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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5. 2025                                              |  BOOK   |






                              이정순 동화작가 추천도서 15  《사자상》





                      우리 전통문화나 전통 의례를 알고 즐기고 계승하길 바라는 마음










        글 이정순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전통 의례를 계               는 말씀을 할아버지한테 하신 것 같                아버지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승하는 분들이 있어 아이들이 간혹 접               다. 그것은 할머니산소 수목원에 가서               친구 동민이는 할아버지를 저승사자
                                               할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할아버지가 한 말을 듣고 주훈이는 알               조수라며 주훈이를 놀린다. 주훈이는
                                               하지만, 나라를 떠나 외국에 사는 우리              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간장을 병에 담              할아버지가 외출하면 미행하기로 작심
                                               어린이들은 우리 전통문화를 접할 기                아 가서 제를 지내고 나서였다.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교각 밑 운
                                               회가 거의 없다. 물론 한인회나 다문화                                                 동 기구에서 운동을 하거나, 바둑을 두
                                               예술인협회 같은 단체가 있어 그곳에서                “할멈, 올해 담근 간장이야. 어때? 당신이 알        거나 그곳에 있는 할아버지들한테 인
                                               전통 놀이나 전통 예술을 접할 기회가               려준 대로 잘했지?”                        사를 먼저 하며 함께 어울린다.
                                               없지 않지만, 흥미 있어 하는 어린이는                                                  주훈이는 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어
                                               그리 많지 않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이름이 적힌 팻말               느 날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가 또 간
                                                김하영 작가의 《사자상》은 우리 옛               을 정성스럽게 쓰다듬었다.                     장병을 챙겨 깔끔한 옷을 입고 나가
                                               전통 의례를 우리 아이들에게 쉽게 전                “여보, 당신이 나에게 당부했던 일을              자, 주훈이는 미행한다. 어느 대문을 들
                                               달 하는 이야기다.                         이제 더 이상 못 하게 됐어. 도시 사람             어서자마자, 젊은 남자의 고함과 함께
                                                3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할아              들에게는 그런 게 필요 없는 것 같아.              할아버지가 쫓겨난다.
                                               버지가 주훈이와 함께 살면서 겪는 이               믿는 사람도 없고.”라고 말한다.                  간장이 든 비닐봉지는 대문 밖 바닥
                    책제목:《사자상》                  야기다.                                할아버지는 동네에 초상이 날 때마다               에 내동댕이쳐져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
                     지은이: 김하영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유언처럼 전                옥상에서 직접 담근 간장 한 병을 챙겨              다. 그 장면을 본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그린이: 신소담
                     펴낸곳: 가문비                  통 간장을 담아 사자상을 이어 가라                옷을 깔끔하게 입고 집을 나섰다. 할               밉다. 동민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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