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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6

2022-12-15 14:02:13

[커피 이야기] 6회

축구는 내가 커피 못지않게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다. 사실 축구를 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경기를 보는 건 국가 대항전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코로나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유일하게 TV를 통해서 바깥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고 있을 때 유럽 리그에 빠지게 되었고 팬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인지 이번 월드컵도 더 재미있었고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아시아 축구를 응원했다. 그리고 8강에서 한일전을 보기를 기대 했지만 여전히 유럽국가들의 벽은 높았다. 일본은 축구에서 우리나라와 정말 숙명의 라이벌이지만 결코 실력이 만만한 나라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그런 일본의 커피 문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일본의 커피 문화는 앞서 소개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유럽의 나라들 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장소에서 사람들의 모임과 교류를 중심에 두고 커피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일본 커피문화는 커피 그 자체의 맛을 추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유럽에서는 상류층에서 커피문화가 이루어졌지만 일본에서는 서민층을 중심으로 “맛”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점이 일본만의 독창적인 커피문화로 뿌리내리게 하였다.
일반인들이 커피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1910년 이후 브라질에서 재고과잉으로 인해 일본에 흘러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대중에게 프랜차이즈 형태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최초의 커피숍 유행이 일게 되지만 전쟁으로 인해 생두수입이 끊어지면서 커피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다가 전쟁 후 점진적으로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재개될 수 있었다. 1960년대에 생두수입의 자유화로 일본의 커피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1970년에는 커피숍 창업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후 10년간 약 15만개의 커피숍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일본에는 거대 자본으로 원두를 납품하거나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대형업체들이 많이 생겨나 소규모 커피숍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들과 차별성을 두기위해 작은 커피사업자들이 커피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하게 된다. 그 결과 고품질의 생두구입, 로스팅, 추출 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노력으로 여과지를 이용한 핸드드립, 융드립 (직물 종류인 ‘플란넬’을 이용한 커피 드립방식) , 사이폰 (진공플라스크를 이용한 커피 추출법) 등 다양한 추출 기술들이 소개 되었다.
또한 싱글 오리진 (여러 산지 커피를 블렌딩하지 않고 오직 한 산지에서 수확한 커피)의 원두로만 추출하는 방식에서부터 블렌딩 커피(여러 산지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비율로 블렌딩한 커피)까지 여러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도 이루어 졌다. 이러한 여러가지의 커피에 대한 탐구의 시조가 되는 사람이 바로 “미우라 요시타케”이다. 커피광이라고 불리우는 미우라는 융드립 커피 추출 방식에 가장 진심이었고 캔커피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이기도 했다.
커피 애호가라면 한번은 방문해 보고 싶은 긴자에 위치한 카페 드 람부르 (Café De L’Ambre)의 세키구치 이치로씨도 일본 커피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특히 이 곳은 로스팅도 함께 하는 까페의 시초이기도 했다. 또 오사카에 에리타테 히로야스는 융드립의 대가로 일본 커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이들의 여러가지 커피 연구를 위한 노력으로 인해 일본의 커피문화는 다른 나라와 차별된 독창적인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이후 부터는 일본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실업자들이 비교적 쉬운 커피숍 창업에 많이 뛰어 들었고 이때부터 대중들이 커피를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는 해외의 커피 문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트렌드의 카페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두를 구입하여 직접 로스팅을 함으로 그 가게만의 개성 있는 커피 맛으로 차별성을 두는 일본의 토종 커피숍들의 인기도 여전하다. 이러한 일본의 커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은 그들만의 고급커피 문화를 만들었으며 최근 10년간 한국커피 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