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2025-02-12 16:25:54

윤문영

오랜 만에 산을 갔다

겨울 산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한 때 눈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눈의 세상에서 마음껏 살았던 적의 일이다

그리고 나서 초록이 그리웠었다

초록과 땅의 색을 밟고 싶었다

오랜 만에 산을 갔다

하얀 눈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발 놀림이

차곡차곡 눈길에 낙서를 써내려 가고 있었다

마음보다 몸이 신이 나서

“나 너 알아”, 하면서

겨울 산을 겅중 겅중 달렸다

흰 눈이 덮혀진 나무를 보며 받아들임을 배웠고

안개가 흩어지며 속살을 보여준 풍광에 넉넉함을 배웠고

발을 옮길 때 마다 발과의 대화를 배웠다

봄에 피는 꽃 대신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 대신

흰 눈이 겨울산을 메웠다

오랜 만에 산을 갔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도착한 산에는

한 까마귀가 마중 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