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게 집이 생겼습니다
작고 비좁은 방이 두 개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겨우 드러누울 만한 공간에 빈틈없이 채워진 잡동사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널브러진 쓰레기들도 뒤섞인 채로 잔뜩 쌓여서
코를 자극하는
한 발을 내딛기도 불편한 마음을 둘둘 말아
작은 산등성이 하나를 양미간에 올려 놓는
방문을 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이었습니다
원하지 않은 집을 찾아갈 때마다
치밀어 오른 화는 분노를 부르고
때론 짜증도 스멀스멀 기어올라
밀물처럼 후회가 긴 한숨을 몰고 오는
그 집은 그런 집이었습니다
집 때문에 패가망신했다는 누구의 이야기는
망나니 칼춤 추듯
무섭고 두려워서
벗어나려고 문고리를 찾았지만,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ㅈㄹㅇ”
나지막이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뜻 모를 그 소리가 순간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새어 나온 소리를 찾아 가득 쌓인 방을 치워 보기로 했지요
해괴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처음 맡아보는 기괴한 향이 밴 것부터
내가 좋아하지 않는 괴상망측한 옷과 너덜너덜한 모자
전혀 나와 맞지 않는 이상한 것투성이의 물건들
한 가지 한 가지 꺼내 정성껏 닦고 개고 버리는 사이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 방이었던 방이 하나의 방으로 한 개의 방만 있는
생각보다 널찍한 집이었지요
프리지어 꽃내음에 이끌려 집안으로 봄이 들어 오고
뒤따른 계절의 변화가 집을 감싸안으며
한쪽 벽면에 행복한 시간을 걸어 줍니다
그러자 책장 안에서 환한 얼굴로 앨범이 줄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화사한 꽃무늬의 부드러운 이불이 펼쳐진
폭신한 침대 곁에는 편안하고 안락한 소파가 놓이고
하얀 레이스가 깔린 자그마한 테이블 위에는
입맛을 바꾸어 놓은 음식이 침샘을 자극하며
홀로 부르던 노래는 어느새 하모니가 되어
집안 곳곳으로 흐릅니다
“ㅈㄹㅇ… 줄리아”
내 이름이 또렷하게 들리던 그날 그 시간
혼자 꾸던 꿈은 함께 꾸는 꿈이 되었고
싫어하고 좋아하는 모든 것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꾸며져
집은 나의 청춘이 담긴 시간이요 그리움이고
함께하는 시간 여행의 동반자로
나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이젠 나도 당신의 소중한 집이 되고 싶습니다
2025년 8월 15일 소중한 나의 친구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집은 친구를 은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