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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황혼기의 부부생활과 계산기

2021-06-08 11:55:43

글 | 한 마리아

부부가 살아 가는데 취미생활이 같은 일이 있으면 시간 보내기가 수월할거라고 해서 얼마전 부터 골프를 따라 나서게 되었다.

남편은 40대에 시작하여 20년이 넘은 오늘까지 ‘골프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로 사투를 벌여 다크호스 라고 할 정도의 실력으로 60대 중반의 하나도 예쁘지도 않은 마누라를 가리킨다고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중이다.

매너와 멘탈의 운동이라는 이 일이 가르쳐주고 잘 알아들어서 실천이 되어 서로 휘파람 불면서 즐거우면 좋으련만 팽팽한 대립과 갈등이 날이 서 있으면서도 서로 간에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기에 정작 싸울 일도 아닌데도 언쟁이 오고 갈때가 있다. 그 일들은 바로 계산이라는 마구니에 걸려 들었다는 것이다.

과연 무엇에 대한 계산일까?

한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서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고 본인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 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나의 처지는 그런 남편이 무얼 바라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인정해주는 일보다는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나의 잘못하는 점만 질책하는 남편이 싫어서 나의 나이, 신체적 구조 ,늦게 시작한 일등을 핑계삼아 나의 입장 에만 도취되어 있었다는 일이다.

그리고 남편이 아니라면 또는 아내가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들 ,장점도 보일 것이고 감사와 고마움도 표현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보이게 되고 그 단점들은 어디서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고 원래 그러고 살고 있던 중에 주범인 계산이 등장하면서 더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고 이런 일들이 삶 속에 장애로 둔갑할 때에는 비교와 욕심과 불만으로 버티고 서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런 일들의 특징 이라면 어떤 일들이 있을까?

그런 계산의 게임이 진행될 때에는 상대가 계산 놀음을 하는 일은 잘 보이는데 자신이 계산하는 일은 잘 보이지 않고 그러기에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런 일로 투쟁을 한다고 하면 웃어넘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정작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면 서로 지지 않으려 하고 내가 옳음을 끝까지 주장 하면서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싶어진다.

이런 황혼기에 우리 부부처럼 골프배우는 일, 또는 운전 배우는 일들로 이런 상황이 되기는 드문 일이지만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문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인 것 같다.

이런 경우라면 어느 쪽이 더 자녀들에 대해 관심이 더 많고 누가 더 도움이 되는 공로가 더 크며 좋은 엄마, 능력 있는 아버지가 되기 위한 일에 몰두하여 정작 그들이 원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리 있더라는 것이다.

이럴 땐 부모자신들이 외롭고 불안하기에 그런 일에 메여서 자녀들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뿐이지 자녀들은 이미 어느 쪽으로 편승해야 할지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옛말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그러기에 부부의 그들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들 ,아니 모든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부부의 삶을 뒤돌아 보면, 아이들 말처럼 ‘싸울 일도 아니고 같지도 않은 일에 싸운다’고 했듯이 그런 일에 온정신을 쏟아서 계산에 몰두하고 자존심 내세우는 일에 정신을 모두 빼앗긴 끝에 아이들이 누구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보여주는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부모곁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떠나 보낸 두 딸의 힘들어하는 모습안에서 오로지 무슨 일을 대하든지 계산하고 그로 인해 손해보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말과 행동을 다 동원하고 그런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럴 수도 없게 될 때에는 비관하고 절망하며 , 자신감없는 불쌍한 영혼이 되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낮추어 버리는 일이 부모의 눈에 들어올때면 그때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앞에 망연자실 하게 된다.

지금 이 나이에도 부모님의 그늘에 피신하고 싶을 때가 있듯 이 자녀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의 영향권이라는 먹이를 먹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부부가 살아가면서 특히 황혼기의 고정관념이 견고하게 드리워진 곳에서의 막혀버린 대화 외면하고 싶은 순간에 처해 있다하더라도 어떻게 회복할 수는 없을까? 가능한 일이 있을 것 같다. 말 한마디! 로…..

부부가 살면서 어찌 언쟁이 없고 그로 인하여 투쟁이 없겠는가?

언쟁도 있고 잘못도하고 실수도 할 수 있는 자신에게 조금 점수를 후하게 줄 수는 없을까?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상대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용기와 상대의 질책도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을 나에게 베풀 수는 없을까?

젊은시절 어서 나이를 먹으면 조금 더 마음이 넓어지고, 인내심이 생기고 그로 인하여 너그러워지고 여유가 생길거라고 생각했던 일은 큰 착오였던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은 더 세어지고 설움은 더 범위를 넓혀감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다. 그러기에 너와 나 별반 다를게 없는 계산기 두드리는 인간들이기에 자신의 잘못에 촛점을 맞출 수만 있다면 먼저 손 내밀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언쟁도 있고 투쟁도 할 수 있지만 그 날을 넘기지 말고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그것은 부스럼이 살이 되지는 않는것과 같은 일이니까…..

상대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먼저 자유를 주는 일이며 알고 보면 서로가 계산기안의 비슷한 무게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 있는 어느 문이 이 마음의 문 보다 더 견고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새삼 무슨 노력을 하고 살며 그냥 살던대로 살다 가지 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아까운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들 있지 않은가?

언쟁과 투쟁, 서운함과 불만에서 오는 불안감 ! 이런 일들은 성격에 결부 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며,사람이 좋고 나쁘고도 아니다 . 다만 마음이 아프고 병이 난 것이다. 그러하기에 전문가를 찾든지 가까운 곳에 상담을 하거나 도움을 주는 비영리단체도 방문할 수 있고 치료하여 나을 수 있는 아픔들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우리 부부의 문제로 마감이 되지 않더라는 이야기이고 지금도인간관계의 어려움에서 신음하고 있는 내 자녀들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골프장 사건으로 화해 내지는 수습을 못하고 하룻밤을 보내고 보니, 지옥이 따로 있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 다음날, 나를 위하여 먼저 손 내밀기로 마음 다잡아 먹고 남편에게 ‘골프에 재주도 없는 나를 가리킨다고 고생한다 ‘고 말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남편도 자신의 교습 방법이 좋지 못했다고 말해 주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부는 다시 연습장으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