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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 칼럼]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되는 음식

2022-02-06 22:14:21

감자엔 천연독인 솔라닌과 차코닌이 들어 있다. 특히 껍질부분과 싹이 난 감자, 그리고 녹색으로 변한 부분에 많이 있다. 이 감자의 독은 적혈구를 파괴하고 운동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어릴적에 병에 광목천으로 입구를 막고 변소의 똥에 넣어 두고 똥물을 모아서 약으로 쓰는 것을 본적이 있다. 모르고 먹으면 약이라고 눈 딱 감고 훌쩍 넘기라던 그 당시의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난 특히 설사를 많이 해서 익모초즙을 많이도 먹었다. 세상 어떤 약보다 쓰고 깅게락이 먼지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쓸 것만 같은 그 것보다 쓰다고 앙탈을 부렸다. 두드러기도 많이 났다. 아마도 알러지의 일종이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면 어머니는 날 발가벗겨 아궁에 앞에 세우고 짚을 태운 재로 온 몸을 쓸어 내며 주문을 외웠다.

콩깍지 속에 따뜻한 계란은 톡톡 깨서 날계란으로 마셨지만 닭고기조차 잘 먹지 않는 나는 병치레를 자주했고 시름시름 앓아 눕는 적이 많았다. 내복이 뭔지, 속 옷이 뭔지 모르고 홋깝데기 바지에 숭숭 들어 오던 겨울바람에 고환까지 얼어 붙는 추위가 아마도 늘 감기를 달고 살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두더지를 잡에 빨래줄에 걸어 두는 것을 보았는데 이상한 고기를 발라 내 입속에 밀어 넣던 엄마와 혓바닥으로 밀어 내던 나. 아뭏든 뭔지도 모르고 먹은 그것이 두더지 고기였다. 땅을 헤집고 다니던 땅두더지는 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앞 발이 오리발처럼 되어 땅을 잘 판다.

그리고 아파 누워 있는 내게 약을 먹이는 것이 아니고 얼었다고 할 정도로 찬 사과를 숟가락으로 퍼서 먹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그 때 사과는 약이지 음식이나 과일이 아니었다. 후에 과수원 서리를 가서 사과나무 아래서 맡은 사과향을 잊을 수 없다.

집 앞 텃밭에 심어 놓은 당근도 들며 나며 뽑아서 흙을 툭툭 털어 먹고는 했다. 그 당시 당근에서는 당근 냄새가 났다. 지금 당근에선 맡기 힘든 당근 고유의 향기가 말이다. 오이도 밭 가장자리에 싶어 놓은 오이에서는 싱싱한 오이향이 났다. 하지만 지금 마켓에 비닐에 포장된 오이에선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다.

콩도 논두렁마다 심어 가을 서리가 내릴때쯤에 거두어 들이게 되는데 그 서리태가 밥에 올라가면 콩내음이 났다. 그 땐 흰쌀밥이 그리도 먹고 싶었지만 사실 양을 늘리기 위해 밥에 넣은 감자, 콩, 보리, 수수, 조 등의 곡식들이 모두 각자의 향기를 가지고 향연을 벌이던 교향곡 같은 밥상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마켓에서 쉽게 사는 음식들이 아무런 향도 없고 어쩌면 모양만 오이, 감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콩서리, 수박서리, 참외서리, 사과서리 우리집에 기르지 않는 농작물은 서리를 통해 해결하던 그 시절에도 서리하다 걸리면 그동안 잃어 버린 모든 농작물을 배상하도록 했기 때문에 걸리지 않으려 정보와 지혜를 총동원했다.

서리는 달밤이 아닌 어두운 그뭄밤에 했다. 어둠에서도 길을 잘아는 아이들이었기에. 대담하게 낮에 서리를 한 적도 있다. 목화 송이 달콤한 즙을 따먹기 위해 목화밭에 고랑에 누워 목화 송이만 쏙쏙 따먹던 아이는 ‘거기 어떤 놈이냐.’는 소리에 놀라 도망치다 개울에서 개울물에 젖은 검정 고무신이 벗겨져 버리고 달아 났는데 그 고무신을 증거로 찾아 온 목화밭 주인에게 어머니가 빌고 또 빌어야 했다.

세상엔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이 있다

어릴때 사과를 먹으면서 속과 씨를 발라 놓는게 아깝기도 하고 보기에 지져분해 보여 씨까지 통째로 먹었다. 나중에서야 사과씨가 아미그달린이란 독이란 걸 알고 얼마나 찝찝하던지. 이 독성분이 인체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독극물인 청산가리로 변하게 된다. 많이 섭취하면 구토와 현기증은 물론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게 된다.

감자가 햇빛을 보면 녹색으로 변하고 온도가 맞는 곳에 두면 싹이 나오게 되는데 이걸 아깝다고 먹으면 독을 먹는 것이다. 감자엔 천연독인 솔라닌과 차코닌이 들어 있다. 특히 껍질부분과 싹이 난 감자, 그리고 녹색으로 변한 부분에 많이 있다. 이 감자의 독은 적혈구를 파괴하고 운동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감자보관하는 곳에 사과를 보관하면 감자에 싹이 트는 것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양파와 같이 보관하면 둘 다 빨리 상하게 된다.

싱싱해 보이는 소라에도 독이 있다. 테트라민이라는 소라독을 먹으면 속이 메스껍고 많이 먹거나 심하면 앞이 안보일 정도로 두통을 느끼게 된다.

고사리를 싱싱한 것으로 볶아 먹으면 되지 왜 그걸 꺾어다가 삶아서 말리고 다시 불리고 볶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고사리에도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독이 들어 있다. 그래서 서양사람들이 고사를 꺾는 우리를 이상하게 본 것이구나. 고사리를 그냥 요리해서 먹으면 독소로 인해 폐암과 방광암에 걸릴 수 있다.

캐나다에는 땅콩 알러지 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땅콩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땅콩을 먹게 되면 기도가 막혀 죽게 된다. 작도콩에도 두통을 유발하는 타이라민 성분이 들어 있다. 항 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 먹어선 안된다.

붉은 강낭콩을 날 것으로 먹으면 어떻게 될까? 개인차는 있겠지만 다섯개만 먹어도 치명적일 수 있다. 콩종류엔 PHA(Phytohemagglutinin)이라는 독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은 살충제성분인데 충분히 삶아 주면 제거가 가능하다. 콩등을 삶거나 요리할때 한 번 끓여 내고 삶는 이유가 이런 독성분을 게거 하기 위한 것이다.

몸에 좋다는 호박, 특히 산모에 좋다고 해서 푹과서 먹는 걸 선호하기도 하고 호박즙, 양파즙등과 같이 즙으로 팔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된 호박은 쿠무르비타신이라는 독소가 다량 생성된다. 이 독소는 수박, 오이 같은 식물들이 해충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위한 독성이다. 독성이 강하다. 하여 급성 위염, 급성 장염, 급성 위경련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오래 보관해 두었던 늙은 호박을 먹을땐 혀 끝으로 테스트해보고 쓴 맛이 난다면 먹지 않도록 해야한다. 오이의 꼭지부분의 쓴 맛도 이 독소로 인한 것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고구마는 겨울철에 구뭐서 먹으면 천국을 맛보게 하는 구황식물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껍질이 갈색으로 변했거나 검은 반점이 생길 정도로 싱싱하지 않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흑반병 병균에 오염된 고구마는 먹을 경우 쓴 맛이 나고 메스껍고 설사등을 유발한다. 물론 동물에게도 주어선 안된다.

요즘엔 푸른색, 보라색 등 다양한 토마토가 나와서 구분이 쉽지 않긴 하지만 익지 않아 푸른 토마토는 독성물질인 솔라닌을 함유하고 있으니 테스트 중에 떫은 맛이 나고 메스꺼우며 토하게 된다.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토마토 푸른 열매뿐만이 아니라 잎과 줄기에도 신경과민, 도통,위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독성이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캐나다에서 고사리대신 말린 토란대를 불려서 육계장에 넣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토란에는 옥살산칼슘과 호모겐타신산 성분이라는 독성이 들어 있다. 피부, 눈 점막에 묻으면 심각한 염증을 일으키고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섭취했을 경우 쇼크나 마비 증상이 오기도 한다. 토란이나 토란대에 이런 성분이 들어 있는데 소금물에 삶으면 이 독성이 사라진다.

 

 글 전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