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바다에 침 한 방울 뱉는 수준”
“우리의 목소리가 외면받는 현실에 지쳤다”
연방정부가 치솟는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확대 개편한 ‘캐나다 식료품 및 생필품 지원금(Canada Groceries and Essentials Benefit·CGEB)’의 올해 두 번째 정기 지급이 시작됐다.
그러나 식료품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일부 저소득·중산층 가정들은 정부 지원만으로는 실제 가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유 한 통 가격이 14달러, 기저귀 한 상자가 64달러에 달하는 등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은 더욱 크다. 정부 지원금이 통장에 들어와도 식료품과 생필품 몇 가지를 구입하고 나면 금세 사라진다는 것이다.
CGEB는 기존 GST/HST 세액공제를 대체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비과세 지원 제도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개인과 가정의 식료품과 일상적인 생필품 구입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지원금은 매년 7월, 10월, 1월, 4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지급된다. 2026~27년 지급 기간에는 독신자의 경우 연간 최대 679달러, 부부 또는 사실혼 가정은 최대 890달러를 받을 수 있으며, 19세 미만 자녀 한 명당 최대 234달러가 추가된다.
한 언론매체는 이 수당이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이메일을 통해 조사한 결과 대다수 응답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형편이 어려움에도 자격 요건에 미달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노인들과 장애인 수당으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추가 지원금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받은 돈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암스트롱에 거주하는 앨런 메이즈(73)는 “이 정도 돈으로는 겨우 며칠 버티기도 힘들다”고 했다. 1인 가구 기준 최대 연간 지원금액은 그에게 장을 몇 번 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캐나다 연금(CPP)과 노령보장연금(OAS)으로 생활한다는 메이즈는 2주마다 기본 식비로 약 150달러를 지출한다.
그는 “지원금액은 1년 식비의 20%도 안 된다. 이건 ‘새 의 피’ 수준이 아니라 ‘바다에 침 한 방울 뱉는 격’”이라며, 돈을 아끼기 위해 콩, 냉동 완두콩, 옥수수, 쌀, 밀가루 같은 저렴한 기본 식재료에 의존하고 빵도 직접 새 빵을 구워 먹는다고 밝혔다.
온주 사우스햄턴의 가이 헬위그는 지원금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된다”면서도 물가 상승 폭이 식료품 영역을 훨씬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고정 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인 헬위그는 임대료, 재산세, 상하수도 요금은 물론 전화, 케이블 TV, 인터넷 요금까지 올랐음을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고액의 세금과 공과금에 빠져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밴쿠버 아일랜드에 사는 조디 맥컬리는 자신이 받은 금액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기엔 너무 적다고 전했다.
그는 “어르신 한 명에게 식비로 127달러를 주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라며 “계산해 보면 다음 지원금을 받기 전까지 하루에 1.41달러꼴이다. 통조림 수프 한 캔 값도 안 된다”고 적었다.
알버타주 레드디어의 리즈 카터(72)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카터는 “얼마가 되었든 공돈이 생기면 감사하지만, 이건 ‘새발의 피’일 뿐”이라고 밝혔다.
냉장고와 찬장에 먹을 것이 거의 없다는 그녀는 치솟는 물가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야 했다며, “주로 가벼운 참치 통조림과 냉동 닭가슴살 조각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덧붙였다.
온주 사니아의 마이크 반 담은 한 달에 약 1,200달러의 연금으로 생활한다. 그는 장애 수당을 받는 이들이 기본 생필품조차 사기 힘들어한다며, 이들에게 최소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장에 결함이 있는 유전병을 갖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모두가 물가 부담을 이야기하지만 실행되는 것은 거의 없으며,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외면당하는 것에 지쳐있다”고 적었다.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지리적 여건과 환경이 문제의 깊이를 더했다. 사스캐처원주 북부 파투아낙에 거주하는 아를린 캠벨은 거주 지역에 월마트나 슈퍼스토어 같은 대형 식료품 체인이 없다고 했다.
캠벨은 “우리는 북부 지역 매장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데, 운송비가 가격에 포함되어 훨씬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며, 우유 큰 팩이 14달러 가까이 하고 기저귀 한 상자가 64달러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정부의 식료품 환급금 자체는 감사히 생각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든 주민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위니펙의 신디 히치는 고용보험(EI)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이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지원금 자격 조건 때문에 자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소외되었다고 믿는다. 그는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