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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12 2025                                             |  기고  |                                             JNJ EDUCATION INC.



                                                                 삶의 무게





                                                                                                                       글쓴이 | 제니퍼 노
                                                                                                                   교육 컨설턴트&JNJ 에듀케이션 원장





              가끔은 나의 삶이 유난히 더 무겁고 버
            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마다 떠
            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신에게 불평하며 말
            한다.
               “왜 제 짐만 이렇게 크고 무겁습니까?
            다른 사람들의 짐은 훨씬 가벼워 보이는
            데요.” 그러자 신은 그를 짐이 잔뜩 쌓여
            있는 곳으로 데려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네가 원하는 짐을
            하나 골라 보아라.” 그 사람은 기쁜 마음
            으로 가장 작고 가벼워 보이는 짐을 찾았
            지만, 끝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원래 지고 있던 짐이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면, 남의 인생이 가
            벼워 보일 뿐 결국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짐 역시, 결국 내가
            지고 나아가야 할 삶의 몫이라는 것도 알
            게 된다.
              메리 루이즈 린(Mary Louise Linn)의 명
            언처럼, 인생에서 가장 불편한 시기는 결
            국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배우는 시기인
            지도 모른다.                                      숙이 와닿은 적은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                  스러워지는 듯하다.
              버겁게만 느껴지는 순간조차 나를 조금씩 단단                   른 무엇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쓸쓸                     지난여름, 친정어머니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바
            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 그리고 늘 가슴 한편에 자리한 책임감과 미안                  라보던 순간은 내 삶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무거
              벌써 밴쿠버 생활이 16년차에 접어들었다. 많은                 함이었다.                                        운 시간이기도 했다. 아직 놓을 수 없는 일적인 책
            이들이 묻는다.                                      타국에서 16년 동안 아이를 키워 내고, 더 이상 배               임도 있고, 감당해야 할 여러 계획들도 남아 있다.
             “밴쿠버에서의 삶은 어떤 점이 좋았고, 또 어떤 점                고프지 않을 정도의 삶의 여유는 생겼음에도 언제                   그럼에도 나는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
            이 힘들었나요?”                                    나 텅 빈 듯한 무언가를 찾지 못했던 이유는, 젊다                 을 더 이루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더 깊이
            돌 이 켜 보 면                                    고 생각했던 지난 시간 속에서 시부모님 두 분과                   연결되어야 하는가를. 삶의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
            그 질 문 이                                       친정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냈기 때문인 듯하다.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언제나 사람
            요즘처럼                                            세 분 모두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닫고 있었던 것 같
            마음 깊                                             오래도록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다. 멀리서 지켜만 볼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을 떠
                                                                 대학 새내기 시절 처음 만났던 시부모님                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지만, 그 아픔이야말로
                                                                 은 막내며느리를 유난히 따뜻하게 품어                 지금의 나를 붙잡고 다시 한 번 삶의 방향을 생각
                                                                  주셨고, 친정 아버지는 장녀임에도 막내               하게 하는 힘이 된다.
                                                                  딸처럼 아낌없이 사랑해 주셨다. 세 분                어머니의 떨리는 눈가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의 마음이 지금 더 간절히 떠오르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아마도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의 모습 때               는 남은 생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삶의
                                                                   문일 것이다. 나에게 엄마는 늘 씩씩하              잔잔한 진실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멀지 않
                                                                    고 당찬, 건강한 여인이었다. 그래서              은 시간에, 비로소 선택의 기준을 성취에서 사랑으
                                                                    나는 우리가 참 다르다며 자랑처럼 이              로, 의무에서 관계로 옮겨 놓으려 한다.
                                                                    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누구의 짐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는 오래된 이
                                                                   모든 생각이 내 부족함에서 비롯된 오               야기처럼, 부모의 무게, 자식의 무게, 삶의 무게를
                                                                   만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이 든다.               모두 인정하면서 나는 다시 걸어가려 한다. 삶이
                                                                   지금의 나는, 부모님 곁에서 마지막까               더디고 고단해 보여도, 그 길 끝에서 다시 만날 얼
                                                                 지 함께하지 못한 후회를 더 이상 반복                굴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남
                                                               하지 않기 위해, 신이 허락한 시간을 어떻                은 시간 속에서 더 깊이 사랑하고, 더 많이 감사하
                                                            게 살아가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인간은                 며, 다시 한 번 삶을 배우는 길 위에 서 있는 오늘
                                                           몸이 약해지면 모든 것에 대해 더 겸손하고 조심                 이 후회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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