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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5

2022-12-14 10: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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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5회

지난주에는 출장차 토론토에 다녀왔는데 퀘벡에서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퀘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곳은 캐나다가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프랑스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거리의 간판, 가게의 메뉴, 그리고 정류장까지도 모두 불어로 되어있고 영어 표시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고 하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들의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자부심이 크다고 한다. 오늘은 그럼 프랑스 커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프랑스에서 커피가 유행을 하게 된 시기는 루이14세때 (1643년)로 거슬러 올라 간다. 태양왕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루이 14세는 사실 커피를 그리 썩 즐겨 마시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커피문화를 발전시키는 데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잠깐 여담을 하자면, 모순적이지만 사실 나도 커피 로스팅에는 무척 열정적이나 정작 커피는 잘 못 마셨다. 카페인에 민감한 일부 사람들처럼, 커피 한잔만 마셔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숨이 가빠오는 증세를 보이곤 했다. 로스팅 회사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 거의 매일 테스팅을 해야만 했다. 여러 종류의 커피를 짧은 시간에 마셔야 했을 땐 커피 숙취(?) 에 머리가 하루 종일 띵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카페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프랑스 커피 문화를 이야기하자면, 커피는 처음으로 터키 대사가 프랑스의 정치적 동정을 살피기 위해 베르샤유 귀족 여인들을 파티에 초대하여 커피를 대접한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 커피를 접해보는 귀족 여인들은 커피의 쓴맛에 당황하다가 설탕을 넣어 마시니 커피의 향과 달달한 맛의 조화에 감탄하였다. 이 맛에 취한 귀족 여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커피가 대화의 매개체가 되었고 그 대화 가운데 이런 저런 정치적인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군데 카페가 생겨 나면서 일반 시민들도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하면 본래 와인의 나라로 인식이 가장 강하지만 사실 커피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하우스를 지칭하는 카페 (Café)라는 단어도 사실은 프랑스의 커피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보통 카페하면 한국에서는 커피샵이라고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프랑스에서의 카페는 조금 다르다. 프랑스의 도심을 보면 길거리를 가득 메운 야외 테이블과 파라솔이 아름답게 펼쳐진 카페들을 연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카페는 단순히 커피와 음료만 파는 곳만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에겐 카페는 문화적 공간과 대화의 광장으로써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책도 읽고 여유를 가지며 야외의 햇볕을 즐기는 장소 이기도 한다.
18 – 19세기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카페를 예술, 정치, 사회의 전반에 걸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이때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어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하곤 했다. 몽마르트 카페에서는 르누아르, 로트렉, 피카소, 고흐가, 몽파르나스 카페에서는 헤밍웨이, 헨리 밀러가, 카페 드 플로르에서는 장폴 사르트르 그리고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예술가들이 함께 했다. 이러한 카페 문화로 지금의 프랑스의 예술과 문학이 큰 영향을 미쳤고 아직도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서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바로 가는 문화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커피만 take-out으로 사가는 모습은 모기 드물다고 한다. 이웃나라라 하더라도 커피문화의 차이가 확연이 다른 것도 참 재미있는 것 같다.
프랑스 인들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끊임없는 토론을 한다. 그들은 토론과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 해보고 좀 더 멋지게 인생을 즐기려 노력한다. 꼭 격식이 갖추어진 컨벤션이나 세미나 같은 곳에서만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커피 한잔씩 놓고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철학, 예술, 문화에 대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며 생산적인 토론으로 승화를 시킨다. 이렇듯 프랑스의 커피문화는 카페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담론문화로 이어졌고 17세기 이후로는 예술의 수준을 엄청나게 끌어 올렸다. 커피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있었을까?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