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천학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구찌(Gucci)가 새로운 최신유행패션을 보내왔다.
‘미투(me too)’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2018년의 썩은 새봄에,
괴물이거나 악령이거나
음습한 권력의 뒷골목에서 어슬렁거리던 거리패들이거나.
드디어 까발려져 진흙탕이 되어가는 새봄에,
그동안 차마 얼굴 들고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히죽거리며 휘저었던 면목 없는 그 자들에게
머리통을 잘라 버리라고,
들고 나닐 수 없는 면목없는 그 낮짝을
피로 범벅된 금속들이 반짝거리는 핸드백으로 만들어
옆구리에 끼고 다니라고,
보내온 최신 유행패션이다.
아직도 번지르르한 위선이 살아 넘치는 이런 세상에서,
시인이 떠나고 싶다는 이런 나라가 되도록
암묵의 기세에 눌려 침묵을 지켜온 나 같은 비겁자들에겐
잘 살펴보며 살라고,
이마에 눈깔하나 더 박은 경고도 보내왔다.
선량하게 어리숙한 혹은 교활하게 가면 쓴 자들이거나
최소한의 부끄러움이라도 가져보라고 쏘아보낸
올봄의 최신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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