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의 커피 한잔의 여유-
[커피 이야기] – 15회
아이들이 있는 집들의 공통된 고민중의 하나가 기나긴 여름 방학을 어떻게 하면 부모들이 혈압이 오르지 않고 아이들과 평화를 유지하면서 지혜롭게 보내느냐 일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여름 캠프나 프로그램들을 치밀하게(?) 계획해서 부모들도 어느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짜지만 가족 여행지도 많이 고민을 한다. 결국 비용, 거리, 그리고 그 여행지에 가서 얼마나 아이들이 최소한의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바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들인 것 같다. 이런 요소들을 감한 하고 국외 여행지로 고려를 해보면 많은 부모들이 선택하는 곳이 아마 오늘 이야기하게 될 멕시코가 아닐까 싶다. 비용도 나쁘지 않고 어른들도 쉴 수 있고 아이들도 여러 시설들을 알아서 이용할 수 있는 All-inclusive 리조트. 멕시코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럼 멕시코의 커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남미의 커피 생산국 중에서는 멕시코 커피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멕시코는 국토의 1/3 정도가 고원지대로 형성이 되어있어 커피 농사에 알맞은 지형과 기후를 가진 세계 10위의 생산국이고 특히 유기농 커피 생산량은 세계1위에 해당한다. 멕시코 커피농장은 대부분 남부의 국경지대에 있는 치아파스(Chiapas)주에서 분포 되어있는데 그곳은 해발 1,700m 이상의 고원지대가 많아 커피 재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치아파스주에서는 주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타파출라(Tapachula)커피가 경작되고 동부의 대서양 연안의 베라크루즈(Veracruz)는 코아테펙(Coatepec)커피가 유명하고 남부의 오악사카(Oaxaca)주에서는 오약사카아 와 플루마(Puluma) 커피가 생산된다.
해발1,700m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재배되는 생두가 최고의 등급을 받는데 이를 SHG (Strictly High Grown)로 표기한다. 커피빈을 살 때 이름 뒤에 보통 커피생두의 이러한 등급을 의미하는 약자가 따라붙는데, 아마 익숙하게 많이 본 표기가 SHB 나 SHG 일 것이다. 특히 치아파스주의 고원지대에서 수확된 최고 등급의 생두에는 알투라와 SHG를 합쳐 Chiapas Altura SHG라고 한다. 이 생두의 크기는 17 – 18 Size (약6,8mm – 7.2mm)로 비교적 생두색은 엷은 노란색을 띤다. 또 멕시코 커피 중 유명한 커피는 리퀴담바 MS(Liquidambar MS)가 있다. 이 커피는 적절한 쓴맛과 산미와 풍부한 바디감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으며 멕시코의 대표적인 커피 중 하나로 자리 매김했다.
이렇게 커피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멕시코의 커피가 과거에 왜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노동자의 인권 침해, 착취, 취약한 가공설비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1910년 이전에는 정부가 소유권이 애매한 토지를 모조리 몰수하고 그 토지를 부자 농부 혹은 거대한 외국자본을 가진 회사에 넘겨버림으로서 원주민들이 토지를 잃게 되어 커피 농부들에게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기도 하였다. 이후 1914년에 멕시코 혁명 이후 노동자들도 자유를 얻고 독자적으로 농장 운영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들을 중심으로 커피연합회인 인메카 (INMEDAFE)를 설립하여 커피재배에 필요한 기술전수 및 자금지원 등을 통하여 품질 향상에 대한 노력을 지금 까지도 하고 있다. 특히 그늘재배 농법과 화학 상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유기농 재배법으로 커피를 생산할 수 있었다.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유기농 재배로 비교적 비싼 값으로 판매하여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멕시코에는 소브레메사 (Sobremesa : 테이블위에 라는 뜻)라는 전통이 있다. 멕시코인들은 식사 후 편한 자세로 커피를 즐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번 여름에 멕시코 여행을 생각 하고 있다면 해변가에 누워 세상 편한 자세로 머릿속으론 아이들 소리를 자체 음소거 한채 소브레메사 전통을 따라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