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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CL O S E   U P   FI L M                                                                                       SEPTEMBER 20 2024











                                                                                               한국 시리즈 영화의 진화




                                                                                                       '베테랑2'
















         영화 '베테랑2'는 반성문 같다. '베테랑'(2015)은 개봉                                                              은 과"라고 "우린 닮았다"며 박선우를 곁에 둔 게 바
        당시 한 단어로 요약됐다. 사이다. 평범한 형사 서도철                                                                   로 서도철이지 않았나. 그러니까 '베테랑2'는 '베테랑'이
        이 재벌 3세 조태오를 말 그대로 때려잡는 모습을 본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공유하는 정의에 대한 그릇된 시
        관객은 그 통쾌함에 열광했다(1341만명).                                                                         각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줬고 그로 인한 혼란에 일조
         그런데 '베테랑'은 묘한 이미지를 남겼다. 경찰이 사법                                                                  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사과하는 것만 같다.
        체계 안에서 권력자를 체포했다는 사실보다 착한 형                                                                       전작에서 아내가 "당신 아드님이 학교에서 애 팼단다"

        사가 나쁜 재벌과 이른바 맞다이를 떠서 때려 눕힌다                                                                     라고 말하자 "때려서 깽값 무는 건 참아도 쥐어 터져서
        는 영화적 상상만 각인된 것이다.                                                                               병원비 내는 건 못 참는다"고 했던 서도철은 그래서 후
         이 인상에서 파생한 말이 사이다였다. '베테랑2'는 '베                                                                 속작에서 학교 폭력을 당해 얼굴이 엉망이 된 아들에게
        테랑'을 거대한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낱말을 직격한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서도철은
        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기 만하면 끝인가. 사이다가 정                  성공을 부러 전복하려 한다. 두 영화가 서로 영향을                     죽은 것만 같은 박선우를 어떻게든 살려내서 자신의 정
        의인가.' 그래서 속편은 사이다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                  주고 받긴 하나 이처럼 다른 영화로 존재하기에 나음                     의가 아닌 법이라는 제도로 심판하려 한다.
        는 캐릭터와 사이다를 목구멍으로 들이붓길 원하는                      과 못함을 굳이 비교할 필요는 적어진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베테랑'이 앞세웠던 정의가 일

        대중을 한 통속으로 몰고, 9년 전 사이다를 상징했던                    이 때 류 감독의 이 선택은 시리즈 영화로서 '베테랑'                  부 변질되는 과정에 미디어와 대중이 책임져야 할 일들
        서도철로 하여금 그들에게 수갑을 채우게 한다. 그리                    의 격을 높인다. 그간 한국영화 시리즈물은 대체로 같                    이 있다고 짚고 넘어간다. 살인마 박선우를 정의의 사
        고 이렇게 답하는 듯하다. '사이다는 건강에 해롭다.'                  은 캐릭터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식의 동어반복                     도 해치로 격상해 명명한 건 정의부장TV를 운영하는
         '베테랑2'는 '베테랑'을 뒤집어 엎는다. 당연히 전작과                에 그쳐왔다. 이와 달리 '베테랑' 시리즈는 1편의 이야기                 전직 기자 박승환(미디어)이었다. 이 유튜브 채널의 선
        후속작의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굳이 비유하자                    를 2편에서 적극 이어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 스토리                    동을 비판 없이 받아 들이고 해치의 행각을 정의라고
        면 1편이 입에 넣자마자 톡 쏘는 청량 음료였다면, 2편                 를 발전시켜 몇 걸음 더 내딛음으로써 이 영화가 시리                    추어올리며 그의 범죄에 사실상 가담했던 게 정의부장
        은 쓴 맛이 오래 남는 엽차. 1편이 기분을 업 시킨다면,                즈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분명히 한다. 1                    TV 구독자(대중)였다.
        2편은 외려 다운시킨다. 다시 말해 전작의 맛을 기대                   편과 2편에 대한 호불호는 막을 수 없겠지만, 이 호오                    박선우는 말한다. "난 내가 해치라고 한 적이 없는데
        하고 간다면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부터 적잖                    로 인해 각 영화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올라간다고 하                     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이 보여주는 사건 현장에 유독

        이 당황할 수 있다.                                     긴 어렵다.                                           구경꾼이 많고 그들의 스마트폰이 횡행하며 사이버렉
         류승완 감독 필모그래피 안에서 구분하자면 '부당거                     '베테랑2'는 전작이 의도와 무관하게 불러 일으킨 정                   카가 판을 치는 건 단순히 세태를 보여주거나 그럴싸
        래'의 서늘함과 '베테랑'의 뜨거움 사이에 있는 작품 같                 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으려 한다. 정의를 참칭하는                    한 그림을 만들기 내기 위한 디테일이라고만 볼 수 없
        고, 한국영화 형사물 계보 안에서 나눠 보자면 '공공의                  박선우는 왜곡되고 곡해된 서도철이다. 요컨대 두 사                     을 것이다.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원들은 사람들
        적' 시리즈의 메시지와 '범죄도시' 시리즈의 오락성 중간                 람은 짝패다. 박선우가 서도철에게 "조태오 잡는 모습                    에게 말한다. "그만 찍으세요 좀!"
        에 있는 영화 같다. 발랄한 관객은 '베테랑2'의 텐션이                 을 보고 경찰이 됐다"고 하는 것이나 "우린 좋은 팀이                    '더티 해리' 시리즈에서 서부의 경찰 해리 캘러핸을 연
        예상보다 낮아서 아쉬울 수 있고, 진지한 관객은 작정                   될 거다"라고 말하는 건 전작에서 서도철이 추구한 올                    기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용서받지 못한 자'(1992)

        하고 던진 질문에 비해 풀이 과정이 다소 느슨하고 답                   바름이 어떻게 와전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에서 은퇴한 서부의 무법자 윌리엄 머니가 돼 '더티 해
        변은 너무 정직해서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보인다.                                             리'에서 수도 없이 퍼부어 댔던 폭력을 반성하고 서부
         다만 이런 분류와 구분이 전작과 후속작의 우열을                       서도철이 "나도 젊었을 땐 사고 많이 치고 다녔다"고                  극 자체를 되돌아 보려 했다. 말하자면 '베테랑2'는 류
        갈라 놓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편은 1편                 말하는 건 서도철이 추구하는 정의라는 화살이 궤적                      승완의 '용서받지 못한 자'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그
        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으려 하고, 여기서 나아가 1편의                  을 조금만 벗어난다면 박선우라는 과녁에 꽂힐지도                       랬던 것처럼 '베테랑2' 역시 '베테랑' 뿐만 아니라 '베테
                                                        모른다는 걸 암시할 것이다.                                  랑' 이후에 쏟아져 나온 정의 구현 사이다 액션물 전체
                                                          그러나 '베테랑2'는 서도철이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를 반추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살인이 있어? 살인은 그냥 살인이야"라고 일갈하게 함                     류 감독의 새 영화가 지난 영화만큼 성공할 수 있을
                                                        으로써 1편과 2편에 걸쳐 서도철이 보여주려 했던 정의                   지는 알 수 없다. 단점이 없지 않은 영화라는 것도 사

                                                        와 박선우가 지향하는 유사 정의 사이에 분명한 선을                     실이다. 그러나 흥행과 무관하게 '베테랑2'가 한국 액
                                                        긋는다.                                             션영화 범위를 한 폭 넓히고, 한국 액션영화의 틀에서
                                                         '베테랑2'가 보여주려는 건 서도철이 박선우를 잡아                    일보 전진했으며, 한국 시리즈 영화의 한 단계 진화를
                                                        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파민이 아니라 서도철이                      이뤄낸 작품이라는 건 분명하다.
                                                        박선우를 마주한 뒤 통감하는 자괴감이다. "나와 같                                             VANCOUVER LIFE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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