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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FEB. 14. 2025
겨울산
윤문영
존재 중심, 글쓰기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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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산을 갔다 "나 너 알아", 하면서
겨울 산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겨울 산을 겅중 겅중 달렸다
한 때 눈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흰 눈이 덮혀진 나무를 보며 받아들임을 배웠고
눈의 세상에서 마음껏 살았던 적의 일이다 안개가 흩어지며 속살을 보여준 풍광에 넉넉함을 배웠고
그리고 나서 초록이 그리웠었다 발을 옮길 때 마다 발과의 대화를 배웠다
초록과 땅의 색을 밟고 싶었다
봄에 피는 꽃 대신
오랜 만에 산을 갔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 대신
하얀 눈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흰 눈이 겨울산을 메웠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발 놀림이
차곡차곡 눈길에 낙서를 써내려 가고 있었다 오랜 만에 산을 갔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도착한 산에는
마음보다 몸이 신이 나서 한 까마귀가 마중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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