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마음이 편하다
편한 마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방은 편하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방,
중학교 여학생이 가방을 휙 던져 놓는다.
덩그라니 가구 몇 점이 전부 인 방에는 누가 왔다 갔는지
따뜻하다.
누가 왔다 간 방은 따뜻하다.
한 자락이라도 방의 온도를 재고 간 나의 어머니 손,
어머니는 일 하시다 마시고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막내 딸 찬 방에서 떨까봐
손으로 아랫목을 만지시고는 급히 일을 하러 가셨다.
34 세.
어머니의 나이는 참으로 기구한 나이로 기억된다.
내 나이 34 세에는
큰 아들, 아장 아장 걸으면 넘어질 세라 손으로 잡아 주던 시대였다.
나의 어머니 34 세는
아침 새벽 4시에 나가시고 12 시 자정에 들어오시며
낮에 잠깐 짬 내어 딸들 점심으로 식사를 챙겨 주시고 나가시던 시대였다.
가끔씩 텅 빈 방에는 따뜻함의 온기가 풍겨 나왔다.
어머니의 두툼한 손이 아랫목을 만졌던, 온기가 방 안에 가득했던 방,
아무도 없었지만, 아무도 없지 않았던 방.
기억은 감정의 물줄기를 타고
오늘도 나의 귓가에 길고 풍요로운 음성으로 나를 채운다.
내 어렸을 적
어머니의 기억 그리고 감정은 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