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밴쿠버 던바 건설현장서 큰 화재 발생
불덩이 날아와 인근 주택 9채도 불길 옮겨붙어
주민들 “영화의 한 장면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피해 입은 난민 케냐 이재민들 “살길 막막” 호소
6일, 저녁 6시 30분경 밴쿠버시 41 애비뉴와 콜링우드 스트리트 교차 지점의 한 주택 건설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 크레인이 인근의 한 주택으로 쓰러졌다. 크레인이 넘어지는 소리는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었다고 지역 주민들은 당시 사고 상황을 전했다.
이곳 던바 지역 사고 현장 인근의 한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는 쟈넷 튜오(28)는 지진이 일어난 듯한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그녀의 집 바로 옆 6층 콘도 건물 건설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화재로 인한 뜨거운 열기가 곧 전해졌다. 건설 현장의 화제는 규모가 매우 커서 인근의 9채의 주택에까지 불길이 옮겨 붙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튜오 씨는 임대주택 내의 다른 케냐 출신 주민 8명과 함께 긴급히 집에서 빠져나왔다. 살로메 마이나 씨는 집 1층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뜬 후, 핸드폰만 달랑 손에 들고 간신히 집에서 빠져나왔다. 같은 시간, 마이클 챈 씨도 검은 연기에 휩싸여가는 집 주변의 화재 현장을 보면서 긴급하게 집에서 빠져나왔다.
건설 현장에 설치돼 있던 대형 철제 구조물이 인근 챈 씨의 집 차고를 덮치면서 떨어져 내렸다. 곧 차고 안에 있던 차량과 차고 건물은 밟힌 빵처럼 찌그러졌다. 챈은 “마치 자신이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9살된 딸은 건설 현장의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놀라며 비명을 질러 댔다. 사고현장에서 탈출한 주민들은 마치 전쟁 속의 포화 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고 한다. 라이언이라고 신원을 밝힌 사고현장 인근의 한 주택 소유주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전쟁터 속의 폭탄 맞은 것과 같은 모습의 집이 보였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튜오 씨 및 8명의 케냐 출신 주민들은 다시 난민 상태로 돌아온 듯, 집 밖에서 수 시간 동안 낮아지는 저녁 기온을 견뎠다. 써리시에 사는 친구들이 담요와 긴 팔 옷 등을 이들에게 가져다 주기도 했다.
밴쿠버시는 이 날 밤, 현장 인근에 크로프튼 하우스에 임시 대피소를 설치해 놓고, 화재로 대피한 주민들에게 음료와 피자 등을 전달했다. 대피 주민들은 6일과 7일 양일간 밴쿠버시가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머문 후, 8일 집으로 돌아왔으나 모든 소지품과 신분증 그리고 가재도구들이 화재로 이미 손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