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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29

2023-11-30 18:17:26

베네수엘라 커피 한잔의 여유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여러가지 광고판을 보게 된다. 애완동물을 잃어버렸다는 작은 개인 광고에서부터 화려한 전광판에서 나오는 광고까지. 나도 모르게 운전하며 가다가 읽고 보게 되는데 어떤 광고는 보면서도 과연 저게 효과가 있을까 싶은 것들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인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 기억속에 남아 나중에 생각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광고비가 비싼 이유가 있긴 한가보다. 하지만 그 많은 광고 중에서도 운전자들에게 가장 시선이 끄는 광고는 의외로 굉장히 심플하고 강렬하다. 숫자밖에 없는 이 광고. 광고라기 보다 약간의 통보라는 느낌이 더 맞을 것 같다. 바로 휘발류 가격판이다. 사실 리터당 2불이 넘었을때도 있어서 그런지 요새 $1.60 – $1.70대 가격이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하게 만드는 희한한 시대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참 단순하고 잘 세뇌가 되는 듯하다. 역시 너무 약하다. 오늘 이야기할 나라는 이 원유랑 굉장히 관련이 깊다. 바로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북부 카리브해와 접해 있고, 안데스산맥과 남쪽의 아마존 정글이 있으며, 동쪽에는 3,000km의 하얀 백사장이 눈부신 카리브 해안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이다. 스페인 식민 지배자에 의해 베네수엘라는 작은 “베네치아” 라고 불려 졌으며 산악성 국토를 지닌 가난한 농업국에 지나지 않았다. 석유로 부를 얻기 전 까지만 해도 주산물은 진주, 카카오, 커피, 담배 등이었다.
또한 베네수엘라는 남미에 커피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블루마운틴 커피의 원조가 되는 커피묘목은 1700년 초부터 프랑스 파리의 왕립 식물원에서 키워지던 것으로 베네수엘라를 거쳐 콜롬비아 등지로 퍼졌고 이로써 남미가 커피 생산량의 절대 우위를 장기간 유지하는 시초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910년대에 유전의 발견으로 땅속에서 검은 황금이 솟아져 나옴으로써 커피농업의 중요성을 점점 잊혀지고 커피농사는 이 시점으로부터 관심도 사라지고 쇠퇴해지기 시작했다. 북미의 자본과 정부차원의 뒤늦은 커피농사 장려와 품질 향상 노력이 있긴 하였으나 파카라마 (Pacamara)와 산타 아델라이다(Santa Adelaida), 타치라 (Tachira)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다. 베네수엘라는 2000년도에는 한해 약 7만5천톤을 생산하기도 했고, 가벼운 신맛과 적당한 향기를 가진 베네수엘라 커피는 중간 보다 약간 강하게 배전하여 마시면 최고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뉴스에서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국가경제가 파탄이 났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작년 이곳의 년간 물가상승률이 30만 퍼센트가 넘었다. 커피값으로 치자면 1년 사이에 3,500배 올랐다는 슬픈 현실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원유가 전체 수출의 98%를 차지했다. 하지만1999년 300만 배럴에 이르던 석유 일 생산량은 몇 년간 급격한 속도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70년 만에 최저치인 130만 배럴까지 추락했다. 초기 생산량 부진은 부족한 투자와 허술한 계획과 관리가 발단이 되었지만, 이후 정치적 부패, 2000년도 이후엔 잦은 파업 이후 인력 유출 등 복합적 원인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에 COVID-19로 인하여 전세계 경제한파가 몰아쳐 석유의 수요가 또한 급감하여 국가경제가 더 어려워져 아직까지도 코로나 전만큼으로도 복원을 못하고 있다.
매번 칼럼을 쓰면서 각국 커피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뤘지만 이번처럼 한 나라의 커피농사의 쇠퇴된 경우를 다룬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커피 농사에 최적인 좋은 환경과 위치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너무 빨리 단시간에 부자가 되면 오히려 행복해지는 경우 보다는 더 불행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베네수엘라에 석유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눈부신 카리브해 해변가가 보이는 카페에서 베네수엘라 커피 한잔을 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