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캐나다 익스프레스 - 밴쿠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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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에게 직접 듣는 밴쿠버 학교 이야기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는 중입니다”








               노스밴쿠버 린밸리 지역 아가일 세컨더리(Argyle Secondary School)
               학부모 예계선 씨
















         1912년에 문을 연 린캐년 공원과 현수             절하게 챙겨준 아이들이 있어서 점차 나아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어요. 친               딸이 린밸리 엘리멘터리 다닐 때, 아가일
        교(Lynn Canyon Park & Suspenion      졌어요. 아들은 한창 사춘기였고, 워낙 수             구 관계도 흐지부지 됐고요. 세컨더리도               언니 오빠들이 배구클럽 가입하라고 왔어
        Bridge)로 잘 알려진 노스밴쿠버 린밸리            줍어 해서 적응이 더 어려웠죠. 아들 키가             원래는 1년에 8과목씩 배우는데, 10주동안            요. 딸도 신청해서 매주 화요일에 아가일
        지역은 최근 몇 년 간 재개발로 인하여 신             180cm인데, 다 큰 녀석이 세 번을 울었어           2과목으로 바뀌었어요. 아들은 다른 한국              학생들에게 배구를 배웠어요. 재능 나눔의
        축 콘도들이 많이 생겨났고 린밸리 엘리멘              요. 여기 와서 바보 된 것 같다고. 캐나다            아이들처럼 수학과 과학은 잘 하는데, 영              기쁨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세컨더리 학
        터리(Lynn Valley Elementary), 바운더리    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의 의견               어와 사회 과목은 힘들어 했어요. 학교에              생들이 기특했어요.
        엘리멘터라(Ecole Boundary Elementary),   과 감정을 어필하는 게 당연한데, 겸손이              상담 받으러 가니까, 과학선생님과 수학
        올해 새로운 건물로 이전한 아가일 세컨               미덕인 한국에서 온 우리 애들은 부끄럽기              히 아가일 세컨더리 과학선생님은 몸은 아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린밸리에서의
                                                                                선생님은 아들을 많이 칭찬하더라고요. 특
        더리(Argyle Secondary School), 린밸리    도 하고 말도 안 통하니까 입다물고 가만                                                       생활에 만족하시나요?
        센터(Lynn Valley Centre), 린밸리 도서      히 있는 거죠.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점심            담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중년 여성인데, 한                    A. 최근에 이 평화로운 동네와 어
        관, 렉센터(karen magnussen community    도 혼자 먹고. 학교에 매일 가는 것만으로             국인을 좋아하는 유쾌한 분입니다.                  울리지 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Recteation centre), 세이브 온 푸드, 세이    도 얼마나 고맙던지.                          가끔 딸이 도시락으로 김밥 먹고 있으면              린밸리 주민들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
        프 웨이가 도보 10분 전후 거리에 있어 생                                                지나가면서 ‘김밥 먹을 수 있는 넌 진짜 행            며 지혜롭게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2019년 1월부터 자녀를 린밸리의 학교에  Q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예요.                권유로 아들은 저학년 수학교실에서 학습               있습니다.
        활하기 편리한 지역 중 하나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민자라면  운아야’라고 농담도 한대요. 과학선생님의                          저는 린밸리에서의 평온한 삶에 만족하고

        보내고 있는 예계선씨에게 린밸리 지역과                      A. 아이들이 이른 나이에 왔고, 영         보조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문제는 영               이웃들의 자녀 교육 방침이나 화목한 가
        학교 분위기에 대하여 물었다.                    어를 미리 준비 했더라면 덜 고생 했을까              어와 사회 과목이죠. 영어를 못하니까, 발             정생활을 지켜보면 배울 점이 많아요. 한
                                            후회한적도 있는데, 초보이민자는 누구나               표할 엄두가 안 나겠죠. 쪽지시험을 아무              국사람들은 대게 자녀들을 아쉬울 것 없
        Q     거주지로 린밸리를 선택한 이유              겪는 통과의례 더라고요. 이민 선배님들이              리 잘 봐도,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이 키우려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초등
              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절대 주지 않고,
                                            3년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해서, 시간이 지
                                                                                않더라고요. 인종차별은 없지만 언어차별
               A. 남편의 직장 때문에 2018년 12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은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돼요.                   저녁 식사 준비도 가족끼리 순번을 정하더
        월에 밴쿠버에 도착했는데, 린밸리는 남                                                                                       라고요. 아들 친구가 저녁 당번이라고 서
        로 출장 왔을 때 린밸리에 대한 인상이 좋 Q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시네             Q     아가일 세컨더리 학생들의 일상이              둘러 집에 가길래 메뉴를 물어보니 달랑
        편이 주저 없이 결정했어요. 예전에 밴쿠버
                                                  요.
                                                                                     궁금합니다.
                                                                                                                    ‘스프’라네요. (웃음) 삶을 바라보는 기준
        았나봐요. 시선이 닿는 곳 마다 그림 같은                    A. 한국에서는 진짜 욕심 많고 조                A. 한국 학생들은 학원에 많이 다           과 방향이 한국 사람들과 달라요. 처음에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학교와 쇼핑몰, 주요             급했는데, 여기 와서 깨닫게 됐어요. 그동             니는데, 우리 아들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             는 의아했는데, 살다 보니 일리가 있더라
        생활시설이 도보 가능 거리에 모여 있어 아             안 나는 가짜 부모였구나. 아이들을 있는              다고 해서 집에 오면 한숨 자고, 게임하고,            고요.
        이 키우기 좋은 것 같아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더라고요. 부               숙제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요.                    아이들이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끄러운 고백인데, 한국에서는 아들이 학교               그래도 펜데믹 전에는 하교길에 친구들               기본 원리를 탐구할 줄 알고, 당당하게 의
        Q     자녀들의 학교 생활은 어떤 가              에서 공부 잘한다고 칭찬 듣고, 상 받아올             과 도서관에 가서 숙제하고 놀다 왔죠. 한             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행복한 사람으로
                                            때 예뻤어요. 지금은 애들이 건강하고, 마
              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우선순위를
                                                                                국인들이 린밸리 도서관 방문하면 심한
               A. 2019년 1월부터 G9였던 아들은       음 안 다친 것 만으로도 예뻐요. 조건 없             문화충격을 받아요. 열람실에서 간식 먹               느긋하게 바라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기고
        아가일 세컨더리, G6인 딸은 린밸리 엘리             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는 중입니다. 제가             고, 맨땅에 주저 앉아 책 읽고, 친구들과 시           있어요. 얼마전에 딸이 행복하다고 말했어
        멘터리에 다녔어요. 남매가 적극적인 성격              종교는 없는데, 매사에 감사기도를 하게               끄럽게 토론하고, 튜터 수업도 받고… 누              요. 울컥 하더라고요. 사춘기 자녀와 부모
        이 아니고, 영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            되는 요즘입니다.                           구도 조용하라고 지적하지 않더라고요.                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에 갑자기 오게 된 터라 초반에 무척 고생                                                 (웃음) 도서관에 갔다가 근처 공원에서 운             이 감사하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힘든
        이들 하교시간만 되면 심장이 쿵쿵했어요.  Q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 덕분에  동하고, 춤추고, 수다 떨고, 세컨더리 학생                        일이 생길 때, 사춘기 시절의 좋은 추억들이
        을 했어요. 딸은 한달동안 매일 울었죠. 아
                                                  자녀분들이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어려움을 이겨낼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소
                                                                                들은 방과 후에 그렇게 지내더라고요. 아
        시무룩한 표정을 보는게 힘들었거든요. 딸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가일 학생들이 초등학생들 가르치는 봉사               망하고 있습니다.
        아이 반에는 한국인이 없었어요. 다행히 친              A.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예요. 펜데믹이             활동도 해요.                                          김세라 STAFF 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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