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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떨어진 꽃잎들

2024-08-15 11:21:06

캐나다밴쿠버문학가협회의 김태영 시인이 시를 쓰고 윤태영씨가 삽화를 그린 시집이다. 요즘은 소설도 판매가 잘 안되는 시대이다. 시집 한 권이 커피 한 잔 값이어도 시집보다는 라테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물론 시가 밥을 먹여 주지 않는다. 그러니 성공하는 방법이나 돈을 버는 방법 등 세상을 살아 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많은 책들이 오히려 베스트 셀러로의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인문학이라고 하기에는 시가 주는 난해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언뜻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해마다 쏟아지는 신춘문예 출신의 젊은 시인들은 유명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 내고 원고료 만으로도 살아 갈 수 있는 인기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만 명이라고 하는 많은 시인들은 자신의 시를 책으로 묶는 일도 버겁다. 그렇다고 지면을 할애해서 발표 공간을 만들어 주는 신문이나 문학지도 많지 않다. 많은 문학지들은 문인들이 내는 회비 등으로 어렵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즉 문인들이 자비 출판을 하는 문학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에서나 관공서에서 출판하는 출판물에 글이 실리면 원고료를 받지만 많은 지면에 실린 원고들은 원고료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인 김태영은 젊어서 엿장수, 생선장수 등 갖은 직업을 두루 거치고 밴쿠버로 기업 이민을 와서 평생을 정원사로 일을 한 시인이다. 그는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젊게 사는 영혼이 맑은 시인이다. 그와 내가 만난 것은 5년 전인가 꽤 오래된 시간이 흐른 그의 집을 렌트하려고 만나고 계약하고 그가 간경화로 진단되면서 집을 팔고 우리의 렌트계약이 무효화 되고 그는 한국으로 치료차 가고 한국에서 캐나다의 간경화가 오진임이 밝혀지고 김태영 시인이 많이 힘든 시간 힘이 되지 못하고 안타까워 만 하던 시간을 지나 우리가 랭리로 이사를 오고 그도 랭리에 살아서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마치 취재 아닌 취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시를 써오면서 직업과 연관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를 썼다.그의 시는 시각적이고 시각적 대비가 선명하다.그의 시는 순수함을 간직한 동심이 살아 숨 쉬는 시적 세상을 구현하고 있다.그의 시 세상에 들어 가면 아이들의 동화 세계처럼 순수함이 뭍 어 나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그는 그 순수함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킴으로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혼탁하고 때 뭍은 것들을 씻어 내는 씻김굿같은 굿판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는 신앙심이 깊은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그는 사막을 꿈꾸고 불교의 조장을 꿈꾼다. 조장이란 티벳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례 문화로 죽은 망자를 도끼로 독수리가 먹기 좋게 잘라서 먹이로 던져 주는 천장 문화이다. 즉 죽음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몸뚱이까지 독수리에게 보시를 하는 것이다. 물론 유교 문화권인 한국이나 부활을 믿는 기독교의 이념으로 보면 끔찍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는 티벳이나 몽골의 사막을 가고 싶어 한다. 물론 나도 사막을 가고 싶다. 사서 하는 고생일 테지만 말이다. 그는 내가 우울증 때문에 공부하고 있는 마음 공부와 호흡, 명상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도 호흡법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시집에 [정원사 이야기]

풀깍사의 이발 기계가
웃자란 머리 자르면
대지 위의 푸른 것들이 함께 노래 부르고 -중략

풀아, 꽃들아
죽은 강을 그리워하지 말아라
지금 그 뿌리로
네 청춘이 난잡한 노랑민들레이었어도
내 뱃속의 생충들이 다 얼어 죽을
차마 북극의 빙하를 손잡고 건널 수 없으니
우리 다른 곳으로 월담하여 살자.

그의 직업인 정원사로서의 시각으로 이발사 같은 표현으로 잔디와 풀들을 바라본다. 죽은 강을 그리워하지 말아라, 얽히고 설키어 살아 가는 삶과 북극의 빙하를 빌려와 현실을 떠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낸다.
캐나다의 노란색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하다.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들에겐 가장 상대하기 싫은 상대일 수 있다. 하지만 노랑 민들레는 생명력이 절대적이라 할만큼 강하다.그가 가고 싶은 곳은 북극 빙하가 아닌 사막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사막은 낮은 뜨겁고 밤은 추운 도시인이 견디기엔 힘든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생명의 극한체험장중에 하나인 것이다.

[우리의 겨울]

내가 벗어놓은 체온을 덮은 채
광물질 언어로 잠꼬대하는 휴대폰의 어깨숨을 넘어
가만히 문밖을 나섰다. -중략-

휴대폰은 잠김장치속에서
아직 곤한 잠을 자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아니 매 순간 없어서는 안될 물건으로 늘 챙기는 휴대전화도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 된 물건이 아니다. 우리의 체온을 함께 하던 휴대폰이 잠꼬대한다고 표현한 그의 시어와 휴대폰의 어깨숨이란 표현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그만의 독특한 화법이 아닐까 생각 된다.
휴대폰이 잠을 잔다는 표현, 우리가 자주 쓰는 휴대폰이 밧데리가 없어 죽었다는 표현은 이시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휴대폰과 함께 자고 있는 천사 같은 그를 떠올리기도 한다. 겨울이라는 계절에서 체온은 살아 있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풀잎의 노래]

어차피 꽃잎 지고 마는 정원 속에서
마른궁대가 지금 꽃 피우는 때 행복하다
시절의 먹구름은 다시 드리울 테고
그때는 뿌리하나 남아서
소리 높이 노래햘 테다

풀들의 슬픔과 기쁨을 알았다
흙과 하늘의, 빛에 대한 믿음이
꽃피고 잎되어 떨어지는 말없는 순종을 -중략-

풀잎은 꽃모종이 아니다. 풀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마치 잉여인간 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 풀이 꽃을 피우는 때 사람도 행복하다.
시절의 먹구름은 계절의 순환이다. 봄이 오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듯 인내할 시간이다. 그 인내할 시간 뿌리 하나 씨앗 하나 남아서 겨울을 노래하겠다는 말이다.
화초나 꽃이 아닌 풀들의 슬픔과 기쁨을 알았다고 말한다. 생명을 근원인 흙과 비와 빛에 대한 믿음은 비빌 언덕 부모와 같은 창조주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할 일을 하는 순종을 말한다.

[환절기]

-중략-
이윽고 싸이프러스 산맥으로 새 떼가 날아간다
가을 숲속에서 뭉텅 떠오른 새 떼
기다림 따위는 없을 공원 높이 솟은 깃발과
솔송나무 꼭대기가
서쪽 바람을 타고 나른다
절연체 금속에서 발과하는 고독처럼
막연한 몸짓으로 서로 그리워하는
서로 몹시 다른 것들
-중략-

이시에서 싸이프러스 산의 새 떼와 숲 속에서 떠오른 새 떼의 원근감은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기다림 따위는 없을 깃발이라는 늘 펄럭이는 깃발 바람을 타고 나른다고 말한다. 바람이 깃발을 펄럭이게 하는 것이지만 바람을 타고 나른다는 표현은 작자도 날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일상에서 구속된 도시인들이 하늘의 새와 깃발을 보고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새 떼, 깃발 솔송나무 꼭대기가 모두 다르지만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 줄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듯이 행복도 그곳에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