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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는 천천히 가는 길을 알려 줍니다

2023-02-23 14:49:09

한국전통도자기 전수하는 클레이 포 유

캐나다 서부지역 도암 김정홍 도예가와 17명의 제자들의 모임 클레이 포 유(Clay for You)의 제 17회 정기 전시회가 1월12일부터 2월 15일까지 포트무디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만남, 옥의 바다를 건너서’라는 주제로 고려청자와 분청 사기 작품 70여점을 선보였다.
오혜선 클레이 포 유 회장은 “청자는 흐르는 옥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우리 단체를 이루고 있는 각 구성원이 또는 각 구성원의 부모님들이 건너왔을 푸른 옥빛 바다의 빛깔과 도자기의 빛깔이 닮아 있음을 전시회 제목을 통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라고 이번 전시회를 소개했다.
김정홍 도예가는 “지난 3여년 간의 팬데믹이라는 역경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창작 활동을 계속해 왔는가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는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캐나다에서 한국의 전통 도자기를 전수하고 있는 도암 김정홍 도예가는 1972년 남곡 문하에서 사사한 한국전통 도예가로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 와 20여년 동안 다양한 민족에게 한국 도자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 중 한국계와 중국계 제자들의 모임인 ‘클레이 포 유’가 2005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결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클레이 포 유는 지난 3년 동안의 코비드 팬데믹에서 벗어나 그룹 전시회 외에도 지역사회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캐나다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 회장은 북미 지역 한국전통 도예가 모임을 확대하고자 다른 지역의 모임을 권장하고 다양한 한인 문화협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클레이 포 유는 김정홍 도예가(Clay Jung Hong Kim), Sylvia Kim을 주축으로 Gloria Jue-Youn Han, Steve Choi, Ren Shieh, Kihoon Yoo, Lucy Hwang , Jin-Hwee Park , 오혜선(Sera Oh), Kyunghee Han, Hwijun Lim, Lynn Choi, Beak Jeong Im , Yunsun Chun, Soon Young Chung , Hwa Young Kim, Kyuah Lee, Chae Lee Lee회원이 활동 중이다.

클레이 포 유 오혜선 회장
간단한 소개
클레이 포 유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혜선 (Sera Oh) 입니다. 유학생으로 캐나다에 2001년에 와서 캐나다 일 경험자로 이민하였습니다. 현재 밴쿠버에 위치한 비영리 유치원의 senior supervisor로 일하고 있고, 대학교에서 early childhood education practicum student 지도하는 일도 합니다.

처음 도예를 시작하게 된 동기
2012년에 코퀴틀람 시에서 주최하는 캐나다 데이 행사에 참여하신 김정홍 선생님을 본 것이 인상깊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혹시 어린아이들에게도 찰흙과 도자기에 관해 알려주시고 보여주실수 있는지 연락드리고 저희 유치원에 방문 수업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후에 저희 유치원 선생님들과 같이 선생님 공방에 방문했던것을 계기로 한국 도자기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되고 도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클레이 포 유 모임에 대해
도암 김정홍 도예가에게 배우는 제자들이 처음에는 친목으로 시작해 단체가 되었습니다. 클레이 포 유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한국 도자기를 다음 세대로 전수하고 다른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며 서로 윈윈하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2005년 첫 그룹전을 시작으로 결성되었고 이민 1.5세대 이상의 한국계와 중국계가 주를 이루며 현재 17명이 구성원입니다. 우리는 한국 전통 도예가인 김정홍(Clay Kim) 스승에게 배운 도자기 만드는 기법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목표는 광역 밴쿠버 지역 다민족 사회 속에서 한국의 역사, 문화 및 도예에 대해 교육하는 것입니다. 전통이 살아남으려면 미래의 반복이 있어야 합니다. 클레이 포 유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를 소개하고 선보임으로써 지역 사회에 풍부한 다문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한국 도자기의 의미
청자의 유려한 빛을 나타내는 유약과 청자를 빚어 내는 기술은 역사의 잦은 거친 소용돌이와 그 역사적 사실이 잘못 해석되는 부당한 현실을 헤쳐 나가며 꿋꿋이 계승되어 왔습니다. 이 도예는 폭력, 도난, 그리고 제국주의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뛰어 넘은 생존의 역사가 있습니다. 이번 코비드 팬데믹을 겪는 동안 우리 구성원들이 보여 준 회복 탄력성과 끈기는 이러한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김정홍 도예가 부부와의 인연
김정홍 선생님과 사모님은 저희 모임의 기둥이십니다. 캐나다에 이민 오셔서 한국 전통 도자기를 알리시려는 두 분의 용기와 열정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무엇보다 김정홍 선생님의 도예에 관한 깊고 풍부하신 경험과 흥미 진진한 스토리에 저희 회원들은 항상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도예를 하는 동안 인내하는 시간의 힘듦 속에서 사모님의 따뜻한 말씀과 응원이 힘이 되어 회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합니다. 두 분은 항상 회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경청해 주십니다. 이번 전시회 ‘만남, 옥의 바다를 건너서’ 처럼 우리가 이 곳에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서로 만나지 못했겠지만 도자기 예술이라는 매개체와 Clay for you 공동체를 통해 서로 이어지게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17명의 제자들 중 캐나다에서 한국 도자기를 가르치는 교수도 있고 구성원 모두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배움의 과정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우리들에게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동양의 특별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배움은 과정과 관계가 중점이라고 봅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는 결과도 열매를 맺은 하나의 배움의 과정이지 배움의 끝이나 목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 결과를 보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가 큰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관계형성이 배움의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는 것은 물질적인 보이는 결과이지만 진정한 배움은 그 과정에서 알아가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흙을 알려면 시간을 두고 알아가고 같이 숨쉬는 과정이 필요하고 흙을 알아야 작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완벽한 배움은 없고 실수도 하고 작품이 망가지기도 하는 것도 배움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내가 흙을 지배하는 주인이 아니고 흙과 같이 생각하고 화합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정신은 캐나다가 다민족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기모임
여름에 야유회, 겨울에 연말/신년 모임, 그리고 전시회입니다. 일반적으로 정기 모임 때는 새로운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김정홍 도예가에게 레슨을 받는 시간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종종 김 도예가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친목 모임을 하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도예에 관심있는 한인들에게
가끔 처음 도자기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실망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분들 말씀이 생각보다 힘들고, 반복적이고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도예는 시간도 걸리고 참을성도 요구하고 과정과 관계가 중요합니다. 무엇이건 빨리하고 결과물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 지친 사람들에게 도예는 천천히 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마음의 치유를 줍니다. 모임의 회원들은 천천히 살게 해주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압니다. 도자기를 배우고자 하는 한인이나 학생들은 일회성으로 도자기 하나 만들어보자 라는 식의 시작이 아닌 진지하게 흙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힐링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