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11회
저번 화에서 입춘이라고 입방정을 떨었더니 이번주에 바로 폭설이 내렸다. 역시 이래서 말조심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기온이 따뜻해서 금방 녹기는 했지만 차라리 개인적으로는 눈이 오려면 날도 추워서 눈도 좀 제대로 쌓여서 아이들이 눈 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탈 수 있는게 차라리 더 좋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눈 반 물 반 내리려면 오히려 비가 내리는 게 낫다고 생각 한다. 갑자기 추워진 이 기분을 좀 녹이고자 오늘은 좀 따뜻한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생각만 해도 땀이 날 그런 나라, 이디오피아 이야기다.
이디오피아가 커피의 발상지라는 것은 첫 화에서 잠깐 언급이 되었다. 이디오피아의 칼디 목동과 커피 열매를 먹고 춤추는 염소들이 커피 열매 발견의 기원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예가체프, 시다모 등 주로 아라비카 종류의 커피가 생산되며 세계 4위의 커피 생산국이기도 하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며 인구 전체의 25%가 커피 농장에서 일하거나 커피와 관련된 일에 종사 한다고 한다. 이 즈음 되면 거의 국영 사업이라고 해도 될 만한 규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 적으로도 꽃향기가 나는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이디오피아산 커피를 즐겨 마시곤 한다.
이디오피아 커피의 산미는 다른 지역의 커피 보다 높아서 보통 일반적인 쓴맛을 선호하거나 좀 더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엔 호감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이디오피아 커피가 가진 산미는 그냥 생각하는 단순한 ‘신맛 (식초 같은)’의 산미가 아니라 꽃 차(Floral Tea)나 과일향의 차 같은 뭔가 고급스러운 산미를 내기 때문에 커피라고 생각 하고 마시면 생소 할 수 있지만 차라리 차 (tea)를 마신다고 생각 하고 마셔보면 그 매력에 깊이 빠질 수 있다.
이디오피아에는 특이한 “커피 세레모니” 라는 커피 문화가 있는데, 이는 집에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우정과 환대의 표시로 행해진다고 한다. 바닥에는 유기가 흐르는 케트마 (Ketma) 입사귀를 정성스럽게 깔고, 집안의 여성이 전통의상 네텔라 (Netela)를 입는다. 손님이 올 시간이 되면 송진향 혹은 유칼립투스 가루를 태워 연기를 피운다. 절구로 파치먼트 (커피 열매 과육을 벗기면 커피빈을 감싸고 있는 미끈 미끈한 얇은 막)를 깐다. 그리고 손님 앞에서 그 생두를 씻은 후에 팬 모양의 철판 혹은 국자 모양의 용기에 담아 그 자리에서 커피빈을 볶기 시작한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모두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행해지며 그 동안 서로의 안부도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잘 볶아진 커피원두를 절구에 빻아서 커피를 추출하기 좋은 상태로 만드는데 커피향이 집안 가득 퍼질 수 있도록 손님들에게 돌리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도 한다. 이후 커피를 지베나 (커피 주전자)에 약간의 소금과 함께 넣은 후 잘 끓여서 스니 (Cini)라는 손잡이가 없는 커피잔에 따른 후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이때 각 사람마다 세 잔의 커피를 앞에 주는데, 첫번째 잔은 처음 우려낸 커피 (가장 농도가 진한 커피), 마지막 잔은 마지막으로 우린 가장 연한 커피를 대접 한다. 첫 잔을 아볼 (Abol), 두번째 잔을 후앨에타냐 (Hueletanya), 마지막 잔을 베레카 (Bereka)라고 한다.
이러한 그들만의 특별한 “커피 세레모니”만 봐도 이디오피아에서는 커피가 단순한 음료의 개념만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약간 흥미로운 사실은 이디오피아는 국민의 60%가 기독교 인인데 커피를 나누어 마시는 과정에서도 손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 드리고 아멘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어쩌면 “커피 세레모니” 안에 자신들이 한해동안 정성들여 키운 커피를 귀하게 여기고 그 수확물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는 기독교적인 마음가짐이 바탕이 된 의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