머리에 부엌처럼 새까맣게 햇살에 그을 은 얼굴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어버이날이 해마다 다가오고 다른
             당신은 생선 머리나 무우를                                                                    부모들 모습에 거울처럼 나의 모습을 비춰 봅니다.
             먹는 것을 당연하다 여겼습니다                         아들 장가 들면 좀 나으려 나 싶었지만
                                                      결혼하고 서울 살던 큰 아들 캐나다로 떠나고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없는 아들 노릇과
             그 때는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평생 식구들 끼니 챙기시다 가셨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부모님 생각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고 볼품없는 시골 할머니 그 모습이지만

             한번도 엄마가 이쁘게 치장하고 나가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곳에선 편히 쉬고 이쁘게 화장도 하시길.                  신문에 한번 얼굴을 실어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집에는 그 흔한 구루무 한 통 립스틱 하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십시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머닌 치아가 없어                     하늘에서 보고 있을 부모님                           사랑 표현은 많이 해도 부족합니다 하는 말들을 듣고도
             찬물에 말은 밥에 김치 쭉 찍어 얹어 우물우물 넘겼다                                                     마음속으로만 사랑한다 말하고 표현을 잘 못했던 것이
                                                                                               후회되기도 합니다.
                                                      이젠 지식들한테 선물 받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밭에서 쪼그려 앉아 김매고              자식들한테 카네이션 받을 나이                         전화를 하면 할 말이 없어 빨리 끊게 되던 그 순간들이 떠
             청솔가지 연기가 매캐하게 그을은 부엌에서                   그래도 친구처럼 함께 살고 있는 게 어디냐고                 오릅니다.
             산등성이 땔감 하러 다니느라 일찍 보낸 자식 애창 자리           이역만리 떠나 얼굴도 못 보던 나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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