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식품안보 전략 발표
중소 식료품점 육성 통해 물가 부담 완화 추진
치솟는 식료품 가격에 시달려 온 소비자들이 연방정부의 새로운 식료품 경쟁 촉진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방정부는 최근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굳어진 식료품 시장의 경쟁을 강화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식품 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소 규모 식료품점의 시장 진입과 운영을 지원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보다 경쟁적인 유통 환경이 조성될 경우 장기적으로 식료품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가정이 생활비 부담을 호소해 왔으며, 일부 품목은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소비자들은 “매주 장을 볼 때마다 영수증 금액이 부담스럽다” 며 경쟁 확대가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가 체감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타와의 독립 식료품점인 ‘파머스 픽’에서 만난 한 쇼핑객은 언론 인터뷰에서 “식료품 가격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너무 가혹한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전략에는 ‘파머스 픽’과 같은 독립 식료품점들이 거대 유통 기업들과 경쟁할 때 겪는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파머스 픽의 소유주인 알폰소 쿠르치오는 “캐나다 식료품 시장은 대기업 서너 곳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독립 매장들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매장을 운영해 온 쿠르치오는 “독립 매장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변화는 언제든 환영”이라면서도, 정부의 이번 계획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추가 세금 인상 등 다른 방식으로 내가 비용을 메워야 하는 게 아니라면 정말 좋은 일”이라면서도 “말은 다 좋지만, 결국 정부가 대규모 물류 유통 센터를 개설한다고 했을 때 그 막대한 비용은 누가 감당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연방 정부의 이번 전략은 캐나다 전역에서 식품이 구매, 판매, 운송 및 유통되는 방식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이 계획에 총 3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개인식료품점연합회(CFIG)의 개리 샌즈 부회장은 이번 전략이 소형 소매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샌즈 부회장은 “독립 식료품점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시장 경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장기적으로 이 정책들이 본격 가동되면 캐나다 국민들이 훨씬 더 저렴하게 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므로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매장을 찾은 시민들 역시 식료품 업계의 경쟁 체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우리에게는 더 많은 경쟁이 필요하다. 당장 마트 영수증에 찍히는 금액부터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독립 매장들이 다양하게 살아남아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동네가 다 똑같은 대형 창고형 마트로 획일화되면 우리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대기업 배만 불리고 지역 상권은 죽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정부 발표는 식료품 물가가 캐나다 국민들의 가장 큰 민생 현안으로 꼽히는 가운데 나왔다.
한편, 보수당 피에르 포일리에브 당수는 정부의 이번 접근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식료품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과거 약속들이 단 한 번도 실질적인 가격 인하로 이어진 적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포일리에브 당수는 “몇 달 간격으로 자유당 장관들이 나와서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정작 그 다음 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라며 “식품 가격은 보란 듯이 훨씬 더 치솟을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현재 연방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단 5개의 대형 유통 기업이 캐나다 식료품 시장의 약 75%를 독점하고 있으며 국가 식품 유통망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정부는 이 독점 구조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만이 물가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