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0일 ThursdayContact Us

무더운 여름밤, 불면증을 이겨내는 지혜

2025-07-10 11:58:48

무더운 여름이 되면 “밤에 도통 잠이 안 온다”는 호소가 많아집니다.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밤까지 식지 않으면, 몸은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자꾸만 뒤척이게 되지요. 이런 불면이 며칠 이상 이어지면, 낮 동안의 피로감과 무기력은 물론,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심지어 우울감까지 동반되며 일상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름철에 특히 불면증이 잦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외부 온도와 관련이 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몸은 잠들기 위해 체온을 약간 낮추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름밤에는 주변 온도가 높다 보니 이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냉열 교차, 불규칙한 수면 습관, 더운 날씨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불면증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불면을 단순히 더위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여름은 자연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계절로, 우리 몸의 양기(陽氣) 역시 활발해집니다. 이때 음기(陰氣)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 체내의 균형이 깨지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쉽게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고 진액이 소모되면 음기가 허약해지기 쉬운데, 이를 ‘음허화왕(陰虛火旺)’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여름철 불면증의 원인 중 하나로 꼽습니다.
이처럼 심신의 균형이 깨졌을 때에는 생활 속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수면 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 안의 온도는 24℃-26℃ 습도는 50% – 60%가 적당하며,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취침 후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해 과도한 냉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 손목, 발목, 목덜미 등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루 동안 흘린 땀만큼 수분 보충은 꼭 필요하지만, 잠들기 직전의 물 섭취는 야간뇨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보리차, 연잎차, 국화차처럼 몸의 열을 내리고 진정을 도와주는 한방차를 평소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녁 식사는 가볍게 하고, 튀긴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잠들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고, 따뜻한 죽이나 채소 위주의 식사가 소화에 부담을 덜어줍니다. 또한, 저녁 무렵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간단한 명상 등은 몸의 긴장을 풀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단, 잠들기 직전 격한 운동은 오히려 몸을 각성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폰이나 TV와 같은 전자기기 사용도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전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조용한 음악이나 독서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생활 관리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질이 계속 떨어지고, 피로감이 누적되는 경우라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 체질에 맞는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을 심신의 불균형으로 보고, 체질과 원인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심화(心火)를 내려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천왕보심단, 산조인탕, 귀비탕 등이 대표적이며, 침이나 뜸 치료와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시간입니다. 무더위로 인한 불면을 방치하지 말고, 생활 속의 작은 실천과 한의학적 관리로 건강한 여름밤을 되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