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퀴틀람 여성, 캐나다군 장교였던 부친이 가져온 청동 조각상 3점 그로닝언 박물관에 기증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네덜란드에서 복무했던 한 캐나다 장교가 남긴 청동 조각상 3점이 8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코퀴틀람 주민 브룩 웨버(Brooke Webber)는 최근 네덜란드 북부 그로닝언(Groningen)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부친이 1945년 가져온 청동 인물상 3점과 장교용 트렁크를 현지 박물관에 정식 기증했다. 작품들은 농부 여성, 낚시하는 소년, 집으로 돌아오는 남성을 형상화한 것으로, 평생 아버지의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던 유품이었다.
브룩의 아버지 데이비드 크랜델 웨버(David Crandell Webber)는 1940년 입대한 밴쿠버 출신 장교로, 독일군 항복 이후 네덜란드에서 남은 병력과 함께 다리·도로 복구, 농장 일손 돕기, 주민들과의 교류 등에 참여했다.
1945년 가을 어느 날, 그는 숙취로 잠에서 깨어나 침대 옆에 놓인 3점의 청동 조각상을 발견했다.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남기지 않은 채, 그는 그해 12월 트렁크에 조각상들, 나치 부대 검, 깃발 등을 넣어 캐나다로 돌아왔다. 그 후 조각상들은 평생 그의 집 거실을 지켰고, 1996년 그가 77세로 세상을 떠난 뒤 딸에게 넘어갔다.
브룩은 29년 동안 이 조각상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왔다. “정말 내 것이 맞는가? 혹시 약탈품은 아닐까?”라는 고민은 결국 “돌려줘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브룩은 영국의 ‘Looted Art Commission’,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등과 접촉했지만, 작품의 출처와 과거 소유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부대 기록도 정확한 배치 지역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녀의 조사에 전환점이 된 것은 ‘Liberation Route Europe’이라는 웹기반 전쟁 유적 안내 플랫폼이었다. 메시지를 남긴 지 며칠 뒤, 그로닝언의 전쟁사 연구가이자 투어 가이드인 요엘 스토펠스(Joël Stoppels)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도움을 주었고, 조각상과 트렁크는 결국 그로닝언의 한 박물관에서 임시 전시를 거쳐 정식 기증 절차가 진행됐다.
■ “전쟁의 침묵한 증인들… 80년 만에 고향으로”
기증식은 현지 언론과 박물관 관계자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박물관장 로스 호르착은 “이 작은 청동 조각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전쟁과 해방, 대륙을 넘어 이어진 인간의 기억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은 “이것은 기념품이 아니다. 전쟁 중의 전리품일 가능성도 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그로닝언 부시장 미르얌 바이냐는 그녀를 위로하며, “당시 그의 행동은 80년 뒤 우리가 전쟁의 교훈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뒤 브룩은 스토펠스와 함께 그로닝언 전투 현장을 둘러보았다. 1945년 4월 이 지역을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캐나다군 43명이 전사했다. 도시 외곽에는 1995년에 조성된 3만 그루의 단풍나무 숲과 43개의 구멍이 뚫린 메이플리프 기념물이 서 있다.
브룩은 “현지인들은 지금도 캐나다에 깊은 감사와 친밀감을 갖고 있다”며 “아버지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지만, 네덜란드인들의 관점을 들으며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조각상들은 결국 그곳에 있어야 했다. 캐나다는 그들의 집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