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년만에 왕좌의 연설, “주권 국가의 정체성 강조”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26일 오타와에 도착해 2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가졌다. 이번 방문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언급한 발언에 대응해, 캐나다가 독립된 입헌 군주국임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리는 목적에서 기획됐다.
찰스 국왕의 이번 방문은 마크 카니 총리의 요청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오랜 군주제 전통을 지닌 캐나다의 주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찰스 국왕은 1970년 이후 18차례에 걸쳐 캐나다를 공식 방문한 바 있으며 . 왕비 카밀라 역시 캐나다 건국 전 총리였던 해밀턴의 앨런 맥냅 경의 후손이다.
찰스 국왕과 카밀라 왕비는 도착 직후 오타와 시내 랜스도운 파크에서 시민 1,000여 명과 인사를 나눈 뒤 거리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상징적인 ‘퍼크 드롭’ 행사에 참여했다.
이후 리도홀로 이동해 캐나다산 블루비치 나무를 식수했다. 이 나무는 ‘회복력과 유산의 상징’으로, 국왕이 13개 주· 준주의 흙을 직접 덮으며 캐나다 전역의 통합을 상징했다.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27일 ‘왕좌의 연설’ 이었다. 이는 국왕이 직접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식 발표하는 것으로, 군주가 직접 낭독하는 것은 1977년 이후 처음이다.
찰스 국왕은 왕좌의 연설에서 특히 국방에 관해 언급했다. “캐나다 정부는 군을 재건하고 재무장하며 재투자함으로써 주권을 보호할 것.” 이라며, “유럽국가와의 대서양 안보 협력을 위해 리 암 유럽에 참여하고, 북극 지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군사적 존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찰스 국왕은 “캐나다는 제가 여러차례 방문하며 점차 제 혈관과 가슴 속에 스며든 나라” 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찰스 국왕의 2023년 즉위 이후 처음이며, 암 치료 이후 제한된 일정 속에서 캐나다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뜻깊은 방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찰스3세 국왕 방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평소 영국 왕실에 매료돼 있다고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노림수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엘리자베스 맥켈런 토론토대 정치학 교수는 “캐나다가 영연방이라는 사실을 이번 국왕 방문을 통해 트럼프가 인식했으면 하는 희망이 존재한다.” 며 “많은 캐나다 국민이 국왕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으며, 올 초 버킹엄궁에 단풍나무를 심기로 한 상징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또 외신들은 캐나다에서는 왕실이 ‘미국과 다른 캐나다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과거 주춤했던 군주제 지지 여론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