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캐나다 익스프레스 - 밴쿠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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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ANADA EXPRESS / LIFE MAY/19/2023
결코 무섭지 않은
곡성 마을 여행
T R A V E L 닐까 싶다. 노란색 갈대와 연둣
빛 나무는 초록을 향해 가고 꽃들이 차례로 핀
돌담처럼 생겼 다. 침실습지는 환경부가 고시한 22번째 습지보호구
고 어떤 집은 성벽처럼 역이다. 이곳에서 야생동물 1급인 수달, 흰꼬리수리, 2
꼼꼼하게 모양을 맞춰 쌓았다. 급인 삵, 남생이, 새매 등을 비롯해 638종의 양서류, 곤
어떤 집은 서양의 헤링본 무늬처럼 사선 충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개나리, 벚꽃, 으로 엇갈리게 쌓았는데 실제로 이것은 과거 네덜란 자전거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잠시 걸어도 좋다. ‘뽕
진달래, 목련, 철쭉……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꽃이 핀 드 사람 하멜이 강진에 왔을 때 돌담을 쌓은 모양이 뽕다리’라고도 부르는 고달리 잠수교에 닿으면 습지
다. 들판과 길을 채우며 활짝 핀 꽃도 좋지만 시골집 다. 하멜의 영향을 받아 당시 이 일대에서 유행했다고 의 모습도 꼭 보아야 한다. 이 다리는 비가 많이 오면
담장 위로 올라온 한 그루 꽃나무가 그렇게 예쁠 수 한다. 담장 사이로 봄꽃이 만개했고 산 밑에 얼마 남 잠길 정도로 물에 닿아 있어 습지 한가운데 와 있는
없다. 공포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알고 보면 외 지 않은 진달래는 마을에서 여행자를 위해 돌봐온 나 기분이 제대로 든다. 다리를 건너면 약간 올라왔을 뿐
할머니의 정이 넘치는 푸근한 마을 곡성에서 지내보자. 무다. 인데 시야가 비교적 넓어진다.
특별한 조형물은 없지만 수평의 구도와 잔잔한 색
◆기차마을에서 외갓집마을까지 꽃 몇송이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이 꽃으로 화전 감만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물은 하늘을 비추고 땅
덜컹덜컹…… 증 을 만들려고 한다. 그냥 화전이 아니라 토란화전이다. 과 물이 어우러진 지형과 동글동글 무리지어 자란 나
기기관차를 타고 곡성의 3대 특산물이라는 멜론, 딸기, 토란 중 토란으 무들이 만든 풍경은 말 그대로 ‘평화’다. 물안개가 올
간다. 창밖으로는 로 만든 전에 꽃을 올려 부쳐 먹는 것이다. 라와도, 겨울에 눈이 내려도, 해질 때 붉은 빛 속에서도
섬진강이다. 물길, 우선 토란과 찹쌀가루 섞은 것을 익반죽하고 이것 장관이라 사진가들의 포토존이라 한다.
자전거길, 찻길 그 을 둥글납작하게 팬에 올려 익힌다. 여기에 꽃을 올리
리고 기찻길까지 4 고 조청을 바르면 완성이다. 전은 부치면서 먹는 게 ◆느릿느릿 건강하게
가지 길이 동시에 맛, 어느새 한 접시가 다 동 났다. 섬진강의 하룻밤은 강빛마을에서 지낸다. 김화중 전
나 있는 곳은 여기 토란을 넣으니 그냥 찹쌀과는 식감이 다르다. 찹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계한 이곳은 은퇴자를 위한 마
뿐이라고 한다. 옛 의 쫄깃함에 토란의 쫀득한 식감이 더해져 입에 착착 을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독일식 외관을 가진 집
날식 교련복을 입 감기며 목으로 넘어간다. 꽃을 먹으니 봄을 먹는 기분 들이 나란히 서 있어 상당히 이국적인데, 이 중 일부가
은 아저씨가 간식 이다. 숙소다. 마을 뒤로 소나무 숲이 있고 앞에는 섬진강이
을 가득 담은 손 봄빛은 따스하고 물가에 앉아 전을 부쳐 먹자니 맛 흐른다. 천천히 머물다 가기 좋은 곳이라 체크아웃을
수레를 끌고 지나 과 멋이 그만이다. 이래서 화전놀이를 하는구나. 할 때면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간다. 아이들은 엄 시간이 맞으면 딸기 수확 체험도 즐겁다. 하얀 딸기
외갓집마을
마, 아빠를 졸라 ◆안개마을에서 침실습지까지 꽃과 빨간 딸기가 늘어진 고랑을 지나며 따먹는 맛이
과자와 음료수를 사 먹는다. 겨우 두 정거장 거리지만 섬진강에 왔으니 그만이다. 갓 딴 딸기는 모양만 봐도 싱그러움이 가
기차 칸에서 먹는 간식이 남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자전거도 한번 타 득해 자꾸만 손이 간다.
알고 있나 보다. 봐야겠다. 섬진강 집으로 가기 전 읍내 여행자 카페에 잠깐 앉아 본다.
시속 15~20㎞로 천천히 달려온 기차는 종착역인 가 하이킹은 보통 청 카페에 걸린 사진과 곡성 지도를 보며 이번에 가지 못
정역에 선다. 기찻길 내내 따라오던 섬진강의 힘찬 물 소년야영장 옆에 한 곳은 다음을 기약한다.
소리가 들린다. 가정역 앞 섬진강 출렁다리에서 보는 서 시작한다. 근처 운전도 싫고 걷기도 싫으니 기차 타고 내려와 관광
풍경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에 자전거대여소 택시를 타고 다녀도 되겠다. 날이 더워지면 카누도 타
물길을 건너 느릿느릿 걷는다. 목적지는 두계산골의 가 있어서다. 섬진 보고 아이들과 도깨비마을도 가봐야겠다. 한번 더 오
외갓집마을이다. 슬슬 걷다 보면 자전거 여행자들의 강을 따라가는 자 는 것으로도 부족하겠다.
쉼터 두가헌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길로 걸어 들어 전거 길이 유명하 VANCOUVER LIFE 편집팀
가면 외갓집마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 타고, 기 다 보니 자신의 자
차 타고, 걸어오느라 허기지다. 마을회관에서 마련한 전거를 타고 먼 곳
점심이 더 없이 반갑다. 외갓집마을 이라더니 외할머니 에서부터 오는 라
가 차려주는 밥처럼 푸짐하다. 쌈채소가 부족하자 부 이더도 많다. 코스
침실습지, 두가헌
녀회장님이 재빨리 나가 텃밭에서 따 오신다. 밭에서 도 2.2㎞ 거리의 체
바로 온 야채는 보들보들 향기롭다. 한참 맛이 오른 험자용부터, 68㎞ 산악자전거용까지 다양하다. 어쨌
쑥은 된장국과 어울렸고, 도토리묵은 탱글탱글 진한 든 강바람을 받으며 자전거를 달리는 맛은, 흔한 말
풍미가 제대로다. 로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이미 봄볕에도 더위를 느낄
밥을 먹고 꽃을 따러 간다. 마을을 휘휘 돌아 산 밑 정도지만 아직은 기분좋은 땀이 나는 라이딩이다.
꽃나무까지 간다. 이 동네는 돌담이 볼거리다. 집집마 이번에는 안개마을에서 출발해 침실습지를 돌아보기
다 담을 쌓은 모양이 달라서 어떤 것은 성글게 제주 로 한다. 지금이 침실습지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아 강빛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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