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커피문화
[커피 이야기] 21회
커피 로스팅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 나는 한창 블렌딩 레시피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블렌딩에 대해 약간 설명을 하자면, 글자 그대로 하나 이상의 커피 종류를 가지고 산지, 등급, 볶는 정도, 맛의 특성 등에 따라 적절히 배합을 해서 각 로스터리만의 고유 블렌드를 만드는 작업이다.
요리에 비유를 하자면 불고기 전문인 식당이 다른 식당과 차별되기 위해 고유의 불고기 양념소스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양념엔 모두가 알다시피 짠맛, 단맛, 고소한 맛, 그 밖의 풍미가 필요한데 짠맛을 예를 들자면 우선 간장을 쓰게 되지만 간장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 진간장, 양조간장, 맛간장, 조선간장 등 이 중 보통은 진간장으로 하겠지만 진간장과 맛간장을 섞어도 보고 조선간장도 약간 가미해서 또 다른 풍미를 내볼 건지 그 경우의 수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단맛도 마찬가지로 설탕, 매실청, 꿀, 아가베시럽, 배, 사과잼 등 정말 많은 재료들이 있다. 커피 블렌딩도 마찬가지다. 각 산지, 등급, 종자에 따라 각 생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머릿속으로 비율과 조합을 짜본 후 실제로 그렇게 블렌딩을 해서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거쳐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잘 블렌딩 된 커피는 그 로스터리만의 모방할 수 없는 일명 ‘비법소스’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블렌딩을 하지 않고 한 산지에서 나온 커피 (이를 ‘싱글 오리진’ 이라고 한다) 만 마셨을 때도 훌륭한 커피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과테말라 커피였다. 보통 그런 커피들은 조금 가격대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과테말라 커피는 바디감, 벨런스, 향미, 게다가 평범한 가격까지 갖춘 커피였어서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그럼 과테말라 커피문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과테말라에는 1750년에 유입된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커피가 소개되었고, 1821년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 후 독일 이주민들에 의해 커피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과테말라는 2000년 이후부터 스페셜티 커피에 (쌀로 비유를 하자면 – 대량 급식소, 사내 식당, 일반 식당과 같은 곳에서 일반 상업 등급의 쌀과 달리 쌀의 생산지와 품종 그리고 탈곡 정도 등에 따라 차별화되어 판매되는 쌀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눈을 떠서 품질 좋은 아라비카종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하여 오늘의 거피 생산국으로 발전하였다. 현재의 전체인구의 약25%가 커피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수출 품목의 약 1/3 이상을 커피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국가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과테말라 커피의 특징은 과일향과 묵직한 바디감, 그리고 약간의 스모키한 향미 등를 꼽을 수 있다, 이 바디감과 스모키한 향미는 과테말라의 화산토양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과테말라의 태평양 연안에는 무려 33개의 화산이 있으며,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축적된 풍부한 유,무기질의 토양은 고품질 커피 재배에 아주 좋은 조건을 제공해 준다.
과테말라의 커피 등급은 재배 고도와 결점두의 개수로 구분된다. 아무래도 높은 고도에서 재배된 커피가 고품질의 등급을 받게 되는데, 커피열매가 잘 익으려면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낮에는 찬란하고 강한 햇볕으로 왕성한 광합성을 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밤에는 낮은 온도에서 에너지를 덜 사용하여 열매에 축적이 되므로 고품질의 커피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높은 고도에서 생산된 생두일수록 생두 한 알갱이마다 항산화 물질이나 사과산 등, 이로운 물질들이 더 많이 포함되는 것이 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과테말라의 커피등급은 총 5개로 나뉘는데 최고등급으로부터 나열한다면 SHB – Strictly Hard Bean (해발1,400M이상), HB – Hard Bean (1,200~ 1,400M), SH – Semi-hard Bean (1,000~1,200M), EPW – Extra Prime Washed (900~1,000M), PW – Prime Washed (750~900M) 등으로 구분된다.
과테말라의 대표 지역들로는 안티구아, 코반, 우에우에테낭고, 산타 로사, 산 마르코스 등이 있는데 그중 널리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안티구아다. 안티구아는 과테말라 남부에 위치한 재배 지역으로3개의 화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1,500M 이상의 고도와 비옥한 화산성 토양,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최고 등급인 SHB등급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안티구아는 과테말라의 옛 수도였으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역사를 간직한 여러 유적지를 가지고 있다.
과테말라는 커피 외에도 매력이 많은 나라다. 바로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이 그것인데 한때는 찬란한 마야문명이 번성했던 곳이자 혁명가 체 게바라가 반했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아티틀란까지… 나 역시도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남미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최고의 커피는 물론, 볼거리까지 풍성한 과테말라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싶다.
또 이 유명한 아티틀란 호수 근처에 한국 청년 5명이 Café Loco 라는 카페를 열었는데 2017년 ‘인간극장’ 에서도 [과테말라 내사랑]으로 방영된 적이 있다. 카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Café Loco는 ‘미친 카페’라는 뜻) 커피에 정말 빠져있는 분들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과테말라을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이 카페도 꼭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