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전통문화나 전통 의례를 알고 즐기고 계승하길 바라는 마음
글 이정순
책제목:《사자상》
지은이: 김하영
그린이: 신소담
펴낸곳: 가문비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전통 의례를 계승하는 분들이 있어 아이들이 간혹 접할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라를 떠나 외국에 사는 우리 어린이들은 우리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물론 한인회나 다문화 예술인협회 같은 단체가 있어 그곳에서 전통 놀이나 전통 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지 않지만, 흥미 있어 하는 어린이는 그리 많지 않다.
김하영 작가의 《사자상》은 우리 옛 전통 의례를 우리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 하는 이야기다.
3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할아버지가 주훈이와 함께 살면서 겪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유언처럼 전통 간장을 담아 사자상을 이어 가라는 말씀을 할아버지한테 하신 것 같다. 그것은 할머니산소 수목원에 가서 할아버지가 한 말을 듣고 주훈이는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간장을 병에 담아 가서 제를 지내고 나서였다.
“할멈, 올해 담근 간장이야. 어때? 당신이 알려준 대로 잘했지?”
할아버지는 할머니 이름이 적힌 팻말을 정성스럽게 쓰다듬었다.
“여보, 당신이 나에게 당부했던 일을 이제 더 이상 못 하게 됐어. 도시 사람들에게는 그런 게 필요 없는 것 같아. 믿는 사람도 없고.”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동네에 초상이 날 때마다 옥상에서 직접 담근 간장 한 병을 챙겨 옷을 깔끔하게 입고 집을 나섰다. 할아버지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친구 동민이는 할아버지를 저승사자 조수라며 주훈이를 놀린다.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외출하면 미행하기로 작심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교각 밑 운동 기구에서 운동을 하거나, 바둑을 두거나 그곳에 있는 할아버지들한테 인사를 먼저 하며 함께 어울린다.
주훈이는 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어느 날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가 또 간장병을 챙겨 깔끔한 옷을 입고 나가자, 주훈이는 미행한다. 어느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젊은 남자의 고함과 함께 할아버지가 쫓겨난다.
간장이 든 비닐봉지는 대문 밖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 장면을 본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밉다. 동민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또 간장을 챙겨가며, 주훈이 더러 함께 가자고 한다. 동민이네 간 할아버지는 부엌으로 가서 밥 세 그릇, 술 석 잔, 짚신 세 켤레, 묵은 간장 세 종지를 채반에 담아서 현관문 밖에 놓았다.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후, 동민이 할머니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 방금 뭐 하신 거예요?”
“사자상을 차린 거란다.”
“사자상요?”
“죽은 사람을 잘 부탁한다고 저승사자 세 명에게 차려 주는 밥상이란다.”
“그런데 왜 간장을 놔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풍습이란다. 저승사자가 짠 간장을 먹으면 물이 먹고 싶어 집 안으로 들어오겠지? 저승사자가 집에 들어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옛말이 있거든.”
“그래서 간장을 담근 거였어요?”
“처음엔 그래서 담갔는데, 하다 보니 더 맛난 간장을 담그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구나. 저승사자도 맛있는 간장을 먹으면 망자를 더 잘 대해 줄 게 아니냐.”
주훈이는 할아버지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주훈이는 할아버지의 깊은 속뜻을 알고 할아버지를 미워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필자가 자랄 때는 집안에 초상이 나면 고인이 입었던 옷을 동이 트기 전에 지붕 위에 던져 고인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의식이 있었다. 그 의식을 초혼이라고 하는데, 이는 망자가 생전에 입던 옷을 보고 다시 살아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또한 《사자상》에서 말하는 같은 의미다.
서양에서는 ‘할로인데이’ 가 있다. 그날은 전통의상을 입고 아이들은 큰 자루를 들고 집집마다 사탕을 얻으러 다닌다. 그때 아이들이 하는 말이 있다. ‘Trick or treat!’ ‘사탕 안주면 장난칠 거야.’ 즉 ‘해코지할 거야’ 하는 뜻이다. 그래서 귀신한테 해코지당할까 봐 사탕을 준비해서 아이들한테 준다. 이 말은 우리나라 덕담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호박 속을 파내고 촛불을 켜서 대문 앞에 두는데, 귀신이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의미다. 서구에서도 자신들의 전통 의례를 지키고 즐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서구 문화를 즐기는 행사가 해마다 방대해진다. 그래서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사자상》을 읽고, 남의 나라 전통문화를 즐길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나 전통 의례를 알고 즐기고 계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속으로-
“할아버지 때문이에요. 할아버지가 장 담근다고, 앞 동 빌라에 사는 동민이가 놀리 잖아요. 그러니까 장은 왜 담가요? 그냥 사 먹어요.”
“야, 주훈아. 너희 할아버지 저승사자 조수라며?”
주훈이는 눈을 치켜뜨고 동민이를 노려봤다.
“누가 그래?”
“초상이 났다 하면 너희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가시잖아. 저승사자가 오기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니, 조수 아니고 뭐냐?”
할아버지가 긴 한숨을 내쉬며 사자상 차리는 일이 이젠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주훈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았다.
“할아버지, 힘내세요.”
김하영 작가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였으며 2022년 부산 아동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였고, 2023년 동화 단편, 2024년 동화 장편이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에 선정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모음집 『쏙쏙 메모지』가 있습니다. 2023년 눈높이아동문학상 수상, 최신상으로는 <사자상>,<벽란도의 마로, 변경에 가다>,<쏙쏙 메모지>가 있다.
그림 신소담 작가는…
어린이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쓴 책으로 『요정도 우산이 필요해』, 그린 책으로 『차례』, 『체할라, 천천히 먹어』, 『홍시와 고무신』, 『활옥동굴과 아이』, 『전설의 달떡』, 『똥이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