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2일 MondayContact Us

밴쿠버시, 지진 취약 ‘고위험 건물 명단’ 공개 추진

2026-06-11 11:17:38

밴쿠버시가 민간 건물의 지진 피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진 보강 공사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사유 건물 대상 위험 감축 로드맵 마련

내진 보강 지원·세제 혜택 포함한 5개년 계획 통과 

밴쿠버시가 지진 발생 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민간 소유 건물의 위험도를 공개하는 ‘고위험 건물 명단’ 구축에 나선다. 수십 년 동안 논의만 이어졌던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 문제에 대해 시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밴쿠버 시의회는 최근 사유 건물의 지진 위험을 줄이기 위한 5개년 전략을 승인했다. 이번 계획에는 지진 취약 건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공개 명단 구축, 자발적 내진 보강 프로그램 개발, 공사 촉진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 방안 등이 포함됐다.

시의회는 우선 올해 안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 실무 그룹을 출범시켜 건물 위험도 평가 기준과 지원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수수료 감면, 세금 혜택,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건물주들의 내진 보강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미카 힐트 밴쿠버시 수석 내진 정책 기획관은  지난 5일 “이번 조치는 엄청난 진전”이라며 “어떤 도시든 이 정도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밴쿠버시는 강제적인 내진 보강 명령을 내리는 대신, 각 건물의 위험 등급을 매겨 대중에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이번 계획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시 당국은 의회 보고서에서 “명단이 공개되면 시민들이 위험을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되고,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이 정교 해지며,  주정부 및 연방정부에 더 정밀한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대중의 안전 불감증을 해소해 장기적인 지진 위험 감축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 취약 건물 명단을 대중에 공개하는 방식은 이미 미 캘리포니아주와 뉴질랜드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시행 중이다. 시애틀 역시 보강되지 않은 벽돌 건물의 명단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밴쿠버시가 작성할 명단에는 노후 된 중·고층 아파트와 상업용 빌딩은 물론, 목조 구조 아파트 및 상가 등 지진에 취약한 모든 유형의 고위험 건물이 포함된다.

2024년 시의 의뢰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고위험 건물들은 주로 웨스트엔드,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차이나타운, 스트라스코나, 다운타운 중심가, 키칠라노, 페어뷰, 마운트 플레전트 지역에 밀집해 있다. 특히 이들 건물은 저소득층과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민간 임대 아파트와 지역 소상공인 상가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컴퓨터 모델링 분석에 따르면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밴쿠버는 치명적인 인명·재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조지아 해협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밴쿠버 시내 건물 6,100동이 심각한 파손을 입고 1,35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도시 주민과 직장인의 3분의 1 이상이 석 달 넘게 피난 생활을 해야 하며, 금융 손실액만 1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보다 약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최소 25,000명의 주민과 직장인이 석 달 이상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게 되며, 최대 2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향후 50년 이내에 이 지역에 매우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5분의 1(20%)로 보고 있다.

힐트 기획관은 밴쿠버가 최근 대형 지진을 겪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위험 감축 계획에 대한 지역 사회의 지지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와과의 협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재정적 타당성’이었다. 건물주와 운영자 등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비 및 운영비 상승, 법적으로 제한된 임대료 인상 폭, 공실 부담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이번 5개년 계획에는 지진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내진 보강을 유도하는 방안과 이를 촉진할 법적 제도 정비 방안도 함께 포함됐다. 또한 시 당국은 현재의 행정 시스템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한 개별 건물의 내진 보강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밴쿠버시는 1994년에도 의무적인 내진 진단, 보강 시한 설정, 지진 위험도 공개, 보강 미이행 건물 표지판 부착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했었다. 당시 건축 허가 수수료 면제, 재산세 감면, 저금리 대출 등의 인센티브도 함께 논의됐으나 단 하나도 실행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