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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 JULY. 25. 2025
다는 연락을 받고 또 간장을 챙겨가며, 대해 줄 게 아니냐.” 의미다. 서구에서도 자신들의 전통 의례
주훈이 더러 함께 가자고 한다. 동민이 를 지키고 즐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김하영 작가는…
네 간 할아버지는 부엌으로 가서 밥 세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멋지다고 생각 서구 문화를 즐기는 행사가 해마다 방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였으
그릇, 술 석 잔, 짚신 세 켤레, 묵은 간장 했다. 주훈이는 할아버지의 깊은 속뜻을 대해진다. 그래서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며 2022년 부산 아동문학 신인상을
세 종지를 채반에 담아서 현관문 밖에 알고 할아버지를 미워한 자신이 부끄러
받아 등단하였고, 2023년 동화 단편,
놓았다.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하는 걸 웠다. 우리 아이들이 《사자상》을 읽고, 남의
2024년 동화 장편이 아르코 문학창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후, 동민이 할머 나라 전통문화를 즐길 것이 아니라, 우
작기금 발표지원에 선정되었습니다.
니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왔 필자가 자랄 때는 집안에 초상이 나면 리 전통문화나 전통 의례를 알고 즐기
지은 책으로는 동화 모음집 『쏙
다. 고인이 입었던 옷을 동이 트기 전에 지붕 고 계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쏙 메모지』가 있습니다. 2023년 눈
위에 던져 고인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높이아동문학상 수상, 최신상으로
“할아버지, 방금 뭐 하신 거예요?” 의식이 있었다. 그 의식을 초혼이라고 하 -책속으로-
는 <사자상>,<벽란도의 마로, 변경에
“사자상을 차린 거란다.” 는데, 이는 망자가 생전에 입던 옷을 보고 “할아버지 때문이에요. 할아버지가 가다>,<쏙쏙 메모지>가 있다.
“사자상요?” 다시 살아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장 담근다고, 앞 동 빌라에 사는 동
“죽은 사람을 잘 부탁한다고 저승사자 세 또한 《사자상》에서 말하는 같은 의미다. 민이가 놀리 잖아요. 그러니까 장은 그림 신소담 작가는…
명에게 차려 주는 밥상이란다.” 왜 담가요? 그냥 사 먹어요.”
서양에서는 ‘할로인데이’ 가 있다. 그 “야, 주훈아. 너희 할아버지 저승사
“그런데 왜 간장을 놔요?” 어린이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날은 전통의상을 입고 아이들은 큰 자 자 조수라며?”
주훈이는 눈을 치켜뜨고 동민이를 다. 쓴 책으로 『요정도 우산이 필요
루를 들고 집집마다 사탕을 얻으러 다
,
,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 노려봤다. 해』그린 책으로 『차례』『체할라, 천
닌다. 그때 아이들이 하는 말이 있다. “누가 그래?”
,
,
서 나온 풍습이란다. 저승사자가 짠 간장을 천히 먹어』『홍시와 고무신』『활옥
‘Trick or treat!’ ‘사탕 안주면 장난칠 거 “초상이 났다 하면 너희 할아버지가
,
,
먹으면 물이 먹고 싶어 집 안으로 들어오겠지? 제일 먼저 가시잖아. 저승사자가 오 동굴과 아이』『전설의 달떡』『똥이
야.’ 즉 ‘해코지할 거야’ 하는 뜻이다. 그
저승사자가 집에 들어오면 죽은 사람이 살아 기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니, 조수 아 어디로 갔을까』,
래서 귀신한테 해코지당할까 봐 사탕을 니고 뭐냐?”
난다는 옛말이 있거든.”
할아버지가 긴 한숨을 내쉬며 사
“그래서 간장을 담근 거였어요?” 준비해서 아이들한테 준다. 이 말은 우리 자상 차리는 일이 이젠 없을 것 같다
“처음엔 그래서 담갔는데, 하다 보니 더 맛난 나라 덕담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호박 며 아쉬워했다. 주훈이는 할아버지의
간장을 담그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구나. 저승 속을 파내고 촛불을 켜서 대문 앞에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사자도 맛있는 간장을 먹으면 망자를 더 잘 는데, 귀신이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할아버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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