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영업 차질에 매출 직격탄
업주·직원 모두 생계 걱정
서머랜드에서 가족 식당 ‘지아스’를 운영하는 아비아나 페릴리자 매니저가 위기를 처음 감지한 것은 재 예약 취소 전화 한 통이었다.
볼드 레인지 산불이 발생한 지난 주 7(금)일 오후 5시 45분경, 폴더 지역의 한 손님이 연기 기둥이 보인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만 해도 산불 규모가 작아 보였으나, 식당 앞으로 나와 하늘을 본 아비아나 씨는 순간 직감했다. “큰일 났구나 싶었어요.”
그럼에도 영업은 계속됐다. 예약이 거의 차 있던 상태라 직원들은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야외 테라스로 날아드는 재를 맞으며 손님들에게 음식을 날랐다. 지아스의 소유주이자 아비아나의 어머니인 샤논 씨는 당시 상황을 영화 ‘타이타닉’에 비유했다. “배가 침몰하는 동안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고 잔이 부딪히던 영화 속 장면 같았어요.”
새벽 1시, 대피령이 떨어졌다. 비상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마당으로 타다 남은 목재 조각과 재가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가족들은 서둘러 차에 짐을 실었다. 안타깝게도 농장에 있던 돼지는 남겨둔 채 떠나야만 했다.
서머랜드의 식당과 카페들에게 여름은 한 해 농사나 다름없다. 호수와 와이너리를 찾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6월부터 9월까지의 수입으로 추운 겨울을 버티기 때문이다. 샤논 씨는 “여름철 버는 돈으로 1년을 견디는데, 가장 중요한 대목을 놓치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7일 오후 서머랜드 서쪽에서 시작된 산불은 폭발적으로 번졌다. 12일 기준 피해 면적은 184평방킬로미터를 넘어섰으며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 데이비드 이비 주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급격한 산불 양상이 BC주의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피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캘리 그린 재난관리부 장관은 대피 지역 내부에서 피해 규모 조사와 보안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주민들의 귀가 시점을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현재 샤논 씨 가족과 대피한 직원 등 총 16명이 펜틱턴의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지아스 식당 건물 자체는 무사한 것으로 CCTV를 통해 확인됐지만, 모든 직원들이 일을 쉬게 되었고 대부분 고용보험(EI)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직원 중 2명은 집을 잃었다. 20년 이상 일해 온 한 여성 직원은 화재 당일 집이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 식당으로 찾아와 “집이 사라졌어요. 밥 좀 줄 수 있나요?”라며 울먹였다. 가족들은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인근 모텔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왔다.
샤논 씨는 보험사와 주정부의 긴급 지원금 덕분에 최소한의 숨통은 트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서머랜드 본점에 이어 펜틱턴에 2호점을 연 ‘선플라워’ 카페의 유리아와 안드리 부부는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픈 두 달 만에 문을 닫게 된 부부는 “모아둔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래를 걱정했다.
다행히 어두운 소식 속에 한 가지 희망적인 뉴스도 전해졌다. 아비아나 씨가 농장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돼지가 무사히 구조된 것이다. 길고 불확실한 재난의 나날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기적이 찾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