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 피아니스트 Enrico Pace, 3년 만에 VCMS 무대로

2026-09-17 02:26:09

9월 25일 오후 7시 30분, South Delta Baptist Church

Vancouver Chamber Music Society(VCMS)는 오는 9월 25일 오후 7시 30분, South Delta Baptist Church에서 첼리스트 양성원(Sung-Won Yang)과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Enrico Pace의 듀오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두 연주자가 2023년 VCMS 무대에 처음 오른 이후 약 3년 만의 재초청 공연이다.
2023년 첫 만남, 그리고 새로운 Vancouver Series의 시작
2023년 공연은 VCMS에도 특별한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VCMS는 이미 North Vancouver, West Vancouver, New Westminster, Delta, Chilliwack, Coquitlam 등 6개 지역의 시즌 라인업과 아티스트 계약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이후 양성원과 연락이 닿으면서 그의 첫 밴쿠버 공연 가능성을 논의하게 됐고, 마침 Coquitlam Series의 잠정 중단을 검토하던 VCMS는 기존 시즌에 공연 하나를 추가하는 대신 새로운 Vancouver Series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성사된 2023년 공연은 양성원의 밴쿠버 및 VCMS 데뷔 무대가 됐다. 공연 후에는 양성원이 약 2시간에 걸쳐 지역 학생들을 위한 첼로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했다.
Kevin Park VCMS Artistic Director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공연 자체에 대한 관객 반응이 정말 특별했습니다.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그렇게 많이 본 것 같아요. 마스터클래스 역시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에게까지 굉장히 인상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관객의 반응이 다시 만든 무대
VCMS는 공연 후 관객들의 반응과 피드백, 그리고 audience survey를 향후 아티스트 선정과 프로그램 구성에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Kevin Park 예술감독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Artistic Director와 스태프지만, 결국 단체의 중심은 관객과 구독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Artistic Director에게 충분한 자유와 창의성이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무엇을 다시 듣고 싶어 하는지 살피고 그 안에서 좋은 경계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긴 아티스트와 프로그램은 항상 기억합니다. 그런 음악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시 들려드리고 싶은 것이 주최자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양성원 선생님과 Enrico Pace는 2023년 공연 이후 비교적 빠르게 다시 초청하기로 결정했던 아티스트들입니다. 다만 두 분 모두 세계 각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거의 3년이 걸렸고, 사실 이번이 저희가 잡을 수 있었던 가장 빠른 일정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두 연주자를 VCMS의 Delta Evening Series로 초청한다. 2019년부터 VCMS의 메인 스테이지 역할을 해온 이 시리즈에는 James Ehnes, Gary Hoffman, Colin Carr, Victor Julien-Laferrière, Stefan Jackiw, Bion Tsang을 비롯해 조진주, 장유진, 이한나, Brannon Cho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연주자와 주목받는 차세대 음악가들이 꾸준히 출연해왔다.
바흐에서 프랑크까지 — 악기가 대화하고 노래하는 방식의 변화
이번 공연에서는 J.S. Bach의 Viola da Gamba Sonata No. 3 in G minor, BWV 1029, Brahms의 Cello Sonata in E minor, Op. 38, Debussy의 Cello Sonata, 그리고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는 Franck의 Sonata in A major를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이 악기를 통해 표현되는 방식의 변화를 한 무대에서 보여준다.
바흐에서는 절제되고 명료한 구조 안에서도 부족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풍성한 화성과 두 악기의 정교한 대화를 만날 수 있다. 브람스로 넘어가면서 첼로와 피아노는 단순히 음과 화성을 만들어내는 악기를 넘어 인간의 목소리처럼 긴 선율을 ‘노래’하기 시작하고, 음악은 보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낭만주의의 세계로 깊어진다.
드뷔시에 이르면 음악의 언어는 다시 달라진다. 선율과 전통적인 화성뿐 아니라 음색과 질감,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색채 자체가 표현의 중요한 요소가 되며 20세기 프랑스 음악의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마지막 프랑크 소나타에서는 긴 호흡의 선율과 강렬한 낭만적 정서,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서로 연결되는 주제들이 큰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결국 네 작품을 통해 두 악기가 대화하고, 노래하고, 색채를 만들고,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호흡으로 결합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레퍼토리는 오랜 시간 함께 연주해온 두 음악가의 파트너십과도 잘 맞는다. 양성원과 Enrico Pace는 오랫동안 세계 여러 무대에서 함께 연주해왔으며 Beethoven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을 비롯해 Brahms, Schumann, Liszt, Chopin 등의 레퍼토리를 함께 녹음해왔다.
한국 음악가들과 VCMS
한국계 캐나다인인 Park 예술감독은 자신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한국 음악계와 VCMS를 연결하는 데 하나의 중요한 장점이 되어왔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했지만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 음악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한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연주자부터 이미 세계적인 경력을 쌓은 거장들까지 폭넓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여주는 성과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뛰어난 음악가들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이곳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무대에 세우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제가 가진 언어와 네트워크를 통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VCMS가 가진 하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그런 면에서 VCMS 관객들은 참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여러 시즌 동안 정말 많은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국적이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을 발견하고 캐나다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양성원 | Cello
국제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뿐 아니라 교육자 및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교수와 영국 Royal Academy of Music의 Visiting Professor를 맡고 있으며, Music in PyeongChang 및 프랑스 Festival Beethoven de Beaune의 Artistic Director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음반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도 Schumann, Elgar 등 주요 첼로 레퍼토리의 레코딩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Enrico Pace | Piano
1989년 네덜란드 Utrecht에서 열린 International Franz Liszt Piano Competition 우승 이후 국제적인 연주 경력을 이어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솔리스트뿐 아니라 Leonidas Kavakos, Frank Peter Zimmermann, Akiko Suwanai, Daniel Müller-Schott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오랫동안 협업해왔으며, 양성원과도 오랜 음악적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공연 정보
Sung-Won Yang & Enrico Pace
일시: 2026년 9월 25일(금) 오후 7:30
장소: South Delta Baptist Church, 1988 56 Street, Delta, BC
주최: Vancouver Chamber Music Society (VCMS)
프로그램: J.S. Bach, Brahms, Debussy, Franck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