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8일 TuesdayContact Us

“캐나다 엔지니어가 만든 손목 위 혁명”

2025-11-18 14:36:31

알버타주 코크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세계 피트니스 문화를 바꿔 놓은 ‘손목 위 데이터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민 캐나다 전무이사 짐 루니. 사진=PAULA DUHATSCHEK/CBC

가민, 데이터 기반 피트니스 시대를 열다

알버타주 코크런은 로키산맥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옆의 조용한 소도시이지만, 이곳에서 전 세계 피트니스 산업을 바꾸고 있는 기술이 탄생하고 있다. 가민 캐나다(Garmin Canada) 본사의 엔지니어들과 운동 전문가들은 손목에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해 와치로 전송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데이터 기반 운동 문화를 이끌고 있다.

가민의 기술은 심박수,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지수, 수면 패턴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사용자가 더욱 효율적인 운동 루틴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피트니스 와치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코치” 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민 캐나다는 러너, 수영 선수, 사이클리스트 등 다양한 운동선수들과 협업해 실제 운동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해왔다. 이 지역 엔지니어들은 “스포츠는 감각이 아닌 데이터로 이해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최근 들어 피트니스 트래커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미국 보건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앞으로 4년 내 모든 미국인이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할 것” 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민은 자전거용 컴퓨터, 선박· 항공용 GPS 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지만, 특히 운동선수와 러너를 위한 맞춤형 스포츠 와치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번 주 발표된 가민의 분기 실적에 따르면, 피트니스 기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2025년 성장 전망도 상향 조정됐다. 다만 전체 매출은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쳤고, 아웃도어 부문은 감소세를 보였다.

뉴욕 타이그리스 파이낸셜 파트너스 애널리스트 이반 파인세스는 “피트니스 부문이 매우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가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 라고 평가했다.

 

차고에서 출발한 캐나다 엔지니어들

가민 캐나다의 뿌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짐 루니를 포함한 4명의 엔지니어가 코크런 차고에서 다이너스트림 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그들이 만든 첫 제품은 신발에 부착해 달리기 속도와 거리 정보를 알려주는 간단한 장치였다.

“그때는 달리기 거리를 알고 싶으면 차를 몰고 코스를 돌며 계기판의 주행거리를 봐야 했죠.” 루니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다이너스트림은 데이터를 시계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사람들이 다시 손목에 시계를 차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시계를 차지 않던 시기였어요. 휴대폰으로 모든 걸 해결했으니까요. 우리는 ‘다시 시계를 찰 이유’ 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회사는 오랫동안 수운토(Suunto), 아디다스(Adidas), 타이맥스(Timex) 같은 브랜드에 기술을 공급했지만, 최대 경쟁자였던 가민이 최대 고객으로 변하면서 2006년 인수됐다.

다이너스트림은 2018년 정식으로 가민 캐나다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는 약 28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3층 규모의 본사로 성장했다.

루니는 “우리는 제품 테스터들이 바로 산으로 나가 달리기나 사이클링을 시험할 수 있도록 본사를 산 근처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고 말했다.

 

폭발 성장 중인 ‘웨어러블’ 시장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피트니스 트래커 판매는 전년 대비 88%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직장 내 건강 복지비를 활용해 와치를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롱보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맥그리거는 “의료산업의 관점이 ‘질병 치료’에서 ‘건강 증진’ 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를 건강 관리비로 공제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성장은 도전도 함께 가져왔다. 소비자 제품 기업으로서 가민의 최대 과제는 새로운 기기 모델을 꾸준히 내놓아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캘거리 러닝 전문점 고드런닝점의 영업담당 나이절 로클런은 “가민은 여전히 러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지만, 이제는 더 저렴한 대안이 많다” 며 “우리는 비슷한 제품을 400달러 저렴하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폴라(Polar) 브랜드의 와치를 착용한다고 덧붙였다.

가민은 아직 ‘스마트링’ 시장에는 진입하지 않았는데, 이 부문은 최근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또한 최근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Strava) 와의 특허 침해 및 계약 위반 소송이 단기간 온라인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 사건은 곧 취하되었다.

경제 상황도 변수다. 캐나다와 미국이 경기침체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가민은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운동 데이터에 대한 투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롱보우 리서치의 맥그리거는 경제가 둔화되면 얼마나 오래 견딜지는 불확실하다고 하면서도 가민의 강점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몇 가지 와치 모델로 일반 사용자와 러너를 겨냥하는 반면, 가민은 특정 스포츠에 특화된 수십 종의 모델과 초 장기 배터리 수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타이그리스 파이낸셜의 파인세스는 “달리기, 사이클링, 심지어 승마까지 진심인 사람이라면 가민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동물용 트래커’?

루니는 향후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 중 하나는 말(馬) 시장이다.

파인세스는 “말을 기르는 사람들은 이미 수 천 달러를 동물 건강 관리에 쓰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가민의 ‘말용 웰니스 트래커(가격 약 840달러)’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로데오는 급성장 중인 관람 스포츠 이다. 말 위에서 송아지를 잡으려면, 당신은 ‘가민 꼬리 모니터(Garmin Tail Monitor)’ 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