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5일 TuesdayContact Us

카니 총리, ‘1조 달러 투자유치’ 승부수

2026-09-15 10:57:47

13일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열린 캐나다 투자 정상회의 환영 연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마크 카니 총리

전 세계 자본에 167개 대형 프로젝트 내놨다

‘캐나다 투자 정상회의’ 토론토서 개막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에너지·인프라·첨단산업 세일즈

마크 카니 총리가 캐나다 경제에 1조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글로벌 자본을 상대로 대대적인 투자 세일즈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와 재계는 캐나다가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기업 활동에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본 투입을 기다리고 있는 167개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이번 주 토론토에서 막을 올린 ‘캐나다 투자 정상회의(Canada Investment Summit)’는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을 캐나다로 불러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직접 소개하는 자리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자본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캐나다 정부는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에너지와 핵심광물, 인공지능·데이터센터, 제조업, 교통·항만 등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분야에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카니 정부가 제시한 1조 달러 투자유치 목표가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외국자본 유입을 넘어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 대형 인프라 건설을 촉진하며 캐나다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는  저명한 캐나다 재계 리더들의 강연, 그리고 스티븐 하퍼 전 총리의 남기는 마무리 연설 등으로 꾸며진다.

초청장 명단에는 캐나다 재계 인사는 물론 해외 투자자와 전· 현직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C.S. 벤카타크리슈난 CEO,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회장 겸 CEO, CIBC의 해리 컬럼 회장 겸 CEO, 그리고 OpenAI 국가 담당 총괄인 조지 오스본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신디 우드하우스 네피낙 전국비상회의 의장, 정부 대형프로젝트부의 던 패럴 CEO, 그리고 장 크레티앵 전 캐나다 총리 등이 참석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캐나다를 항상 최고의 투자처로 여겼던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 기업가 협회의 골디 하이더 회장 겸 CEO는 이러한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더 회장은 “지금은 ‘캐나다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힙 한’ 시기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여기서 들리고 보이는 성과에 매우 흥분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진심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를 발 빠르게 내놓았다.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재무장관은 13일 캐나다 국세청이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건에 대해 사전 소득세 유권 해석을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즉시 시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는 자금을 집행하기 전에 해당 투자 건에 소득세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샴페인 장관은 “투자자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성” 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변화

재계 리더들은 지난 몇 년간 대형 프로젝트의 느린 인허가 처리 속도와 승인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 눈에 캐나다의 평판을 떨어뜨린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최근 CPP 투자 인사이트 연구소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는 안정성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규제의 복잡성과 인허가 기간은 큰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특히 투자자들이 캐나다에서 가장 큰 가치를 발견하는 에너지 및 광업 프로젝트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하이더 회장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대형 프로젝트의 길을 터주기 위해 민간 부문과 한층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원주민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니켈 공사의 마크 셀비 CEO 역시 내부에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인허가 절차가 개선된 덕분에 정부의 이번 정상회의 프로젝트 투자 안내서에 포함된 크로포드 니켈 프로젝트의 핵심 연방 허가를 이전보다 절반가량 단축된 기간 내에 취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66페이지 분량의 투자 안내서에는 이번 정상회의 테이블에 오를 16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수록되어 있으며, 이 중 11개는 즉시 착공이 가능한 상태이고 24여 개는 진전된 단계로 분류되어 있다.

TD 증권 부회장이자 전 주미 캐나다 대사인 프랭크 맥케나는 다수의 프로젝트가 자금 투입만 이루어지면 즉시 실행 가능한 ‘완전 준비’ 상태라며, 투자자들의 니즈를 적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캐나다의 안정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존재하지만, 맥케나 전 대사는 세계 다른 나라들도 동일한 격변을 함께 겪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캐나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케나 전 대사는  “우리는 미·중 갈등 등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법치주의와 안정성이 잘 확립된 국가”라며 “이 모든 요소가 캐나다를 매력적인 대안 투자처로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성과 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셀비 CEO는 안내서에 포함된 크로포드 광산 프로젝트를 위해 2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지만, 이번 이틀간의 행사에서 당장 계약을 성사시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셀비 CEO는 “광산 기업들에게 이번 정상회의는 사실상 물꼬를 트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초대형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우 자신의 프로젝트처럼 수십억 달러 단위에 불과한 사업에는 직접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총리가 직접 나선 덕분에 광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향후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보았다.

멜라니 조리 산업부 장관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좋은 거래’와 향후 투자를 약속하는 양해각서가 도출되기를 기대하면서도, 그 실질적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리 장관은 “매우 긍정적인 동력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는 3개월, 6개월, 혹은 1년 뒤에 나타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수전 홀트 뉴브런즈윅주 총리 역시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며 이번 정상회의에서의 만남을 ‘첫 데이트’에 비유했다.

홀트 주총리는 “상대방을 알아가며 결혼 상대자로 적합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며, 그들 역시 우리를 그렇게 탐색하는 중”이라며, 추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후속 미팅이 성사되는 것이 곧 성공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