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지자체 중 14곳 새 시장 선출
현직 프리미엄 무너뜨린 유권자들의 선택
메트로 밴쿠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전체 21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4곳에서 새로운 시장이 선출됐으며, 이 중 9곳에서는 현직 시장이 도전자에게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시장이 높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지역 정치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새 시장이 선출된 지자체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면서, 이번 선거는 메트로 밴쿠버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가 뚜렷하게 드러난 선거로 평가된다.
밴쿠버에서는 녹색당의 피트 프라이가 현직 켄 심 시장을 꺾었고, 써리에서는 더그 맥컬럼 전 시장이 브렌다 로크 시장을 누르고 복귀했다.
여론조사 기관 레거의 스티브 모솝 서부 캐나다 부사장은 이번 결과가 “선거구민들의 더 큰 불만”과 시청이 일상적 삶의 투쟁에 대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표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모솝 부사장은 “물가, 주거, 주거 부담 능력, 재산세, 지출, 노숙자 문제, 교통, 치안 등 긴 요구 목록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선거 기간 중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레거(Leger)의 조사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 유권자의 57%가 지방정부의 변화를 원했으며, 절반가량은 지역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변화에 대한 민심은 이미 감지됐지만, 실제 선거에서 나타난 현직 시장들의 대규모 낙선과 교체 폭은 선거 분석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메트로 밴쿠버 내 낙선한 현직 시장 지역은 밴쿠버, 써리, 델타, 뉴 웨스트민스터, 웨스트밴쿠버, 포트무디, 메이플릿지, 랭리 시 및 랭리 타운십에 달한다. 이러한 흐름은 프린스 조지, 캠룹스, 펜틱턴, 퀘넬, 포트세인트존등 BC주 다른 지역의 현직 시장 낙선으로도 이어졌다.
압승을 거둔 포트 코퀴틀람의 브래드 웨스트 시장을 제외하면, 켈로나, 빅토리아, 노스 밴쿠버 시를 포함한 일부 재선 시장들은 2022년 지난 선거에 비해 격차가 좁아진 채 승리했다. 에보츠포드에서는 로스 시멘스 시장이 자리를 지켰으나, 현직 시의원은 3명만 재선되었고 유권자들은 신인들로 의회를 채웠다. 프레이저 밸리 대학교의 정치학자 해미시 텔포드는 “에보츠포드에서는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얻었다”고 말했다.
텔포드는 BC주 전역의 시 변화를 설명할 만한 단일한 전체적 패턴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밴쿠버는 보수 성향 의회에서 진보 성향 의회로 교체된 반면, 뉴웨스트민스터는 진보 성향 시장 대신 보수 성향 시장을 선택했다. 델타는 현직 시장과 현직 시의원을 모두 제친 멜리사 그라넘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한 반면, 써리와 랭퍼드는 새 시장을 뽑았으나 과거 시를 이끌었던 친숙한 인물을 선택했다.
써리 시의 경우, 더그 맥컬럼의 당선으로 지난 30년간 5번째 시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첫 임기 동안 이뤄낸 “진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점을 앞세워 출마했던 브렌다 록을 제쳤다. 선거 분석가들은 록 시장과 다른 현직자들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지 듣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욕구를 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텔포드는 “유권자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원하는 만큼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현직은 물러나고 도전자들이 들어온 것이다. 이것이 차이를 만들어낼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각 당 다음 주 BC주선거에 촉각
일부 현직 시장들의 대거 낙선이 다음 주말 BC주선거에서 데이비드 이비 수상과신민당의 주 의원 후보들에게 힘든 싸움이 될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소폭 엇갈린다.
모솝은 주민의 56%가 신민당(NDP) 집권 아래 BC주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한 레거(Leger)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이러한 민심이 데이비드 이비 NDP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밴쿠버 최초의 녹색당 소속 시장으로 피트 프라이가 당선된 것이 오는 24일 선거에서 BC 녹색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텔포드는 지난주 당수 토론회에서 프라이의 승리가 주 녹색당 당수 에밀리 로완의 범선에 “바람을 넣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텔포드는 “녹색당이 엄청난 도약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지지율을 충분히 끌어올린다면 신민당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BC 보수당이 신민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으며 녹색당이 뒤를 쫓고 있다.
이비 수상은 보수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주선거에서 녹색당 지지자들이 신민당을 지지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이에 대해 로완 당수는 “이비 수상이 BC주 주민들에게 겁을 주어 자신에게 투표하게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이 지자체 현직자들의 패배가 주선거의 악재를 의미하는지 묻자, 이비 수상은 “단지 유권자들 불안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비 수상은당선인들에게 축하를 전했다. 그는 맥컬럼 써리 시장 당선인에게 신민당이 써리시의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그의 공약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포드는 지자체 결과가 신민당의 문제로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많은 경우 유권자들은 현직 시장을 대신해 ‘경험 있는’ 대안을 선택했다. 밴쿠버의 프라이는 시의원 출신이었고, 뉴 웨스트민스터에서 현직 패트릭 존스톤을 꺾은 다니엘 퐁텐과 랭리시의 현직 네이선 파찰을 몰아낸 들레이니 맥 역시 시의회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주 선거 유권자들은 BC보수당에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론 도크슨 당수와 수많은 후보들이 신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정 유권자들은 보수당이 국정을 운영할 충분한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현상 유지 성향의 신민당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한지를 저울질하게 될 것이라고 텔포드는 말했다. “주민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변화를 원하지만 보수당이 올바른 변화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주선거가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로울 것이다.”
밴쿠버 임팩트 공공정책의 애슐리 맥두걸과 같은 선거 분석가에게도 시 선거 결과는 놀라웠다. 그녀는 “메트로 밴쿠버 전역의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했고, 현직이 그 여파를 그대로 받았다”고 말했다. 리치먼드는 맬컴 브로디 시장이 용퇴하면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지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이미 새 시장이 확정된 상태였다. 맥두걸은 유권자들이 과거 주의원이자 시의원이었던 롭 하워드 당선인을 선택함으로써, 현직 시의원 2명을 제치고 가장 큰 변화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웨스트 밴쿠버의 경우 현직 마크 세이거가 여러 논란에 직면해 있어, 언론인 커크 라포인트가 더 나은 대안으로 입지를 다지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맥두걸은 분석했다. 뉴 웨스트민스터에서는 퐁텐이 세금 감면 공약을 내세워 존스톤을 하락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았다. 밴쿠버의 경우 맥두걸은 켄 심시장의 하락이 주거, 물가 안정 대책 및 치안을 다루는 다른 방법 대신 경찰 예산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입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써리시에서는 모솝 부사장이 남아시아계 표심과 함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맥컬럼의 강력한 조직력이 승패를 갈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써리 시와 마찬가지로 랭리 타운십과 시에서 현직 시장들의 발목을 잡았을 주요 이슈는 성장의 관리와 교통 문제다. 텔포드는 “이 문제들은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주민들은 더딘 변화 속도에 점차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