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블랙이 쓴 전문(前文)
윌리엄 스트래천 일병의 전사 이후, 지난 70년 동안은 견디기 어려운 침묵만이 이어졌습니다. 유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었음에도, 세상이 그들을 알아주지 못한 채로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유가족들이 치러야 했던 너무나 큰 대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잊어버렸다고 느꼈습니다. 무언의 고통 속에서, 홀로 남아서…….
엘리자베스 여사께서는 기억합니다. 당신의 어머니께서 윌리엄 일병이 전쟁에 나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운명의 장난일까, 그 예감은 실현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사와 그분의 누이 셜리 여사께서는 윌리엄 일병을 결코 잊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이따금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러나 지난 해, 유가족 분들의 가슴에 드리웠던 아픈 침묵이 갑자기 압도적인 감사의 물결로 바뀌었습니다. 윌리엄 일병의 두 자매 분께서는 환영의 미소, 자애로운 우정과 존경의 말을 전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의 메시지
윌리엄 스트래천 일병의 유가족이 쓴 글
2024년 7월 14일
2023년 4월부터 만난 한인 분들께 스트래천 가를 대표하여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의 형제 레슬리는 한국전쟁에 자원하여 참전했습니다. 불행히도 레슬리는 1951년 5월 30일 자일리 전투 도중 향년 21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그의 죽음에 망연자실했고, 저희는 지난 73년 동안 레슬리가 저희 삶에 더 이상 없다는 사실에 늘 그리운 마음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5개월 동안, 저희는 대한민국을 위해 레슬리가 희생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 너무나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한국인 가족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저희는 스트래천 가를 위하는 진실된 마음과 진심 어린 걱정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캐나다의 군인들이 남한의 자유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남한은 번영하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지난 6월, 주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견종호 공관장 님께서는 저희 가족을 점심 식사에 초청했습니다. 저희 가족 중 세 명이 식사에 참석했고, 총영사관 공관장 님 덕분에 예상치 못한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공관장 님의 따뜻함과 환대, 그리고 저희 형제와 가족들에게 명예를 안겨준 친절함에 감사드립니다.
2023년 4월에는 재향군인회 캐나다 서부지회 사무처장이자 가평군 홍보대사이신 장민우 님께서 저희를 만났고, 버나비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을 초대했으며, 저희의 소중한 형제 레슬리를 추모하는 화환을 놓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추모식에 저희 가족을 참석하게 해 주시고 레슬리를 함께 기려 주신 장민우 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 홍보부의 스테파니 황 부부장 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테파니 님은 레슬리의 안식처에 편지, 사진, 기념품을 놓을 수 있도록 저희를 도와주었습니다. 그분은 저희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재한유엔기념공원의 소식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레슬리는 이렇듯 보살핌의 손길 속에서 잘 있습니다.
오카나간 한국문화지식학회 회원인 준 페론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준 님은 11월에 저희에게 연락을 취해 친목 모임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준 님은 11월에 켈로나에서 열린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한국전쟁 이후 7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에 화환을 놓았고, 저희가 레슬리를 기리는 화환을 놓는 동안 저희 가족에게 지지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준 페론 님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다이앤 리 님과 그분의 아들 클린턴 군은 저희 가족이나 다름없이 여러 번 연락하며 방문하고 함께 어울려 주었습니다. 저희 가족에겐 당신들이 진정한 선물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계속 레슬리를 기억하며 그를 그리워했습니다. 레슬리의 죽음은 저희 인생에 큰 슬픔과 상실감을 안겼죠. 그러나 저희는 한인 사회에서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며 그의 희생에 대해 여러분이 얼마나 진실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그간 저희 감정에 드리워져 있었던 상처를 치유하도록 도와주었고, 레슬리를 기억할 때 다시 한번 눈물을 씻고 웃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한인 사회의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 안에 더 많은 이들이 들어오게 된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진심을 담아,
엘리자베스 맥하디, 고든 스트래천, 셜리 위시러브
번역: 전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