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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10

2023-02-16 15:57:21

[커피 이야기] 10회

봄에 문턱에 들어섰다. 아직 약간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이 2월 4일이 이었다고 하니 봄에 들어서긴 했다. 개인적으로 봄하면 두 가지 기분이 교차를 한다. 하나는 땅에서 새순이 올라오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설레임과 동시에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또 하나는 각종 공과금, 세금, 가족 행사 등으로 지갑이 한 해 중 다이어트를 가장 많이 하는 시기라 살짝 헛헛한 느낌도 있다. 뭐 그래도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설렌다. 난 이럴 때 비발디의 사계 중에 봄을 듣는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봄 하니까 갑자기 비발디가 생각이 났다. 찾아보니 비발디는 이탈리아 출생이지만 했는데 노년은 오스트리아에서 보내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제 예상을 했겠지만 오늘 이야기 할 나라는 바로 오스트리아다. 아직 이런 두서 없는 서론에 낯설다면 얼른 적응을 하기 바란다.
커피의 유럽 전파는 크게 보면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시작되었다. 하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통해서 였고, 두번째는 1683년 오스만제국 (터키)의 침공으로 시작된 “비엔나 전투”를 통해서 였다. 여기서 약간의 역사를 이야기 하자면, 오랫동안 오스트리아를 넘보던 오스만 제국은 비엔나를 포위하고 점령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비엔나 시민들은 전쟁에 지치고 먹을 식량도 이미 바닥이 나 있었다. 그때 통역사로 활동하던 Kulczycki는 비엔나를 돕기 위해 오스만제국 군복을 입고 위장하여 전선을 넘나들며 적들의 군사정보를 빼내어 결국엔 연합국이 승리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결국 기독교 연합군은 오스만제국을 제압하고 유럽전체의 기독교를 지켜내게 된다. 이후 비엔나는 오스트리아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오스만제국의 군대가 전쟁에 패하면서 군사물자, 가축, 그리고 농산물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철수를 하게 되는데 그중 커피 생두 약 500자루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생두가 가축의 사료인 줄 알았는데 비엔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Kulczycki는 커피라는 것을 알아봤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전쟁 공로로 Kulczycki에게 그 생두자루와 집 한 채를 포상으로 주었는데 이것을 기반으로 1683년에 비엔나에 “푸른 병 아래의 집” (Hof zur Blauen Flasche)의 뜻을 가진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열었다. 현재 유명해진 미국의 커피 로스터리 카페 회사 블루 보틀 (Blue Bottle)의 이름이 이 커피하우스 이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초기의 커피하우스는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이 돋보이며 당구도 즐길 수 있는 남성만 출입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1870년대에 가서 남녀노소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발전하였으며 이후 점점 커피가 대중화 되면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커피를 마시는 시간 “카페 아우제”라는 별칭이 생겨났다.
오스트리아 하면 비엔나 커피가 가장 유명하다. 쌍두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커피가 넘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생크림을 위에 부은 커피에서 유래되어 “마부의 커피” 라는 뜻의 “아인슈패너 커피” 인데 한국에서는 이를 비엔나에서 건너와서 비엔나 커피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마 이태리 타올의 어원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지금은 한국에서는 많이 찾아 볼 수 는 없지만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아인슈패너 커피를 한 번쯤은 마셔보기를 권한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문화는 19세기 말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이때 당시의 커피하우스의 개수는 600개에 달할 정도로 정말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인테리어나 서빙하는 사람들의 복장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만의 품위를 물씬 풍겼다고 한다. 심지어 양복과 하얀 장갑까지 끼고 손님들을 응대했다고 하니 정말 이태리에서 서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고 바로 가는 문화와는 차원이 다른 대접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지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는 커피와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패스트리 문화도 같이 발전해왔다. 그중 카페슈페롤, 슈페롤 케이크, 또는 카페알트빈이라는 케이크들은 별미라고 한다. 씁쓸한 것과 달달한 것. 짭짤한 것과 달달한 것. 느끼한 것과 새콤한 것. 음식도 그렇듯 뭔가 이런 상반되는 두가지 맛의 조합은 동서양의 공통된 법칙인 듯 하다.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