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의 오늘 / 오석중

2025-11-19 15:01:46

글자 하나에 정성을 드릴 필요는 없다.
글자는 결국 문장 속에 묻히고
문장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뽐내도 결국 대의 속으로 침몰한다고 해서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글자, 개인의 운명이다.

사람들은
강물이 흐르면 흐르는 강물을 보고
산맥이 흐르면 흐르는 산맥을 본다.
불쑥 튀어나왔다고
그것만 산이 아니고
그 산만 경치가 아니다.
가까운 곳이 잘 보이던 눈은
멀리로, 멀리로 초점을 맞추고
시선이 돌아와 보니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인다.
돋보기를 쓰고 보니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저마다 뽐내는 것이 보인다.

안경이 없어도 잘 보일 때
안 보이는 곳을 찾아다니던 눈은
끝내 가까운 곳을 잃었다.
그렇다고 아직 실명한 것은 아니다.
단지 어둠이 잘 보이는 나이가 된 것이다.

25.10.10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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