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한국 도서전을 개최했다. 나는 20세기 군사사에 관한 책을 조금씩 모아 온 열렬한 독서광이다. 특히 한국전쟁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1951년 4월 가평 전투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의 많은 사람과 한국의 일부 사람들에게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며, 매우 중요했던 가평 전투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전투나 다름없다. 지난 4월, 나는 실제 전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가평천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기 위해 캐나다군과 호주군 병사들이 방어했던 두 개의 고지에 올랐다. 그들의 굳건한 저항은 적군의 서울 진격을 저지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이 전투는 전쟁의 흐름을 바꾸었으며, 내 삶도 바꾸어 놓았다.
4월 말부터 5월 대부분에 걸쳐, 나는 가평 전투에서 싸운 용감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한국 전역을 625km나 걸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그토록 길었던 나의 여정과 75년 전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계속 생각했다. 그러던 중 도서전에 관한 기사를 접했고, 내게 무척 특별한 의미를 지닌 책을 발견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 책은 캐나다 제25보병여단의 부대 마크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표지로 제본되어 있었으며, 제목은 《가평 1951》이었다.
내가 뜻밖에 발견한 이 책은 박건웅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만화로, 대한민국의 우리나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박건웅 작가는 수많은 책을 펴내고 뛰어난 작품 활동으로 대단히 인정받는 저명한 예술가이자 작가다. 이번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캐나다군 병사 허브 그레이(Hub Gray) 중위의 회고록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살았던 그레이 중위는 가평 전투에서 살아남았으며, 이후 10년에 걸쳐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써서 2003년 《일촉즉발의 위기 너머(Beyond the Danger Close)》라는 책을 출간했다.
《가평 1951》은 두툼한 책으로, 생생한 삽화와 감정으로 가득하며 그레이 중위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따라간다. 작가는 자료를 신중히 다루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박건웅 작가는 호기심이 많고 직관력이 뛰어나며, 언제나 창의적이면서도 단순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의 그림은 때로 표면적으로는 복잡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발견할 만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박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레이 중위의 책을 한 권 소장하고 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존 비숍(John Bishop) 중령의 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1951년 4월, 비숍 중령은 용감한 캐나다군 병사들 가운데 한 명으로 677고지에 올라, 개미 떼처럼 밀려드는 수천 명의 중국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래픽노블을 읽을 때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살펴보고 읽으며, 때로는 미소 짓는가 하면 때로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박 작가가 원 회고록의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성공적으로 옮겨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가평 전투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거나, 글과 그림이 모두 훌륭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이 귀중한 책을 꼭 한 권 구해 읽어 보기를 권한다.
글쓴이: 가이 블랙, 가평군 명예 군민이자 대한민국 국민훈장 수훈자
번역: 전종현
번역자에 대해 짧지만 중요한 말을 덧붙이고 싶다. 나는 내 글을 번역해 주는 그의 너그러운 도움에 늘 감사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대학생이지만, 시간을 내어 나를 도와준다. 종현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