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WednesdayContact Us

망각찬미(忘却讚美) / 오석중

2026-10-14 13:05:12

망각은 중요한 기능이지만 원활히 잘 돌아가고 있을 때는 주목을 받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해서 괴롭기보다 잊어버리지 못해 괴로운 일이 더 흔하고 깊다. 기억의 양이 떨어지는 삶은 가져야 하는 기억의 양에 따라서 부족을 나타내고 소유하지 못하는 것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망각해야 하는데 망각하지 못해서 불편한 일은 자신이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을 가지므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가지지 못해 불행하다고 여기지만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서 출발하는 일이며 포기한 상태와 같이 없는 곳에서 출발하는 일이다. 무엇이 있는 것이 기억이고 무엇이 없는 것이 망각이라고 생각하지 만 사실 기억은 있는 상태에서 있는 상태로의 전환이라면 망각은 잊는다는 뜻처럼 없는 상태에서 없는 상태로의 전환이 아니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고통이 발생한 사람에게는 없는 것을 가지는 것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자면 백지에 무엇을 쓰고 싶은 사람과 쓴 것을 지우지 못하는 사람과의 차이와 같다고 본다. 젊은 시절은 가지지 못해서 고통스러웠다면 노인의 시절은 가지지 못해서 고통을 가지는 때는 아니다. 오히려 가진 것을 버리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하는 시절이 아닐까 한다. 이미 가진 것이 고통이라면 버리면 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산다.
가장 좋은 일은 자신이 가진 것의 의미를 다시 즐기는 일이야말로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버리고 싶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자신이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는 버리지 않는 것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무슨 일에나 이유를 달고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병에 의한 통증은 약을 써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흔하다. 의료시설에 가보면 통증만을 따로 다루는 병원이 있다. 통증을 호소하는 수많은 환자들은 병이 낫는 것보다 우선 통증이 없는 생활이었으면 한다. 죽음이 통증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홀가분한 일인지를 아는데 나는 몇 십 년이 결렸나? 젊은 시절에는 아마 알고 있어도 무시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것도 가질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되고나서 겨우 알아차린 일이다. 나의 인생은 처음부터 늙은이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지금 팔순이 되고 겨우 알아낸 일도 많다는 말이다.
나는 버려야 할 것이 많다고 투덜대는 나와 같은 또래의 노인들을 만난다. 버리고 싶은 걸 버리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버려야 할 것에 아직 숨이 남아 있는지 다시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버리는 것은 맨 나중이 되어야 하고 헤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내가 버리고 싶은 것과 “정말 헤어질 시간이 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이다. 정신 차리고 산다는 말은 아마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2026.9.6.

글 | 오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