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이별, 추억, 그리움 담은 단편소설 7편
교보문고, 영풍문고, YES 24 판매 중
밴쿠버의 은행 지점장으로 잘 알려진 홍창화 씨가 소설 ‘지평리에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평범한 순간 순간의 기억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그림 속에서 삶과 이별, 추억이라는 소재로 불빛/Nights in white satin/그리움/재회/경국이 형님께/지평리에서/회상/인권이 단편소설 7편을 담았다. 홍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이민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회한까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평범한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 일상의 흔한 장면 속에서 빛나는 작은 기쁨과 아련한 그리움을 통해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었다고 했다.
홍창화 작가는 1957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성균관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외환은행에서 펀드 매니저, 시카고지점 근무 후 2002년 캐나다로 이민왔다. 밴쿠버에 정착한 그는 KEB 하나은행 코퀴틀람 지점장으로 10년 6개월 근무 후 은퇴했다. 홍 작가는 “소설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놀랐습니다. 축하한다는 말보다 언제 글을 썼냐고 되물어 옵니다”라며 “글쓰기는 인생에서 저를 성장시키는 활력소였고 늘 함께 한 동반자입니다. 다만 글을 쓴다는 것을 주위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용기를 내어 그 결과물이 탄생한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홍창화 작가 ‘지평리에서’ 소설집은 현재 교보문고, 영풍문고, YES 24에서 판매 중이며 4월 말경에는 밴쿠버에서도 만날 수 있다.
Q 글을 쓰게 된 동기
잠시 무역업에 종사한 것 이외에는 한국에서나 밴쿠버에서나 은행원이었고 지점장에서 은퇴했습니다. 누구나 마음 한 곳에 작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데 저는 글쓰기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쓴다면 어떤 줄거리를 쓰겠다 하는 소재도 머리속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꿈을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었습니다. 2019년에 은퇴했는데 바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때 한번 써보자 했고 천천히 글이 완성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2021년부터 2023년 3년 동안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Q 소설 출간까지
신춘문예 등 여러 곳에 글을 출품해 소설가로 등단할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글을 출품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이 낄 자리가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춘문예는 작품을 뽑는게 아니고 작가를 뽑는다고 합니다. 젊고 참신한 인재를 찾아내어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 작품은 주로 60대 전후의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다양한 독자를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꿈을 포기하기 보다는 유명하지 않아도 저만의 작가의 길을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Q 글쓰기의 시작
낮에는 바쁘니까 주로 밤중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쓸 때는 몰두하니까 모르는데 하나를 끝내고 나서는 오밤중에 한참을 혼자 멍하니 있기도 하고 혼자 울다가 자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하고 글로 정리해 가는 과정이 아름다웠습니다.
Q 소설의 내용과 소통
애틋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어린시절 추억이나 젊어서 한참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인 사회가 워낙 좁다보니 누구를 빗대서 쓴거 아냐? 하는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겠다 싶으니까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두번째 수록된 소설 ’그리움’ 은 원래 배경이 밴쿠버였는데 한국을 배경으로 썼습니다. 이번 소설은 60대 전후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세대별로 공감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층이 탄탄합니다. 아직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고 경제력도 든든한 경우도 많습니다. 아울러 아직도 실제로 책을 읽는 세대입니다. 제가 그 나이이고 그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아직도 소설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평탄하기 보다는 얘기거리를 많이 만들어 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하신 분들은 그 분들 대로, 성공하시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얘기들은 의미 있습니다. 그런 각자의 경험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면서 세대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까지 그려내고 싶습니다.
Q 소설집 속의 수필
이번에 수록할 걸로 6작품을 골랐습니다. 원고지로 600매 정도 되고 그러면 책이 220페이지 정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50페이지를 채우자 해서 맛보기로 수필 2작품을 넣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 가볍게 시작하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수필은 이민 초창기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의 이민의 애환입니다.
Q 인생의 작은 꿈을 이루다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내와 우리 아들들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문학을 좋아하는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내가 책을 출간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꾸준히 했고 그 결과로 책이 나왔습니다. 누구든 자신만의 경험,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 한 구석 늘 남아있는 꿈을 펼쳐보는 것은 도전이고 용기입니다. 저는 죽기전에 한번은 해보고 싶은 일을 이루었고 제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다른 많은 분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공개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에 시간을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책 속으로
다음날은 햇살이 환히 비추고 있는 전형적인 봄 날씨였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퇴원절차를 마치고 모두들 커피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소파에 길게 앉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를 보자 일어나 고쳐 앉으며 반가워했다.
“좀 늦었네요.”
“아니다. 우리도 이제 막 끝났어. 때 맞춰 온 거다.”
어머니가 내게도 커피를 한 잔 내밀었다.
“아버지가 너하고 갈 데가 있다고 기다리셨다. 세수도 말끔히 하고.”
“예. 아버지 모시고 드라이브하듯이 잠깐 다녀올게요.”
“그래라. 산소가 뭐 그리 급하다고. 그냥 집으로 가셨으면 좋으련만….”
“얼마나 갑갑하셨겠어요. 휑하니 다녀올게요.”
“나는 희경이하고 갈테니 조심해라. 길도 익숙지 않을텐데….”
어머니는 왠지 마뜩잖다는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편하게 쉬시라는 뒷자릴 마다하고 조수석에 앉았다.
“일단 경춘가도로 나가야는데 알겠니?” 9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