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가치 하락 이유로 계약 파기 시도” 논란
버나비의 대형 콘도 개발 프로젝트 이클립스Eclipse를 둘러싸고 사전 분양 구매자들과 개발사 측의 법정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 십 명의 분양 계약자들은 최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프로젝트가 재정난으로 인해 지난 2025년 1월 채권자 보호 절차(CCAA)에 들어간 만큼 기존 분양 계약 역시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개발사와 채권단 측은 일부 구매자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산 가치 하락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모하마드자바드 나달리(30)는 2023년 이클립스 콘도의 사전 분양 계약금으로 사용할 3만8,295달러를 모으기 위해 거의 4년 동안 돈을 아꼈다. 그는 당시 시행사인 틴드 프로퍼티스의 심각한 재정 상태를 알았더라면 결코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업체는 2025년 1월 채권자 보호 절차를 밟게 되었다.
지난달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나달리는 파산절차 과정에서 드러난 자금 유용 의혹, 막대한 세금 미납, 건축허가 및 신축 주택 하자 보증 보험 중단 등의 사실이 미리 알려 졌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나달리는 BC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시행사가 국세청에 1,200만 달러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그 콘도를 사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나달리 씨를 포함한 30여 명의 이클립스 분양자들은 BC법원에 BC부동산개발마케팅법 위반을 근거로 분양 계약을 무효화해 달라는 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주정부 법률과 채무자에게 회생 기회를 제공하는 연방 법률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일반적인 채권자 보호절차의 향방을 뒤흔들 유례없는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반면, 법원이 지정한 이클립스 개발사의 자산 감정인 KSV 리스트럭처링은 법원 제출 서류를 통해 분양자들이 시간이 지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투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파기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KSV 측은 “제기된 법 위반 의혹이 모두 채권자 보호 절차 이전에 발생한 일이며, 시행사의 자금 오용 및 유용 의혹은 입증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감정인 측은 분양자들이 현재 시장 가치보다 실질적으로 높은 가격에 계약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계약 취소를 허용할 경우 연쇄적인 파멸적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정인은 서면을 통해 “이번 소송에서 분양자들이 승소할 경우, 다른 구매자들의 추가적인 계약 이행 거부와 도전으로 이어져 자산 가치가 더욱 폭락할 것”이라며, “현재의 시장 침체, 재고량, 대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미분양 유닛의 마케팅은 극히 어려워질 것이며,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사전 분양 계약의 운명
이클립스 타워는 2024년 말과 2025년 초 킹셋 모기지코퍼레이션에 의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틴드프로퍼티스의 여러 개발 사업 중 하나다. 킹셋 측에 따르면, 틴드 프로퍼티스가 버나비 타워 건설을 위해 설립한 법인들이 미납한 대출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2억 2,500만 달러에 달한다.
당시 킹셋의 여신 및 포트폴리오 관리 이사 다니엘 폴락은 진술서에서 “경제 및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시행사의 세금 문제와 모기지 채무 불이행을 지적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후 몇 달 동안 메트로 밴쿠버 일대의 수 많은 다른 콘도 개발 사업도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콘도 가격이 하락하고 메트로 밴쿠버의 미분양 재고가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두 배로 급증하면서, 사전 분양 구매자의 권리에 대한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정난에 처한 또 다른 개발업자인 헬렌 찬 선 사건에서는 개발사와 계약금 보험 제공업체 모두 “파산 명령 자체만으로도 분양자들에게 계약을 취소할 권리를 주는 중대한 변경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틴드 프로퍼티스의 달지트 틴드 회장은 2024년 써리 ‘디스트릭트 노스웨스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진술서에서 “해당 유닛은 현재 시장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되었기 때문에 분양자들의 계약금은 안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급변했다. 지난해 제출된 법원 서류에 따르면, 디스트릭트 노스웨스트의 분양자 대다수가 기회가 주어지자 계약을 무효화하면서 해당 개발 사업을 법정관리 상태에서 매각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BC감정평가원에 따르면, 이클립스 타워의 평가 가치는 2024년 7월 2억 5,7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월 1억 8,500만 달러로 급락했다. 이 중 약 7,000만 달러의 가치 하락은 건물 자체의 평가액 감소에서 기인했다.
“중대한 재정적 사실 은폐했다”
이클립스 프로젝트가 채권자 보호 절차에 들어갈 당시, 34층 규모의 이 빌딩은 95%의 공정률을 보였으며 총 329개 유닛 중 232개 유닛이 사전 분양된 상태였다.
KSV 리스트럭처링은 서류에서 법원 지정 감정인이 건물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신축 주택 하자 보증 보험을 재개하고, 주요 시공사 및 협력업체를 유지하며 세대별 등기 절차를 밟는 등 다각도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지난 3월 중순 사실상 완공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2026년 4월 10일에 임시 사용 승인이 내려졌다.
감정인은 지난 4월 법원에 이클립스 토지와 건물을 사전 분양 계약 조건에 따라 매각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분양자 두 그룹의 대리인들은 2025년 12월과 2026년 2월에 감정인에게 서한을 보내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무효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두 그룹은 BC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시행사가 파산 절차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이클립스에 대한 ‘중대한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아 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정 공방이 걸려 있는 유닛은 총 32개로, 분양가 기준 총 2,600만 달러가 넘는 규모다
이 같은 소송 제기에 대해 감정인인 KSV 측은 수분양자들이 연방법인
‘회사채권자정리법(CCAA)을 우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방에 따르면 CCAA는 500만 달러 이상의 부채를 진 파산 위기의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연방법이다.
연방법원은 CCAA의 주 목적이 파산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막고 기업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판시해 왔다. CCAA 규정에 따라 주 채권자인 킹셋 모기지는 2025년 1월 광범위한 소송 중지 명령을 받아냈으며, 이에 따라 감정인이 자산을 정리하는 동안 누구도 시행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제한되었다.
감정인 측은 CCAA가 주법(REDMA)상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려는 행위처럼 “구조조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분양자들이 시장이 반등할지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1년 동안 관망하다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꼬집었다.
KSV 측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연방법(CCAA)이 주법(REDMA)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연방 및 주 법무장관에게 헌법적 쟁점 고지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수분양자 측은 “법원의 소송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시행사의 수정 고지서 발행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과거의 위법 행위가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시행사가 주법상 효력이 없는 계약을 강제로 이행(잔금 납부 및 등기)하게 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감정인은 “수분양자들이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당초 계약한 대로 완공된 이클립스 콘도 유닛을 그대로 인도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