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눈부신 게 있다’는 시집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부신 게 쓸데없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아마
시인의 소양이 부족한가보다.
쓸데없이 보이는데 눈부시면 쓸데 있는 건지,
눈부시면 모두 쓸데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따지면 쓸데없는 건지, 시인의 소양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의 쓸모를 찾아보니 쓸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가 그냥 쓸모인 그런 것이다.
쓸모나 능률로만 세상을 바라보다가 나는
알았다,
세상에 어디 능률만 있고 쓸모만 있는 게 아니고
세상에 어디 쓸모 아닌 게 있고 버릴 게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두 필요했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두 필요하지 않았다.
얼핏 보니 아름다웠던 모든 것이 자세히 보니 지저분하고
자세히 보니 아름다웠던 것이 얼핏 보니 지저분했다.
나는 누구의 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누구의 눈도 아니었다.
누군가 나의 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눈도 나의 눈은 아니었다.
글 | 오석중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