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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ANADA EXPRESS / LIFE                                                                                                     MAY/19/2023







            결코 무섭지 않은





            곡성 마을 여행








             T          R           A           V          E          L                                    닐까 싶다. 노란색 갈대와 연둣

                                                                                                        빛 나무는 초록을 향해 가고 꽃들이 차례로 핀
                                                                                         돌담처럼 생겼        다. 침실습지는 환경부가 고시한 22번째 습지보호구
                                                                                  고 어떤 집은 성벽처럼          역이다. 이곳에서 야생동물 1급인 수달, 흰꼬리수리, 2
                                                                           꼼꼼하게 모양을 맞춰 쌓았다.             급인 삵, 남생이, 새매 등을 비롯해 638종의 양서류, 곤
                                                                   어떤 집은 서양의 헤링본 무늬처럼 사선                충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개나리, 벚꽃,                                       으로 엇갈리게 쌓았는데 실제로 이것은 과거 네덜란                       자전거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잠시 걸어도 좋다. ‘뽕
        진달래, 목련, 철쭉……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꽃이 핀                  드 사람 하멜이 강진에 왔을 때 돌담을 쌓은 모양이                    뽕다리’라고도 부르는 고달리 잠수교에 닿으면 습지
        다. 들판과 길을 채우며 활짝 핀 꽃도 좋지만 시골집                   다. 하멜의 영향을 받아 당시 이 일대에서 유행했다고                   의 모습도 꼭 보아야 한다. 이 다리는 비가 많이 오면
        담장 위로 올라온 한 그루 꽃나무가 그렇게 예쁠 수                    한다. 담장 사이로 봄꽃이 만개했고 산 밑에 얼마 남                   잠길 정도로 물에 닿아 있어 습지 한가운데 와 있는
        없다. 공포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알고 보면 외                    지 않은 진달래는 마을에서 여행자를 위해 돌봐온 나                    기분이 제대로 든다. 다리를 건너면 약간 올라왔을 뿐
        할머니의 정이 넘치는 푸근한 마을 곡성에서 지내보자.                   무다.                                             인데 시야가 비교적 넓어진다.
                                                                                                          특별한 조형물은 없지만 수평의 구도와 잔잔한 색
         ◆기차마을에서 외갓집마을까지                                 꽃 몇송이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이 꽃으로 화전                   감만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물은 하늘을 비추고 땅
                                      덜컹덜컹…… 증          을 만들려고 한다. 그냥 화전이 아니라 토란화전이다.                   과 물이 어우러진 지형과 동글동글 무리지어 자란 나
                                     기기관차를 타고           곡성의 3대 특산물이라는 멜론, 딸기, 토란 중 토란으                  무들이 만든 풍경은 말 그대로 ‘평화’다. 물안개가 올
                                     간다. 창밖으로는          로 만든 전에 꽃을 올려 부쳐 먹는 것이다.                        라와도, 겨울에 눈이 내려도, 해질 때 붉은 빛 속에서도
                                     섬진강이다. 물길,          우선 토란과 찹쌀가루 섞은 것을 익반죽하고 이것                     장관이라 사진가들의 포토존이라 한다.
                                     자전거길, 찻길 그         을 둥글납작하게 팬에 올려 익힌다. 여기에 꽃을 올리
                                     리고 기찻길까지 4         고 조청을 바르면 완성이다. 전은 부치면서 먹는 게                     ◆느릿느릿 건강하게
                                     가지 길이 동시에          맛, 어느새 한 접시가 다 동 났다.                              섬진강의 하룻밤은 강빛마을에서 지낸다. 김화중 전
                                     나 있는 곳은 여기          토란을 넣으니 그냥 찹쌀과는 식감이 다르다. 찹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계한 이곳은 은퇴자를 위한 마
                                     뿐이라고 한다. 옛         의 쫄깃함에 토란의 쫀득한 식감이 더해져 입에 착착                    을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독일식 외관을 가진 집
                                     날식 교련복을 입          감기며 목으로 넘어간다. 꽃을 먹으니 봄을 먹는 기분                   들이 나란히 서 있어 상당히 이국적인데, 이 중 일부가
                                     은 아저씨가 간식          이다.                                             숙소다. 마을 뒤로 소나무 숲이 있고 앞에는 섬진강이
                                     을 가득 담은 손           봄빛은 따스하고 물가에 앉아 전을 부쳐 먹자니 맛                    흐른다. 천천히 머물다 가기 좋은 곳이라 체크아웃을
                                     수레를 끌고 지나          과 멋이 그만이다. 이래서 화전놀이를 하는구나.                      할 때면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간다. 아이들은 엄                                                           시간이 맞으면 딸기 수확 체험도 즐겁다. 하얀 딸기
        외갓집마을
                                     마, 아빠를 졸라           ◆안개마을에서 침실습지까지                                 꽃과 빨간 딸기가 늘어진 고랑을 지나며 따먹는 맛이
        과자와 음료수를 사 먹는다. 겨우 두 정거장 거리지만                                                 섬진강에 왔으니          그만이다. 갓 딴 딸기는 모양만 봐도 싱그러움이 가
        기차 칸에서 먹는 간식이 남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자전거도 한번 타          득해 자꾸만 손이 간다.
        알고 있나 보다.                                                                    봐야겠다. 섬진강            집으로 가기 전 읍내 여행자 카페에 잠깐 앉아 본다.
         시속 15~20㎞로 천천히 달려온 기차는 종착역인 가                                               하이킹은 보통 청          카페에 걸린 사진과 곡성 지도를 보며 이번에 가지 못
        정역에 선다. 기찻길 내내 따라오던 섬진강의 힘찬 물                                                소년야영장 옆에           한 곳은 다음을 기약한다.
        소리가 들린다. 가정역 앞 섬진강 출렁다리에서 보는                                                 서 시작한다. 근처           운전도 싫고 걷기도 싫으니 기차 타고 내려와 관광
        풍경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에 자전거대여소           택시를 타고 다녀도 되겠다. 날이 더워지면 카누도 타
         물길을 건너 느릿느릿 걷는다. 목적지는 두계산골의                                                 가 있어서다. 섬진         보고 아이들과 도깨비마을도 가봐야겠다. 한번 더 오
        외갓집마을이다. 슬슬 걷다 보면 자전거 여행자들의                                                  강을 따라가는 자          는 것으로도 부족하겠다.
        쉼터 두가헌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길로 걸어 들어                                                 전거 길이 유명하                                   VANCOUVER LIFE 편집팀
        가면 외갓집마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 타고, 기                                               다 보니 자신의 자
        차 타고, 걸어오느라 허기지다. 마을회관에서 마련한                                                 전거를 타고 먼 곳
        점심이 더 없이 반갑다. 외갓집마을 이라더니 외할머니                                                에서부터 오는 라
        가 차려주는 밥처럼 푸짐하다. 쌈채소가 부족하자 부                                                 이더도 많다. 코스
                                                        침실습지, 두가헌
        녀회장님이 재빨리 나가 텃밭에서 따 오신다. 밭에서                                                 도 2.2㎞ 거리의 체
        바로 온 야채는 보들보들 향기롭다. 한참 맛이 오른                    험자용부터, 68㎞ 산악자전거용까지 다양하다. 어쨌
        쑥은 된장국과 어울렸고, 도토리묵은 탱글탱글 진한                     든 강바람을 받으며 자전거를 달리는 맛은, 흔한 말
        풍미가 제대로다.                                       로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이미 봄볕에도 더위를 느낄
         밥을 먹고 꽃을 따러 간다. 마을을 휘휘 돌아 산 밑                  정도지만 아직은 기분좋은 땀이 나는 라이딩이다.
        꽃나무까지 간다. 이 동네는 돌담이 볼거리다. 집집마                    이번에는 안개마을에서 출발해 침실습지를 돌아보기
        다 담을 쌓은 모양이 달라서 어떤 것은 성글게 제주                    로 한다. 지금이 침실습지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아                    강빛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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