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저금리 혜택을 누렸던 주택 구매자들은 매월 늘어나는 부채 규모에 고통받을 전망이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5.1%를 기록했다.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에 단행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미국인의 재정적 삶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 금리체계의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올라 은행 대출이자 등 가계부채 상환의 압박이 커질 거란 얘기다.
미 기준금리 22년만에 최대폭 0.5%p 인상
‘여러 차례’ 추가 인상도 가능성도 열어놔
모기지 금리 등 가계부채 상환 부담도 커져
연준은 3~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25~0.50%에서 0.75~1.0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폭 인상이자, 통상 인상폭(0.25%포인트)의 두 배에 달하는 ‘빅스텝’ 행보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몇 차례의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FOMC 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연준의 빅스텝이 이번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하루빨리 막기 위한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각종 가계 대출 금리도 빠르게 올라 미국 소비자 삶이 급속한 속도로 궁핍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의 이밍마(Yiming Ma) 조교수는 “앞으로 미국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부채를 상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법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기간 저금리 혜택을 받았던 각종 대출이자가 연준의 인상 속도에 맞춰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이자 상환 부담이 더 커지기 전 대출을 최대한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요 외신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더 비싸질 3가지로 △신용카드 연이율(APR)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자동차·학자금 등 각종 대출금리 등으로 꼽으며 미국 소비자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카드론 금리인 신용카드 연이율은 연준 통화정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중 하나다.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트리의 매트 슐츠 분석가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일반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1~2개월 뒤에 카드론 금리를 높이고, 이는 이용자들에게 바로 청구한다. 데이터 분석업체 월렛허브는 최신 보고서에서 현재 신용평가가 양호한 이용자의 평균 연이율은 18.84%로,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팬데믹 기간 저금리 혜택을 누렸던 주택 구매자들은 매월 늘어나는 부채 규모에 고통받을 전망이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5.1%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의 2.98%보다 2%포인트 인상이 뛴 것으로, 주택 구매자들이 매달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수백 달러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그렉 맥브라이드 수석 재무분석가는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를 앞두고 낸 성명에서 “모든 징후가 더 높은 금리를 가리키고 있다”며 “5월이면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5.5~5.75% 사이로, 15년 금리는 4.75~5% 안팎까지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대출금리도 높아져 부품 부족으로 가뜩이나 치솟은 자동차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5년 만기 신차 대출의 평균 금리는 4.47%로, 1년 전의 4.12%보다 높았다.
미국 대학생들도 당장 다음학기부터 연준의 금리인상을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금리는 10년물 국채 경매에 따라 매년 5월에 정해지는 고정금리, 이미 대출을 실행한 학생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실행할 학자금 대출에는 인상된 금리가 적용된다. 또 사립 학자금 대출은 연방정부와 달리 대출 기관이나 개인의 재정상황에 따라 바뀌는 변동금리를 부과해 사립 학자금 대출자들이 당장 상환해야 할 이자가 늘어날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